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 기차 / 최정례
화물 기차는 철로 위에 육신을 맡겨 놓고 정신은 멀리 놓아두고
어둠 속에서 흘러나오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덕구는 힘이 세고 그네를 타면 힘차게 굴러 한 바퀴 돌아버릴 지경이고
툭하면 아무 차나 올라타 멀리 가버리고
덕구 엄마는 울고
한밤중에도 한낮에도 화물칸은 꿈쩍 않고
자기 몸속에 갇혀 늑대처럼 괴성만 지르고
덕구는 쇠 말뚝에 박힌 쇠사슬의 그네만 타고
먹기만 하고 싸기만 하고 신발은 늘 거꾸로 신고
아프지도 않고 죽지도 않고
화물칸은 검은 침목 위에 서 있고
철로 변 검은 사택 양귀비 심은 꽃밭 앞에
눈살을 찌푸리고
덕구 동생 은숙이 은숙이 옆에 나
사진 속 나란히 서서
번개표 형광등 천안 공장 굴뚝 위로 구름 흘려보내지
구름은 기억도 못하지 미친 머리칼처럼 떠가며
서 있던 검은 화물 기차를
첫댓글 4월에는 최정례 시인의 시집 레바논의 감정을 주로 읽고 있습니다. 내 어린 시절 아버지가 역무원이어서 주로 사택에서 살았습니다. 이 시를 읽으니 대기중이던 빈 화물 기차에 올라타 아이들과 놀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덕구라는 모자란 아이의 등장도 재미있고 해서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