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기분 좋게 하는 사람들 /한을(翰乙)정 숙진
“선생님! 크로키 해 주고 얼마 받는지요?”
“왜, 묻는지요?”
“선생님께 저를 그려달라고 부탁 드리려고요.”
전시 4일 째 되는 날이다. 늘 하루도 빠짐없이 들리는 사람이라 가볍게 눈 인사 정도로 얼굴이 익은 터지만 어디서 무엇을 하는 분인지 잘
모르는 사람이 내게 다가와 말을 붙인다.
“누구신지요? 여기 방명록을 해 보시지요.”
그는 예술관에 근무하는 E님이며 크로키 작품을 보고 싶다고
한다.”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크로키 그려드리겠습니다. 네이버 내 팬 카페에 들어가면 팬들이 촬영해서 올려 놓은 크로키 몇 점이 있을 겁니다. 보시지요.”
“그래요? 그럼, 지금
내 사무실에 오셔서 열어 보아 주시지요.”
“알겠습니다. 사실은 내가 묵고 있는 숙소에 컴이 없어서
며칠 째 카페에 못 들어가서 하루는 일부러 일찍 숙소를 나서 전시장 나오는 길에 단계동 어느 3층 PC방에 들러서 안부만 전하고 나왔거든요.”
“그러셨군요. 그러면 내 책상에 컴을 쓰시지요.”
“고맙습니다. 지금은 근무 중이시니까 E님 근무 끝난 후에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퇴근 후는 댁으로
가셔야 하니 곤란하겠지요?”
“괜찮습니다. 오늘 여직원이 야근을 하기 때문에 쓸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일부러 퇴근시간에 내 전시장에 들러 컴을 쓰라고 친절하게 안내까지 하고 간다.
안 그래도 PC방에 다시 들러야 하나 어쩌나 그러던 차인데
고마운 E님 덕에 컴을 할 수 있어 너무 고맙다.
전시장 7시 클로즈하고 들린 예술관 사무실서 부지런히 안부를
전하다 보니 1시간이 지나간다.
“언제까지 계시는지요?”
“네, 곧 퇴근해야 하는데
30분 정도는 여유가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여직원님이 가시면 나도 가야 하니까 미리 연락을
해야 하기에 물어 보았습니다.”
“D님! 지금 전시장 앞으로 오시지요.”
“네, 알겠습니다.”
“여직원님! 나를 데리러 오는 사람이 내 팬 카페 회원이거든요. 그 팬이 나를 전시기간 중 머무를 수 있는 숙소도 제공 해주고 시간 맞추어 아침에 전시장으로 데려다 주는데, 황둔에서 전시장에 오려면 40분 소요되는 관계로 미리 연락을 한
것이지요.”
“어머! 그래요? 참
좋은 팬이네요.”
“네, 우리 팬 카페 회원들은 모두 좋은 사람입니다. 원주에 연고도 없는 관계로 숙소 건으로 걱정하고 있던 참인데 해결해 줌은 물론 나를 공주같이 에스코트까지 해
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은 공주 맞아요. 그래서 공주대접을 받는 겁니다.”
“고맙습니다. 말씀도 어찌 그리 예쁘게 하시는지, 말을 들고 보니 꼭 내가 회사 회장님 같은 느낌도 들기도 합니다. 언젠가
였어요. 그림관계로 벤스나 BMW를 몰고 네 화실로 오신
회장님과 사장님이 ‘정 화백을 잘 모시라는 지시에 기사 분은 그 분의 비서같이 나를 잘 대우해 주어 기분이 참 좋았던
경험이 있거든요. 지금이 그런 기분이 들 정도로 행복해지네요.”
“그게 다 선생님이 좋으니까 그런 대우를 받는 거지요. 한마디로
인 복이 있는 겁니다.”
“별 말씀을요. 주변의 모든 분들이 다 좋은 분들이라 그렇지요.
인 복이라고 하니까 다시 생각나는군요. 오픈 날 뒤풀이와
2차 노래방과 회와 술, 그러다 보니 너무 늦어져 아무리 팬이라도 그렇지 늦은 시간에 와
달라고 하려니 미안한마음이 들어 하는 수 없이 단체로 자는 호텔에서 묵게 되었지요.
