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쯤 지나버린 겨울방학, 발을 동동 구르는 아이들이 있다면 정선 여행을 계획해보면 어떨까. 정선의 유일무이한 겨울 축제인 제1회 고드름축제가 지난 1월 15일 막을 올렸다. 꽁꽁 언 조양강이 썰매장으로, 얼음낚시터로, 아이스하키장으로 둔갑했다. 축제장에서 정선오일장이 지척이라 시장 구경도 하고 따뜻한 향토음식으로 추위를 달래기도 좋다.
제1회 고드름축제가 열린 조양강 일대
풍경 좋고 맛도 좋은 오감만족 축제
오전 10시. DJ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얼어붙은 조양강을 살포시 깨운다. 고드름 스튜디오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방송이다. 손바닥만 한 얼음구멍을 뚫어져라 보던 아이가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뛴다.
“아빠, 얼른 얼른! 송어가 지나갔어!” 고드름축제가 한창인 조양강 일대의 풍경이다. 1월 15일부터 10일 동안 열리는 고드름축제에서는 송어얼음낚시, 눈썰매, 컬링, 아이스축구, 하키 등 신나는 겨울 스포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어른 키를 훌쩍 넘는 대형 고드름과 눈사람,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린 터널과 초가집 등 곳곳에 배치한 조형물이 축제의 재미를 더한다. 축제장 너머 운치 있게 솟은 조양산 풍경에 ‘눈맛’은 덤이요, 먹거리 텐트촌과 인근 오일장에는 입맛 당기게 하는 먹거리가 푸짐하다. 축제를 알차게 즐기고 싶다면 종합안내부스에서 아리랑상품권(5,000원)을 구입해두자. 낚시 도구나 썰매 등 체험에 필요한 장비를 교환한 뒤 체험이 끝나면 상품권을 돌려준다. 돌려받은 상품권은 축제장 내 먹거리촌이나 오일장, 정선의 식당 어디서든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왼쪽/오른쪽]고드름이 활짝 핀 대형 터널 / 신청곡과 사연을 띄워주는 고드름 스튜디오
[왼쪽/오른쪽]추억의 앉은뱅이 썰매 / 고드름으로 뒤덮인 시골 초가집을 재현해놓았다.
얼음낚시, 전통 놀이, 신나는 겨울 스포츠가 한자리에!
축제 첫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가장 많은 사람이 모여든 곳은 송어얼음낚시터. 20cm 두께의 얼음구멍 곳곳에 가족 여행객들이 진을 쳤다. 송어가 낚여 올라올 때마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진다. 하루 세 번, 딱 10분 동안 진행하는 맨손 송어 잡기도 인기다. 현장에서 번호표를 받아 20명씩 선착순으로 참여한다. 잡은 송어는 먹거리 텐트촌이나 화덕구이터에서 맛볼 수 있다. 가래떡, 군밤, 옥수수 등 화덕에 빙 둘러앉아 구워 먹는 음식도 별미다.
얼음 위에서 강태공 놀음에 빠져든 체험객들
‘아이스 레이싱파크’, ‘정선 스타디움’, ‘씽씽 썰매놀이터’ 등으로 나뉜 체험존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기구가 다양하다. 축제장을 한 바퀴 도는 바나나보트, 스릴 넘치는 아이스범퍼카, 눈썰매장인 ‘씽씽 고드름 슬라이더’는 꼬마 체험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썰매장 한쪽에서는 투호, 제기차기, 윷놀이, 얼음장기 등 전통 놀이가 한창이다. 커다란 장기짝을 번쩍 들고 얼음장기판 위를 기우뚱거리며 옮겨다니는 모습이 흥미롭다.
오전 11시~정오, 오후 4시~6시면 고드름 스튜디오에서 신청곡을 틀어준다. 함께 온 이에게 사연 한 자락 띄워 특별한 추억을 남겨보는 것도 좋겠다. ‘얼음성 파티’가 열리는 오후 2시, 축제장의 분위기가 한층 달아오른다. 얼음성 모양의 주무대에서 즉석 노래자랑과 춤자랑, 전통 공연을 여니 축제의 하이라이트를 만끽해보자.
설원을 가르는 바나나보트
[왼쪽/오른쪽]어른들의 인기를 독차지한 얼음장기판 /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씽씽 고드름 슬라이더’
몽환적인 밤의 축제장
꽁꽁 언 몸을 녹여줄 오일장 주변 맛집
겨울 놀이를 실컷 즐긴 뒤에는 따뜻한 한끼 음식이 간절해진다. 전통시장에서 맛보는 향토음식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오일장이나 축제장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정선의 따끈따끈한 맛을 소개한다.
