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개나리, 분홍빛 진달래가 만발하다. 시골길가와 야산에 선연한 색을 뽐내며 어여쁜 자태를 자랑한다. 이럴 때 꽃길 만발한 산길을 걸으며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면 어떨까. 산들산들 봄바람에 묻어오는 꽃향기에 취하고 얘기에 취하고 또 사랑에 취하고 ... 김포조각공원에 가면 꽃향기 만발한 산길에 취하고.. 그리고 아주 특별한 조각품에 취할 수 있다.
2.2km의 꽃길에 펼쳐지는 30점의 작품
서울에서 한시간 남짓. 김포에 자리한 김포조각공원은 다른 조각공원과는 다른 조금 특별한 곳이다. 대개의 조각공원이 너른 벌판에 평면적으로 놓여 있다면 이곳 김포 조각공원은 꽃길과 산길을 이용해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조각품이 자리한 곳은 김포시 월곶면 문수산 기슭. 지난 98년 국내외 작가 16명이 16점의 작품을 전시한 후 2001년 10월 14점에 추가되어 현재 30점이 2만 1천 평 부지에 자리하고 있다. 작품들은 2.2km의 산책로를 따라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적절히 고려해 놓여져 있기에 가벼운 산길 걷기와 함께 예술품 감상을 할 수 있는 독특함을 지니고 있다. 휴전선과 가깝다는 지리적 특성이 고려돼 ‘통일’을 테마로 한 작품들이 모여졌는데 현재 현대미술의 1세대 작가인 이탈리아의 지오바니 안셀모, 미국의 솔 레위트, 프랑스의 다니엘 뷰렌 등 세계 미술무대를 이끄는 도시환경 조각가들의 작품과 제주대 김방희 교수 등의 작품이 산책로를 따라 전시되어 있다. 이중 미니멀과 개념미술의 창시자인 솔 레위트의 '불규칙한 진보'와 다니엘 뷰렌의 '숲을 지나며', 국내 작가 천수천 씨의 '자연과의 대화'가 눈길을 끈다.
평지와 경사지를 특성을 그대로 살린 입체적인 전시
◆ 꽃길과 작품 사이를 오붓하게 걷고 있는 연인들
1차 분은 추상위주의 작품이었으며 미국 댄 그레이엄의 ‘양분된 반사유리 삼각’등을 비롯해 새로이 추가된 2차 분은 구상 중심의 작품이 주를 이룬다. 외국 작가 7명 중 러시아의 일리야 카바코프는 한반도의 현실과 인간내면의 야누스적 모습을 담은 ‘두 얼굴’을 내놨고, 프랑스의 장-피에르 레이노는 동질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평행선을 달리는 남북 상황을 형상화한 ‘기(旗)’를 출품했다. 스위스의 실비 플러리는 버려진 신발짝으로 한반도의 통합을 기원했으며, 일본의 고조 니시노는 날개 형상으로 자유의 갈망을 표현한 ‘산들거리는 속삭임’을 선보였다. 국내작가로는 김영원, 강진식, 유경원, 우제길, 조성묵 씨 등이 작품을 출품했다. 작품들은 평면과 경사지가 복합된 현지 지형의 특성을 그대로 살려내고 있고 자연친화성이 단연 돋보인다.
맑은 바람, 꽃향기에 파묻히는 조각품 감상
◆ 스테인레스와 반사유리를 이용한 작품 '워크 2001 자연속에서'
조각공원에서 작품을 따라 능선을 올라가면 정상에는 산 아래가 한눈에 내려 보이는 전망대인 팔각정이 있고 배구, 농구장과 야외공연장을 갖춘 청소년수련관이 있으며 인라인 스케이트 산악자전거 등 각종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레포츠 공원이 함께 조성되어 있다. 겨울이면 눈썰매장으로도 활용되는 문수산 자락에 활짝 핀 봄꽃들과 쭉쭉 뻗은 소나무, 맑은 바람을 어우러져 세계 유수의 조각 감상은 더욱 즐거움을 준다. 인간이 빚은 조각과 신이 창조한 자연이 어우러져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김포 조각공원, 도시의 삭막함에 지친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자연과 문화의 종합예술 공간이다.
<여행작가 이동미>
여행메모
가는 길 : 김포공항에서 48번 국도를 따라 마송을 지나 누산 삼거리에서 10km 정도 더 직진해 가서 나타나는 군하 사거리에서 우회전해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면 된다. 500m쯤 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우회전하면 애기봉이고, 직진하여 50m 가서 200m쯤 더 올라가면 김포조각공원이다.
첫댓글 전엔 입장료 없었는뎅... 이젠 받네여... 아쉬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