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나이드는 비결
우리나라에서 최고 시설을 자랑하는 실버타운에 강연을 간 적이 있다. 유명 기업이 경영하는 곳으로 입주 비용도 엄청났고 입주자들이 매달 내는 회비도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그 입주자들의 하루 일과가 나에게는 매우 이채롭게 느껴졌다.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밥 먹고 진찰받고, 또 운동하고 밥 먹고 진찰받고, 또 밥 먹고 자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의료시설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건강관리 수준은 최고급이었다. 입주자들은 그곳에서 매일매일 건강진단을 받아가며 노년을 보내고 있었다. 그분들의 관심사는 오직 건강이었다. 오로지 건강을 걱정하는 삶, 그곳에서 강연을 하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혹시 돈을 내고 스스로 갇혀 사는 감옥이 아닐까?’
행복하게 나이 드는 삶이란 정말 무엇일까. 최고급 실버타운에 들어가 오로지 건강만을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소일하는 것이 행복하게 노년을 보내는 삶일까?
언젠가 구당 김남수 옹이 “137세까지 사는 게 꿈이다”라고 이야기한 것을 들었다. 그런데 그분의 설명이 재미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분이 일본 사람인데 136세까지 살다가 가셨어요. 그 기록을 내가 깨려고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 이야기였지만, 그분의 말뜻은 실버타운에 들어가 137세까지 살겠다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때까지 건강하게 살면서 사회활동도 왕성하게 하고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고 아픈 사람들을 찾아가 자신의 건강비법을 전수하면서 살겠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137세까지 사는 게 꿈이라는 그분의 이야기를 잠시 생각했다.
‘오래 사는 것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살면서 나이를 먹느냐 하는 것이구나.’
100세까지 사느냐, 150세까지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남은 인생을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더 중요한 것이다.
이런 깨달음으로 시작한 것이 옹달샘의 ‘금빛청년 힐링캠프’다. 노년의 시간을 좀더 충만하고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개설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금빛’ ‘청년’ ‘힐링’이라는 이름을 붙인 데는 이유가 있다.
첫 번째, ‘금빛’은 영예로운 인생을 의미한다. 노년을 이야기할 때 대개는 황혼의 빛을 떠올리지만, 나는 노년을 금빛으로 비유하고 싶었다. 황혼은 지는 빛이지만 금빛은 결코 퇴색하지 않는다. 삼천 년 전 무덤 속에 묻혀 있던 왕관이나 귀고리 같은 금붙이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그 빛을 형형하게 유지한다.
노년 세대가 지난 시절에 겪었던 그 모든 것들이 이제는 금빛 면류관일 수 있다. 전쟁의 시대, 궁핍의 시대, 고난의 시대를 살면서 겪은 경험과 통찰들이 사회활동으로 봉사활동으로 젊은 세대에게 전수될 때 그 금빛은 길이길이 영예롭게 빛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두 번째, ‘청년’은 나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신을 의미한다. 청년의 기백, 청춘의 열정을 뜻한다. 꿈에는 나이가 없다. 언제든 꿈을 꿀 수 있다. 또 꿈이 있는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청년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다.
아무리 나이를 먹었어도 지금 꿈을 세운다면, 오늘 이후부터 나이를 거꾸로 먹어가기 시작한다. 백 살로 향하는 게 아니라 쉰 살, 마흔 살로 거꾸로 내려가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나이 들어가면서 청년의 기백이 더 살아나고 청춘의 열정을 가지고 남은 세월을 더 보람 있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게 된다.
세 번째, ‘힐링’은 치유의 개념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약이나 어떤 물질로 치유하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는 마음의 에너지로 나 자신을 치유하는 것이다. 내가 나를 치유하는 단계에서 남을 치유하는 단계로 넘어가면 ‘힐러’가 될 수 있다.
옹달샘은 이 ‘힐러’들을 키워내는 곳이다. 힐러가 되어 옹달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자신의 삶의 공간, 그리고 타인의 삶의 공간에 깊숙이 들어가 다른 사람들을 치유하는 것이다.
힐러의 힘은 그 사람의 기운, 주파수에 녹아 있다. 철부지 시절 유독 편안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바로 할머니 할아버지다. 젊어서 자식을 키울 때만 해도 아이들 야단치기 바쁘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면 손자 손녀에게 감정적으로 화내는 이가 별로 없다. 아무리 부부싸움을 해서 화가 났더라도 손자 손녀의 얼굴을 보면 금방 웃음이 나온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예쁘다고 품어줄 줄 아는 너그러움이 나이와 함께 배어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힐러의 자리에 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 가족 돌보기에도 빠듯하던 시간을 지나 내 아이, 내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껴안을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다.
만약에 나이가 지긋함에도 그렇지 못하다면 지금부터라도 타인을 품는 마음을 갖기 시작해야 한다. 그러면 어딜 가든 환영받는 사람이 된다. 얼굴도 저절로 환하게 펴지고 몸과 마음에 활력이 생기면서 젊어지는 효과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보통의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빛이 바랜다. 세월이 흐르면 유행 따라 수명을 다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빛이 나고 생명력이 살아나는 것, 시간과 싸워 이긴 고전(古典) 같은 것이 있다. 우리의 인생, 우리의 사랑도 나이가 들수록 고전처럼 깊은 향기를 내뿜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혼이 담긴 시선으로 | 고도원 저
첫댓글 맞아요.100세 시대라는데... 나이듦을 슬퍼말고~ 건강하게 행복하게 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 그쵸그쵸~~
좋은글 잘읽고갑니당ㅎ
세월이 정말 빠르네요 건강이 최고에요
좋은글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