[왼쪽/오른쪽]감자옹심이. 삼삼하면서 걸쭉한 국물이 추운 속을 부드럽게 달래준다. / 탱탱한 면발이 일품인 콧등치기국수
[왼쪽/오른쪽]향긋하고 고소한 곤드레밥 / 대박집의 모듬전 4총사
● 감자옹심이
옹심이는 강릉 등지와 함께 정선의 토속음식이다. 생감자를 갈아서 체에 밭쳐 녹말을 걸러낸 뒤 건더기와 섞어 반죽을 만든다. 동글동글하게 빚은 반죽을 멸치육수에 넣어 끓여내는데 칼국수나 메밀국수를 함께 넣기도 한다. 감자를 갈고, 반죽하고, 익히는 과정에서 식감이나 맛이 좌우된다. 오일장 뒤편에 자리한 ‘옹심이네’는 전분을 전혀 섞지 않고 100% 생감자만으로 옹심이를 만든다. 씹는 순간 쫄깃하고 아삭한 식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콧등치기’라 부르는 메밀국수도 함께 끓여내는데, 1,000원을 추가하면 옹심이만 넣어달라고 주문할 수 있다. 쉬는 날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으니 미리 문의하고 가는 편이 좋다. 영업시간 11:00~20:00. 감자옹심이 8,000원.
● 콧등치기
정선에서 맛봐야 할 대표적인 향토음식 중 하나가 콧등치기다. 면발을 쭉 빨아들일 때 콧등을 친다고 해서 콧등치기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된장을 옅게 푼 국물에 굵고 투박한 메밀국수를 넣고 감자, 애호박 등과 함께 끓인다. 처음엔 생소하지만 두고두고 생각나는 ‘정선의 맛’이다. 정선역 가는 길에 자리한 ‘동광식당’이 콧등치기를 잘한다. 약초인 황기를 넣고 쫀득하게 삶아낸 황기족발로 더 유명한 집이다. 오일장 내에도 콧등치기를 파는 집이 여러 군데다. 영업시간 09:00~21:00, 설·추석 연휴 휴무. 콧등치기 6,000원, 황기족발(소) 3만 2,000원.
● 곤드레밥
‘정선의 음식’ 하면 곤드레가 빠질 수 없다. 오일장뿐만 아니라 정선 읍내 곳곳에 곤드레밥집이 많다. 오일장에 자리한 ‘대박집’은 간장, 들기름, 김가루만 넣어 향긋하고 부들부들한 곤드레밥을 낸다. 정선에서 채취한 연한 곤드레만 쓴다. 메밀전병, 수수부꾸미, 녹두전, 배추전이 한 세트인 모둠전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메밀, 수수, 녹두는 맷돌에 직접 갈아 반죽을 만드는데 녹두소를 넣은 수수부꾸미가 특히 별미다. 전은 모두 택배 주문이 가능하다. 오일장 바깥에서는 ‘동박골’(033-563-2211)이나 ‘싸리골’(033-562-4554)이 곤드레밥 정식으로 유명하다. 영업시간 08:00~19:00, 연중무휴. 곤드레밥 5,000원, 모둠전 5,000원.
여행정보
- 기간 : 2016년 1월 15일~1월 24일
- 주소 : 강원 정선군 정선읍 조양강 제2교 일원
- 문의 : 033-560-2920
- 주소 : 강원 정선군 정선읍 정선로 1339
- 문의 : 033-563-0080
- 주소 : 강원 정선군 정선읍 녹송1길 27
- 문의 : 033-563-3100
- 주소 : 강원 정선군 정선읍 5일장길 37-5
- 문의 : 010-4054-2991
주변 여행지
- 정선아라리촌 : 정선군 정선읍 애산로 37 / 033-560-2059
- 병방치 스카이워크 : 정선군 정선읍 병방치길 225 / 033-563-4100
- 아우라지 : 정선군 여량면 아우라지길 69 / 1544-9053(정선군 관광안내소)
숙소
- 로그캐빈다래 : 정선군 정선읍 송오다래길 417-15 / 010-8795-6784
- 스톤브릿지 : 정선군 정선읍 돌다리길 11 / 033-563-1255
- 상유재 : 정선군 정선읍 봉양3길 22-8 / 033-562-1162 / 한옥스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