아침에 전시장에 가기 위해 호텔을 나서니 언제부터 내렸는지 보슬비도 아니고 굵은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거예요. 오픈 때 입은 파티 복이라 빗속을 뛰어 택시를 잡을 수도 없고, 호텔직원에게 콜을 불러달라고 했지요. 곧 도착한 콜로 달려 온 택시는
나오지 말고 있으라며 비 한 방울도 안 맞게 바짝 차를 대더니 나를 태우고 빗길을 달려 전시장에 도착했지요. 알다시피
전시장문 앞까지 차를 댈 수 없는 층계로 되어 있는 예술관 진입 설계로 택시기사는 그런지도 모르고 몇 번을 시도 하다가 안되겠는지 차에서 내려
나를 우산까지 씌워 출입문까지 데려다 주는 겁니다.”
“기사 분님! 너무 고맙습니다. 내가 기사 분에게 이런 친절을 받아 본 것이 일본에서 받아 본 후 지금이군요.
일본에 전시 차 갔던 몇 해 전 내가 찾는 곳을 도착해서도 내려서 찾아보아 줌은 물론 차를 탈 때도 내려서 나의 가방을 받아서 넣어준다거나
차가 서 있을 땐 미터도 멈추고 있던 그런 친절을 받아 보니 일본전체의 이미지가 좋은 느낌이
들었던 것처럼 지금이 그러네요. 기사 분 친절로 원주이미지가 좋게 느껴집니다.”
“아닙니다. 나도 아무에게나 이런 친절을 베풀지는 않습니다. 선생님 이미지가 좋아 내가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아 그렇게 했던 것이지요.
즉 선생님이 인 복이 많은 겁니다.”
“고맙습니다. 말씀도 어찌 그리 예쁘게 하시는지 기분이 참
좋아집니다. 기사 분도 오늘 좋은 일만 가득 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아침에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 참 기분이 좋았지요.
“선생님은 사람을 편안하게 하고 기분을 참 좋게 하시는 분이라 그럴 겁니다. 사실은 이곳에 발령 받고 온 지가 두 달 정도 되었거든요. 일을
익히느라 스트레스도 많이 받던 차이며 오늘도 그 잔재로 늦은 잡무를 하기 위해 남았는데, 선생님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선생님과 잠시 같이 있었는데 내 기분이 전환되는 것 같습니다. 내일부터 새로운 기분으로 열심히 일 하겠습니다.
“오히려 나에게 친절하게 해 주어 고맙게 생각하고 있는데 좋게 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선하게 생긴 그녀는 전시장앞문이 잠겼다며 뒷문으로 나갈 수 있도록 친절하게 배웅까지 한다.
예술관 사무실을 나와 나를 위해 미리 대기 하고 기다리던 D님의
차에 오르니 전시장에서도 내게 기분 좋게 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스친다.
“선생님께서 원주를 빛내주시려고 오셨군요.” 하던 원주 작가 분의 말과
“선생님 작품은 너무 아름답고 우아하고 따뜻합니다.” 관람 하던 분의 말도 나를 기분 좋게 하며, 오픈 때 어느 음악가는
“선생님 작품을 보고 감동 받았습니다. 선생님 자태와 이미지와
작품이 어찌 그리 똑 같은지 닮았습니다.
“선생님! 작품은 밝고 따뜻하고 기가 나와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선생님! 인터넷과 신문,
방송과 TV에서도 보았는데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싸인
좀 해 주세요. 함께 사진도 찍어요.”
나를 좋게 보아 주시고 기분 좋게 하신 모든 분들과 원주는 물론 정선, 횡성, 삼척, 서울, 강릉, 안산, 부산, 동해에서 달려와 보아주신 여러분께 감사 드리며 나를 기분 좋게 하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어 난 행복하다.
2005,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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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한을(翰乙)정숙진
첫댓글 감사합니다 읽어 주신 모든님들게 행운과 복이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인생을 살면서 많은 사람에게 기분좋게 할 수 있을까를 매일 생각하며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배려와 관심을 갖고 살아가도록 노력중...
이 아침에 좋은글 읽고 시작합니다...
고맙습니다 읽어 주셔서
7월2일은 현대미술 초대작가전 오픈이 있어서 가느라 등산을 못가서 아쉬웠습니다
만나서 웃어야하는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