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4월1일 첫 섭씨 일기예보... "만우절 농담인 줄"
美 레이건 정부 미터법 전환 중단... 캐나다도 자율화 선택
퀘벡만 미터법 고집... 다른 주는 "편한 대로 사용"
캐나다가 섭씨온도 도입 50주년을 맞았다. 1975년 시작된 미터법 전환은 미완의 개혁으로 남아 독특한 측정 문화를 만들어냈다.
현재 캐나다인들은 리터로 기름을 사고, 밀리리터로 맥주를 마시면서도 인치로 옷을 사고 파운드로 체중을 잰다. 시리얼은 그램으로, 샌드위치는 피트로 구매하는 등 미터법과 야드 파운드법이 일상에서 공존하고 있다.
1975년 4월 1일, 만우절 날 첫 섭씨 일기예보가 시작됐다. 물이 32도에서 얼던 화씨 체계에서 갑자기 영하 기온을 접한 시민들은 큰 혼란을 겪었다. 특히 토론토 영하 2도, 에드먼턴 영하 27도 예보는 많은 시민들이 만우절 장난으로 오해할 정도였다.
당시 피에르 트뤼도 자유당 정부는 1971년 미터법위원회를 설립했다. 섭씨 도입을 시작으로 1977년까지 도로표지판을 킬로미터로, 1979년까지 주유소 계량을 리터로 전환하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도 제럴드 포드 대통령 시절 유사한 법안을 제정했으나 자율 전환을 선택했다. 이후 레이건 정부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미터법 도입을 포기하자, 브라이언 멀루니 보수당 정부도 1980년대 초 미터법 전환을 자율화했다.
특히 1983년 에어캐나다 '김리 글라이더(Gimli Glider)' 항공기가 연료 계산 오류로 비상착륙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미터법 전환에 대한 회의론이 커졌다. 야드파운드법과 미터법의 혼선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현재 밴쿠버의 목공업체와 에드먼턴의 퀼트 제작자들은 여전히 인치를 주로 사용한다. 산업 표준이 인치이고, 대부분의 자가 인치 단위로 제작되기 때문이다. 다만 퀘벡주에서는 미터법을 우선 사용하는 등 지역별 차이도 나타난다.
캐나다의 젊은 세대들은 미터법을 주 측정 단위로 사용하며 성장했다. 그러나 산업 현장과 일상생활에서는 여전히 야드 파운드법과 미터법이 혼용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독특한 측정 문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