평일에도 자꾸만 오고 싶은, 가족만의 작은 주말주택.
담장 너머 보이는 굴뚝은 동네 풍경 속에 녹아들어 정겨움을 더한다.
* 집의 이름이 ‘게르 하우스(Ger house)’가 된 이유는 건물의 골조가 다 올라간 다음부터 동네 사람들이 이 집을 ‘몽골 텐트’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몽골의 전통 주거형태인 게르는 중앙의 개구부를 중심으로 생활하는 구조로, 이 집의 구조와 유사해 이를 받아들여 게르 하우스로 명명하게 되었다.
해가 진 후 주택의 정면 모습. 건물 앞 배롱나무와 서로 다른 성격의 마감재가 단순한 건물에 다채로움을 더한다.
건물의 배치를 잘 보여주는 드론 이미지. 풍부한 자연채광을 들이는 지붕 위 천창이 눈길을 끈다.
강화도 작은 마을에 놓인 이 집은 인천에서 사업을 하는 건축주를 위한 주말주택이다. 사실 건축주는 주택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별로 해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건너편에 지인이 건축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강화도에서도 외진 곳에 있는 데다 작은 규모의 주택을 단독으로 진행하기에 어려움이 있어 함께 설계와 시공을 하게 된 것이다.
집터는 밭으로 되어 있던 필지들을 정리해 주택지로 변경한 곳으로, 완만한 경사지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건축주는 100㎡ 이하의 *국민주택 수준으로 작게 짓기를 원했기 때문에 계단실 면적도 아까워 처음엔 단층으로 설계했었다. 하지만, 1층 높이에서는 멀리까지 시원하게 뷰가 열리지 못했고 그 원경을 포기할 수 없어, 결국 2층으로 계획을 변경하였다.
처음엔 오랫동안 아파트 생활을 해 잔디만 밟고 살아도 만족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던 건축주는 협의가 진행될수록 요구사항이 늘어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주가 지켜주길 원했던 면적과 예산으로 인해 평면을 최대한 단순화 시킬 수밖에 없었다.
* 국민주택 :주거전용면적이 1호 또는 1세대당 85㎡ 이하인 주택(수도권을 제외한 도시지역이 아닌 읍 또는 면 지역은 1호 또는 1세대당 100㎡ 이하인 주택, 주택법 제2조)
PLAN
① 현관 ② 거실 ③ 주방/식당 ④ 안방 ⑤ 드레스룸 ⑥ 화장실 ⑦ 다용도실 ⑧ 방 ⑨ 황토방 ⑩ 복도 ⑪ 취미실 ⑫ 옥외 테라스
HOUSE PLAN
대지위치 ▶ 인천광역시 강화군
대지면적 ▶ 774㎡(234.13평) | 건물규모 ▶ 지상 2층 | 거주인원 ▶ 2명(부부) + 반려견 1
건축면적 ▶ 99.59㎡(30.12평) | 연면적 ▶ 99.76㎡(30.17평)
건폐율 ▶ 12.87% | 용적률 ▶ 12.89%
주차대수 ▶ 2대 | 최고높이 ▶ 7.1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철근콘크리트
단열재 ▶ 외단열 비드법보온판 2종3호 135mm, 내단열 압출법보온판 20mm
외부마감재 ▶ 스터코플렉스, 무절적삼목 루버
담장재 ▶ 홍고벽돌 치장쌓기
창호재 ▶ KCC PVC 이중창호(에너지등급 1등급) | 에너지원 ▶ LPG
조경석 ▶ 화강석 블록
전기·기계·설비 ▶ 청효하이텍 | 구조설계(내진) ▶ 라임ENG
조경·토목·시공 ▶ 건축주 직영
설계 ▶ 아뜰리에준 건축사사무소
총공사비 ▶ 1억9천만원(설계비, 조경 및 토목공사 제외)
원래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동네 풍경 속에 녹아든 주택. 넓은 정원을 정면에 배치해 자연을 늘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다.
낮은 홍고벽돌 담장 위로 드러난 건물은 집 주변으로 펼쳐진 산세와 잘 어우러져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북서쪽에서 바라본 모습으로, 서쪽의 아궁이와 북쪽의 굴뚝이 돋보인다.
외부에서 들어가는 황토 찜질방을 제외하고 모든 방과 거실은 남쪽에 배치했다. 또한, 대면형 거실과 주방을 중심으로 좌우에 각 실을 붙여 불필요한 동선을 최소화시켰다.
