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방역때문에 자정까지 근무를 하고 온 남편한테 차마 태백산 함께 가자고 말 할 용기가 나질 않았다. 늘.. 정모나 등산 공지가 뜨면 그 때부터 가슴앓이가 시작된다. 이광재지사님 무죄기원산횅을 참석했었고, 티비에서나 봤던 대법원엘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그치만 맘은 벌써 태백산 정상에 있었다. 어렵사리 말을 꺼냈는데 "가지뭐." 그런다. 야홋~ 너무 기분좋고 설레서 새벽네시까지 잠을 설쳤다. 아침에 아들을 일찍 깨우고 다른날 보다 한 시간 일찍 아침밥을 먹고 룰루라라~태백으로 떠났다.
유일사 입구 주차장에서 10시 까지 모이기로 했다고 남편한테 슬쩍 귀뜸을 해 줬다. 시내 들려서 등산화를 두 개 사야한다면서 들렸는데 이른 시간이라서 문 연 가게가 없다. 하는 수없이 당골광장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표를 끊고 지팡이하나, 아이젠하나, 모자 하나, 귀마개 하나를 사서 남편은 모자, 아들은 귀마개, 난 지팡이,아이젠은 가방에 넣고, 음료수랑 초코렛을 사서 가방에 넣고 아들이 짊어지고 두 부자는 문수봉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석탄 박물관 입구에서 지기님께 전화를 하니 어디에 계시느냐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 전화를 한다. 차라리 전화를 하지 않았다면 걱정이나 덜 했을텐데.. 한 참 후에 산악대장님이 전활해서 꼼짝말고 거기에 있으랜다. 내 시야에서 두 부자는 멀어지고, 산악대장이나 울 횐님들이 올라오는걸 보려고 한 자리에서 한 시간 반 이상을 기다렸다. 그러다 당골 광장에 얼음 조각을 구경하고, 라니야님이랑 통화를 했다. 11시 전에 당골광장으로 출발해서 올라가는 중이랜다. 혼자서 단군성전에도 가서 기도도 드리고, 가지 말라는 이글루에도 들어가 보고... 그제서야 관광안내도가 눈에 들어왔다. 유일사에서 출발을 한걸 알아차린 건 두 시간 후다. 할 수없이 나 홀로 터벅터벅 지팡이만 의지한 채 등산을 했다. 남편이랑 아이는 문수봉 올라가면서 걱정이 되어서 자꾸만 전화를 한다.
한 참 걷다보니 앞에 작은 새 두 마리가 내 앞에서 통통튀듯이 날아 오르면서 비키지도 않고 일정한 간격으로 앞에 있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이 울 도련님 떠난지 49일째 되는 날이다. 49일 동안은 중천에서 머물면서 구천을 떠 돈다는 속설이 있어서일까? 아픔없고, 소외없고, 무시없고, 가난없는, 그 곳에서 훨훨 날면서 잘 지내길 바래 본다. 10년을 하루같이 함께 지내면서 한 솥밥 먹으면서 미운정 고운정 들었던,내 막내 동생같은 도련님.... 봄 부터 늦 가을까지 구슬땀 흘리면서 일 하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농약줄 당길 때 줄이 터져서 농약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올 때 속사포로 내려가서 분무기를 끄던모습, 형님한테 혼 날 때 내 우울한 기분 달래줄려고 이쁜짓 하던 모습, 콩을 심고, 김을매고 낫으로 베고, 묶고, 나르고 탈곡할때 늘 함께했던 도련님. 더덕밭엘 가도, 곤드레밭엘가도, 고추밭엘 가도 찰옥수수 밭엘가도, 어디든 그림자처럼 따라 올텐데.. 올해는 도련님의 부재로 인해서 일 하면서 어머님들도 나도 남편도 멍하니 먼 하늘 바라보면서 눈물 흘릴텐데..
