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쉼터 장애인과 2박3일 제주 여행
김경숙
오늘 내일 비 온다고 해서 첫째 날에 마라도로 가기로 하고 이동을 했다. 하늘이 흐려서 비올까봐 걱정을 많이 했었다. 진짜 걱정을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었는데…. 꼭 마라도를 가야한다고 갈 수 있다고 강력하게 이야기 해 놓고 못 온 누리보듬 오 회장 때문에 배에서 내리자 50여 계단이 무섭다고 난리를 치는 재구삼촌 때문에 목사님, 민 집사님, 재구삼촌 짝 학우님이 얼마나 힘들었었는지는 상상에 맡기리라.
그래도 톳 짜장면 맛있게 먹고 사진 찍고 바라본 바다는 어디 외국에 여행 온 기분이었고,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모두가 힘들어서 못 간다고 할 때 할 수 있다고, 갈수 있다고 얘기 해 줬기 때문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감행할 수 있지 않았을까?
계단 위에서 목사님이 휠체어에서 내려서 재구삼촌에게 직접 시범을 보이며 내려오게 하려고 애쓸 때, 짝인 학우님 어찌할 줄 모르고 있을 때, 주변에서 사진을 찍던 관광객의 함께 수고를 해 주셨다. 재구 삼촌과 휠체어를 통째로 들어 올려 이동을 시켜 주셨다. 우리의 작은 소견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큰 사랑의 몸짓이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드넓은 오설록 차밭을 이리저리 다니다가 차 한 잔 마셔보겠다고 멀리 보인 건물까지 힘겹게 갔는데 여기가 아니가 벼~ 길 건너 반대편 멀리 보이는 건물이란다. 올바른 인도자를 바른길로 가야지 무조건 보이는 대로 가면 안 된다는 걸 또 깨달은 길이었다.
저녁은 목사님 막내 부부가 회정식으로 내신단다. 정말 맛있게 먹었는데 생각보다 큰 금액에 부담스러워 그들이 백배로 천배로 받을 수 있도록 기도한다.
맨도롱하우스.
노란 집 파란 집은 남자 숙소로, 여자들은 주황색 집으로 정해 졌다. 분명 주황 집을 보고 남자숙소로 갔다가 오는데 길을 찾지 못해 헤맸다는…. 결국 전화로 물어보고 갔던 길을 되돌아 나와 찾을 수 있었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잘못 가고 못 찾을 수 있다는 것도 새삼 깨닫고….
둘째 날.
8시40분까지 버스가 온다고 했는데 민 집사님 말이 30분 먼저 가야한다고, 급하신 분들은 먼저 준비하고 나가고, 버스도 일찍 와서 10분 일찍 출발. 신비의 도로(도깨비도로), 아무리 봐도 오르막인데 정지된 차가 스스르 내려간다. 착시 현상이란다. 사진으로 확인해 보니 정말 내리막길이었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떼목장.
우리가 가니까 양떼가 우르르 달려오는 양떼들, 우리가 아무것도 주지 않으니까 바로 상황을 판단하고 도로 흩어져 풀을 뜯는데, 양 먹이를 준비하지 못해 어찌나 미안하든지…. 넓은 목장 시설에 한 때는 많은 사람이 찾고 호황도 누렸을 덴데, 지금은 문이 닫히고 사람 흔적도 많지 않고, 폐허 수준인 화장실, 가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다녀왔다.
절물 휴양림.
4월 한 달은 무료라서 더 정이 갔던 곳, 그 큰 나무 숲길을 걸으며 어깨를 활짝 펴고 심호흡 하면서 모두들 건강해 질수 있도록 기도했다.
레일바이크.
제주도 오기 전부터 조를 짜느라 무척 고심했을 목사님. 한 사람 한 사람 힘을 생각해 조를 짜셨다. 혼자 페달을 밟으면 힘들지 않겠냐고 걱정까지 해 주셨는데, 레일바이크는 자동이라 페달을 밟지 않아도 됐다는 거~
다른 일도 하나님께 맡기고 편하게 즐기면 되는데 너무 많은 걱정을 하며 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인줄 몰라서 열심히 밟았다는 어떤 분 고생 많으셨어요.
저녁은 바비큐.
앞 텃밭에서 상추랑 치커리 뜯고, 당근 뽑고, 부추도 베어서 무치고, 옆집까지 불러서 풍족하게 먹었다. 어쩜 그렇게 맛있게 구웠는지…. 고기가 맛있었는가? 바비큐 파티를 해 줄 수 있도록 제주 흑돼지를 사 오신 목사님 친구 김태영 장로님, 간식도 챙겨 오신 이종문 장로님, 송창권 장로님. 제주에 사시는 여러 장로님들이 양 목사님 뵈러 오시면서 준비를 해 오셨던 것이었다. 열심히 고기를 구워주신 김주성 집사님, 이학우님~ 함께 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
두 번째 날 밤.
자정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한층 더 가까워진 여성들. 세상에서 제일 제미 있는 게 말 나갈 염려 없는 사람들과 남의 흉보는 거랑, 불구경이라던데 목사님은 귀 좀 간지러웠을 터……. ^_^*
벌써 두 밤 지나고 마지막 날.
한담해변 해안산책로, 신창생태 공원, 패키지로 오면 가볼 수 없는 곳, 그렇지만 너무 아름다운 곳, 입장료 없는 곳으로 선택했다는데 그 어느 곳보다 좋았다고 말하고 싶다.
점심은 백반 정식으로 먹을 예정이었는데 고애선님이 제주 특산물이 갈치정식으로 섬겨 주셨다. 학우님이 초콜릿, 병숙님이 아이스크림, 강 집사님이 음료수,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그 아름다운 맘들 몇 백배로 받으리라.
비행기 타고 내일 때 마지막까지 난리친 재구 삼촌 때문에 다시는 숙박하는 여행은 하지 않을라. 당일치기 여행만 다녀오리라고 다짐을 하시는 목사님. 마음고생이 심하셨다. 얼마나 힘드셨을지 가늠되지만 그래도 비행기도 타보고, 배도 타보고, 맛있는 음식들, 좋은 경치들을 만끽한 자오쉼터 가족들. 생각 해 보면 마음이 벅차다.
인연이라는 것.
불교에서는 전생이 오백 번 인연이 있어야 이생에서 옷깃 한번 스친다는데 우리는 얼마나 큰 인연일까? 인천시 자원봉사 대학에서 만난 입분 언니 때문에 천주교 신자인 나는 목사님의 인간미에 반해서 발을 들여 놓게 되었고, 누리보듬 식구들과 어울려 한 달에 한 번이지만 벌서 오년이 지났다. 앞으로도 쭈욱~
너무 고생이 많으셨던 목사님과 민 집사님, 그리고 모든 분들, 무사히 다녀온 것만으로도 모든 걸 다 털고도 남을 듯, 정말 많이 웃었고, 감사했고, 마음 벅찼다. 모두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작은 선인장에 끼워져 있는 푯말에 나태주 시인의 시로 담겨 있었다.
풀꽃 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풀꽃 3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피어봐
참 좋아.
첫댓글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수고많으셨어요.
열심히 밞았다는 그사람,,ㅋㅋ 저 말인가요?
제주그림....
상상하며 입가에 웃음짓게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