1층은 제한된 선에서 최대로 키우고, 위에는 연면적에 포함되지 않는 다락을 두어 부족한 면적과 2층 테라스로의 접근을 해결하고자 했다. 하지만, 다락과 1층 거실이 개방형으로 뚫려있는 것도, 다락을 통해 테라스로 나가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허가권자의 규제로 다락이 2층으로 되면서 100㎡에 맞추기 위해 전체적으로 건물의 규모를 더 줄여야 했다. 이로 인한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선 지붕의 형태가 아주 중요했다.
박공지붕처럼 특정 방향으로 치우친 지붕이 아닌 공간의 중심이 되는 거실이 강조되도록 4면의 벽을 기울여 중앙에 모으고, 그곳에 천창을 설치하여 자연채광을 통해 중심공간이 더욱 빛나도록 하였다. 거기에 벽과 지붕을 구분 짓지 않고자 동일한 재료로 외부를 마감하였다.
거실에 앉아 있으면 정성껏 가꾼 남쪽 정원이 한눈에 바라보이고, 높은 층고의 개방감과 함께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으로 공간과 시간을 느낄 수 있다. 내부는 대부분 흰색으로 처리했는데, 이는 빛의 음영을 더 도드라지게 하기 위함이었다.
정원을 마주하는 거실 전면창과 높은 천장고로 답답함을 없애고 개방감을 살렸다.
(위, 아래) 천창과 모임지붕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2층 공간. 계단을 오르면 정면에 옥외 테라스가 보인다.
천창으로 들어오는 밝은 빛은 언제나 집 안을 환하게 만들어준다.
SECTION
① 현관 ② 거실 ③ 주방/식당 ④ 안방 ⑤ 드레스룸 ⑥ 화장실 ⑦ 다용도실 ⑧ 방 ⑨ 황토방 ⑩ 복도 ⑪ 취미실 ⑫ 옥외 테라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 벽지 / 바닥 – 강마루 | 욕실 타일 ▶ 상아타일 수입 타일 Vals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 주방 가구·붙박이장 ▶ 한샘
조명 ▶ 비츠조명, 모던라이트 은하수(거실 & 식탁 조명)
계단재·난간 ▶ 오크 집성목
현관문 ▶ 코렐 현관문 | 중문 ▶ 한샘 3연동 도어
방문 ▶ 예림도어 MDF + 필름지 부착
데크재 ▶ 이페 목재 19mm
주말주택임을 고려해 심플하게 디자인한 주방
적삼목으로 디자인을 살린 남쪽 면은 전통적인 한옥의 툇마루를 차용했다. 건물 형태상 처마가 없는 지붕은 큰 창의 누수 위험이 높아 남쪽의 큰 창들은 툇마루 안쪽에 설치했고, 처마가 생겨 부수적으로 햇빛 유입도 조절할 수 있었다.
황토방은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방을 덥히는 고전적인 방식으로 계획되어 혹시 모를 화재 위험을 고려해 외부에 적삼목을 쓴 남쪽과 달리 목재 무늬의 타일을 붙였다. 굴뚝은 단순한 건물의 형태를 따라 군더더기 없이 처리하여 밋밋한 건물의 후면에 그림자를 떨어뜨리며 포인트 역할을 한다.
처음 집을 짓겠다고 했을 때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일 년에 몇 번이나 와보겠냐고 이야기 했던 건축주는 집이 완공 되고는 평수가 훨씬 큰 아파트가 오히려 답답해 거의 이곳에서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조경에 많은 공을 들이고, 손수 가꾸며 즐기는 전원생활은 바쁜 일상에 지친 건축주에게 마음속 작은 여유와 위로를 선물한다. 글 : 유준상
남동쪽 원경. 집을 둘러싼 낮은 담장과 건축주가 직접 심고 가꾼 수목이 가족의 주말주택을 더욱 아늑한 공간으로 완성시킨다. 좌측에 보이는 새하얀 건물은 유준상 소장이 함께 설계한 건축주 지인의 주택이다.
건축가 유준상 _ 아뜰리에준 건축사사무소(atelierjun)
대한민국건축사이자 미국건축사로, 하버드대학교 건축대학원 석사를 졸업했다. 차세대 세계 건축을 리드할 건축가에게 주어지는 Architectural Record의 Design Vanguard 2020에 선정되었고, German Design Awards, DNA Paris Design Awards, International Architecture Awards, Architizer A+ Awards 등을 다양한 건축 관련 상을 수상하였다. 070-7545-7555 | www.a-jun.net
취재_ 김연정 사진_ 남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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