한 참을 뚜벅뚜벅 걸어 올라가다보니 물 한 말을 지고 올라가시는 어르신이 보인다. 나는 지팡이를 짚고 빈 몸으로도 땀이 등줄기에 주르륵 흐르는데 물지게를 지고 지게 작대기를 겨드랑이에 끼 유유히 올라가시는데 물이 뚝뚝 떨어져서 등이 자꾸 젖는다. 안쓰러워서 쉬었다 가시라고 했더니 짐을 내려놓고 5분 동안 쉬신다. 그 분은 주말과 휴일을 적게는 네 번 많게는 열 번 씩 당골 바닥에서 물을 져 나른다고 한다. 그 분이 진 삶에 무게에 가족이라 불리우는 그 누구는 편안하게 먹고 따스하게 추운 겨울을 나겠지... 다시 힘을 내서 힘차게 발을 딛었다.
반재에서 부터 경사가 심한 길을 지사님 생각을 하면서 부지런히 올라갔다. 운동화를 신고 산행을 했으니 슬슬 왼쪽 무릎에 무리가 올 만도 했다. 한 발을 내 딛으면 두 발이 미끄러져 내리는 형국이였지만 그래도 내가 누군가? 악발이 근성이 강한 세 아이의 엄마 아닌가? 농사철에는 허리 굽혀서 일 주일 씩 콩을 심고, 며칠 씩 콩밭을 매기도 하지 않았나? 모기와, 깔따구와 뱀과 각종 해충들이 우글거리는 들녘에서.. 한 여름엔 30도가 웃도는 하우스 안에서 구슬땀 흘리면서도 참으면서 일을 했는데 이만한 고통쯤은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 허탈한 심경으로 억지 웃음 웃으면서 산행을 하고 계실 이광재 지사님도 계실텐데.. 환한 웃음으로 그분을 맞이해야지...
비탈진 곳을 지나서 산죽이 많이 난 곳에서 문득 눈을 들어 앞을 보니 지사님이 '단비님?" 하면서 다가오셔서 악수를 청한다. 그 뒤로 참 많은 횐님들이 보인다 누군지 일일히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다시 돌아서 내려가자고 몇 몇 분들이 만류했지만 문수봉 정상에서 천제단쪽으로 멀고도 험난한 길을 걸어 나오는 옆지기와 아들이 맘에 걸려서 올라가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나도 일행들과 합류하고픈 맘이 있었지만, 난생 첨 산행을 하는 아들과 옆지기랑 함께 와야지만 이담에도 모임에 간다면 선뜻 대답을 할것도 같았다. 망경사 입구까지 가서 식구들과 다시 올라왔던 길을 되 돌아섰다 18년전 다리에 떨어져진 사고로 오른쪽 대퇴부에 쇠핀을 다섯개나 박은 옆기기는 다리가 풀리는지 힘들어한다. 내 지팡이를 주고 난 아이젠을 착용하고 아들은 그냥 운동화로 서로를 위로하면서 그렇게 힘겹게 하산했다. 내려오는 길에 고진국님과 잘생긴 아드님과 함께 후미에서 쉬면서 이런 저런 얘기도 나누었다. 옆지기는 너무 피곤해서 차를 갓길에 세워놓고 휴식을 취하고 나랑 아들만 횐님들이 계실 식당으로 들어갔다.
