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병원으로 실밥 제거하러 다녀오는 길.
아직도 운전을 할 수 없으니
버스를 3번 갈아타면서
김포로 오가야 한다.
오늘 깁스를 푼 것 만으로도 삶에
어떤 선물이 주어진 기분이다.
그런데 기왕 선물 주시는 거
버스시간 좀 맞춰주시지,
집으로 가는 마을버스를 5분 차이로 놓쳐 1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덕분에 터미널 내의 상점을 구경하다가 엄마 드릴 털신을 샀다.
한 철 신고나면
낡아서 버리게 되는 털신.
아마 내가 알기론 지금
신발장에는 털신이 없다.
1시간을 기다리느니
택시타고 집에 가던가
밥집에서 뜨끈한 점심을 먹지 그러냐고
친구가 한소리 했지만,
오늘 털신만큼 훌륭한 지출은 없다.
엄마한테 1시 버스로 갈테니
같이 밥먹자고 미리 전화를 드렸다.
집에 오니 엄마는
햅쌀을 안치고 마실 물을 끓이고
꼬들하게 말린 조기를 굽고
집안에는 연기가 자욱하다.
비린내 투정없이 조기를 잘 먹으니
너무 좋다고 기뻐하신다.
어지간해선 부탁을 안하는 내 성격에
모처럼 엄마에게 밥 해달라는 말.
그래서 엄마를 바삐 상차리게 만들고
또 그런만큼 나는 맛있다며
우적우적 먹었으니,
감흥없이 지내는 엄마에겐
잠시 활력을 느끼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밥값으로 털신을 내놓았다.
굳이 버스터미널에서
1시간 기다린 나의 계산은
바로 이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