도착하자 마자 춘강님이 반갑게 맞이한다. 예의 그 살인미소로...ㅎ 방 안으로 들어서자 전혀 오시리라 생각치도 못했던 최승준정선군수님도 계시고, 울 지역구 국회의원이신 최종원의원님도 계시고, 그 옆에 미소가 아름다우신 울 지사님도 계시고 정덕희 교수님도 계신다. 지기님의 배려로 찌게도 다시 데우고, 밥도 가져다 줘서 아들이랑 아주 맛나게먹었다. 갈증과 허기로 산행을 하면서 , 아들이 지고간 베낭가방 때문에 눈으로만 반재에서 막걸리를 마셨었는데, 오자마자 고갯길님 께서 소주부터 한 잔 주신다. 빈 속을 타고 내려가는 그 짜릿~한 맛이란...캬~~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앞에 계신 보경님과 정선 횐님인데 첨 만난 한솔샘님, 정선아낙님과 술 한 잔 나누고 일어서서 세 분께 인사를 하고 밥 다 먹은 아들한테 인사를 드리라고 시켰다. 언제나 그렇지만 난 사람을 한 번에 알아차리지 못해서 종종 핀잔을 듣는다. 그날도 그랬다. ㅎㅎ
역 등반을 해서 지기님 속을 까맣게 태운 1인이라서 어찌나 미안하던지.. 웬만해선 민폐란걸 안 끼치고 살려고 그토록 노력했는데.. 셋이서 찍은 사진도 빛이 들어가서 올리지도 못하고, 여러사람들 챙기느라 맘 졸이셨을텐데.. 미안해요. 울 군수님한테도 영광스럽게 소주 한 잔 받고 울 의원님께 소주 한 잔 올릴까요? 했더니 '저는 낮술은 절대 안 합니다' 라고 단호히 말씀하신다. 어르신앞에서 낮 부터 예닐곱 잔 마시고 어디가 용기가 났는지 사진 한 장 찍자고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손을 잡아 주신다. 먼저 의원님 안부를 여쭈어야 하는데 불쑥 초코파이님 안부를 먼저 여쭈었다. 약간의 침묵이 흐른뒤 '세하는 삼척 본가에서 명절 보내고 있지요" 그러신다. 어찌나 민망하던지 쥐구멍이 있음 기어들어가고 싶었는데... 대학생 셋을 어떻게 학비를 대느냐고 물으신다. 그냥 아무생각없이 죽기살기로 열심히하고, 대출도하고, 농산물도 팔고 한다고 했더니 농사 규모가 얼마나 되냐고 하시길래 한 이만평 쯤 된다고 했더니 안 믿어 지시나보다. 작은 체구에 농사라곤 지을 줄 몰라 보였던가보다.
아들한테도 인사를 시켰는데 울 의원님 아들래미 손을 꼭 잡고 한동안 이런 저런 말씀을 하신다. 참 자상한 분임을 느낀다. 임계연탄봉사하던날, 인터불고호텔에서 출판회하던날 장시간 사회보던 모습이며 지역구를 돌면서 손 잡아주시던 모습이며, 당선인사 오셨던날 이며 언제 봐도 따뜻하고 자상한 분임을 다시금 느꼈다.
간신히 지사님과 사진 한 장 찍고, 웃고 게시지만 마음이 마음이 아니실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면서 차마 힘 내시라고 말 한 마디 못하고, 돌아서야 했지만 거기에 모이셨던, 또는 참석하지 못하셨던 많은 님들의 마음은 같았으리라 생각한다. 멀리 진영에서, 충주에서, 서울에서,양구에서, 원주에서, 춘천에서, 강릉에서, 영월에서, 정선에서 , 태백에서,제천에서 오셨던 많은 횐님들 일일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래서 더 죄송하지만 지지하고 응원하는맘 변치않길 바래본다.
함께 하셨던 님들의 마음이 지사님께 큰 힘이 되셨길 바래본다. 지사님, 최종원의원님, 최승준군수님, 정덕희교수님,고진국님과 아드님, 이문근님, 김미희님, 고갯길님내외분, 대리미님, 카페지기 혜진님, 차돌짱님,라니야님, 창해님,이쁜옆지기 보경님과 자빈이 깜시님, 의원님 보좌관이신 허신학님, 정선아낙님, 한솔샘님, 친일매국노척살님, '힘내라강원도, 힘내라 이광재' 란 피켓을 일일히 준비해오신 꼼꼼하고 세심한 시간속에서님,차팔이님, 김두기님, 푸푸걸님, 산아름님 이태백님 술퍼맨님, 의림길님, 춘천사는강릉아낙님, 개수지기님과 따님, 나다님, 아마존상일님, 빙그레(연탄)님 토르님,농부님 이만볼트님, 오셨다 바빠서 급히 가신 밭두렁님, 루브르박물관님, 이광쇠님,한강의아침님, 푸른소나무님 크렌님,그밖에 제가 기억못하는 많이 오셨던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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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분들과 한 잔 해야하는데 영월에서의 뒷풀이는 차마 피곤하고 힘든 옆지기한테 말 할 용기가 나질 않아서 집으로 오는 길에 통리 장을 한 바퀴 돌았는데 거기서 또 산행했던 몇 분들을 만났다.
집으로 오면서 시련의 대명사인 울 지사님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것 같아서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거웠고 형언할 수없이 마음이 아팠지만 또 다시 2년전 그 때처럼 아프고 또 아프지만 그래서 홧김에 술만 자꾸 푸게 되지만 이 시련도 극복하고 다시 해맑게 웃으시는 그날이 오리라 믿어본다. 태백산 주목처럼 모진 비 바람 추위와 더위를 견디면서 다시 우둑 서실 그 머지않는 날까지 변치않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서 뜨거운 성원과 사랑을 보내리라고 감히 다짐해 본다.
그리고 눈이 녹기전에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싶다. 그때는 제대로 등산장비 갖추고, 유일사에서 출발하리라 두 번다시 어리석은 행동 하지 않으리라 되뇌어본다. |
출처: 화표동단비의 세상사는 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단비
첫댓글 고생하셨습니다. 악바리 단비님!!
바보같은 짓만 해서 여러사람 힘들게 했는걸요...
잘 지내고 계시지요? 눈덮힌 산장 넘 멋있겠네요?
맛깔스런 글 잘읽었습니다. 멀리까지 오셔서 반가웠습니다.
잠깐 인사만 나누어서 아쉬웠어요.
짝,,짝,,짝,,~~~
단비님의 산행하는 모습과
진솔한 마음이 담긴 생생한 글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넋두리에 가까운 일기인걸요.
남사스럽게시리...
참 농사철이 지난 농번기여서 시간 여유가 있어 그런가 부지런해 그런가 글도 잘 써요 단비님은. 정덕희 교수님도 지사님 팬인가봐요 말 참 잘 하는 분인데.
다 썻던글이 훨~훨~ 날아가 버려서 다시 쓰느라 늦었고,
아들과 옆지기한테 컴 양보하느라 많이 늦었어요.
단비님의 도련님 사랑에 가슴이 뭉쿨 함니다.
극락 왕생을 빕니다.
명진 스님이 6살 되던해에 어머님이 돌아 가셨는데 그때 2살된 동생이 있엇고 유일한 혈육이였던 그동생이 20살 되던해에 해군으로 군 복무중
천안함 사건과 똑같은 사고로 돌아 가셨답니다.
제가 퍼 옴긴 스님의 천안함 관련 법회를 보시면 피붙이를 잃은 가족의 슬품이 얼마나 큰 것인지 너무도 절절해 그날 법회에 참석 했던 모든 이들이 스님과 함께
펑펑 우는 감동적인 장면이 나옴니다.
피붙이를 잃은 님의 가족에게 위로를 보냄니다.!!
그리고 지사님 꾿꾿한 모습 뵈니 좋습니다!!
입적하시는 그 순간까지 두 손으로 간절히 기도하시던 모습에 멍~ 했던 명진스님...
삶도 글도 참 아름답습니다..
하자투성이 실수 투성이 건망증도 심한걸요.
김여사님 혼자서 등산하느라 고생하셨어요^^
다음에는 설악산을갈까요!?
김여사 사랑해요♥
아빠 꼬드겨서 이번 주에 태백산 제대로 함 가볼까나?
엄마도 울 지환이 사랑해 ~♡
하하하하 아드님과 이런 공간에서 이런 글 주고받으면 더 좋겠는 걸요...
자~알 키우셨습니다...^^
단비님의 일년이 회상됩니다,,,,
기억력도 좋으시네.ㅋ 그많은분들의 이름을 다기억 하시고,
정서가 풍요로운 단비님~~~
사고가 반듯한 부모의 삶은 ,
자식에겐 산교육입니다,,,,,,,,,
기억못한 많은분들께는 늘.. 죄송한걸요.
이광재님의 얼굴을 뵙게되니 너무 좋군요~
담엔 함께해요.
아주 소설을 썼네 문학소녀의 글 솜씨는 이광재지사님이 감탄 할 정도라니까
단비아우 잘 읽었네 글구 도련님 좋은데 가있으니 너무 걱정 말고......
씨잘데기없이 길게 써서 민폐였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