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비구들이여, 법을 의지하는 바른 전륜왕도 왕을 의지하지 않고는 정치를 할 수 없는 것이다."
"부처님이시여, 그 법을 의지하는 바른 전륜왕의 왕이란, 누구를 말합니까?"
"비구들이여, 그것은 법이다. 법을 의지하는 바른 전륜왕은, 법을 힘입고 법을 공경하며, 법을 존중하고 법을 높이며, 법을 깃대로 하고 법을 깃발로 하며 법을 주로 해서, 가까이는 일가친척과 백성들과, 멀리는 짐승에 이르기까지, 법다운 보호와 방위와 지지를 주는 것이다. 법을 의지해서만 정치를 하기 때문에, 그 정치의 바퀴는 어느 것에도 넘어지지 않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꼭 그와 같이, 법을 의지하는 바른 법의 왕인 여래도, 법을 힘입고 법을 공경하며, 법을 높이고 법을 존중하며, 법을 깃대로 하고, 법을 깃발로 하며, 또 법을 주인으로 해서, 이러한 몸과 말과 뜻의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몸과 말과 뜻의 활동은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모든 것을 법다이 감싸 주고, 막아 주고 후원하는 것이다. 법을 의지해서만, 위없는 법바퀴를 굴리기 때문에, 그 법바퀴는 사문ㆍ바라문ㆍ악마ㆍ범천, 그 밖의 어느 것에도 넘어지는 일이 없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먼 옛날에 파체타나라는 임금이 있었다. 어느 날 임금은 수레장이를 불러 말했다.
'수레장이여, 지금부터 여섯 달 뒤에 전쟁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는데, 너는 그때까지 두 바퀴 수레를 만들 수 잇겠는가?'
수레장이는 임금의 명령을 받고, 수레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섯 달에서 엿새가 남은 날에, 겨우 바퀴 하나를 만들었다. 임금은 수레장이를 불러서 말했다.
'이제 기한이 엿새밖에 남지 않았는데, 수레는 되었는가?'
'겨우 외바퀴밖에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러면 또 한 바퀴는 이 엿새 동안에 되겠는가?'
'예, 물론 될 수 있습니다.'
수레장이는 엿새 동안에 다른 바퀴를 마저 만들어 임금에게 가져다 바쳤다. 임금은 두 바퀴를 비교해 보았지만, 오랜 날 수가 걸려 만들어진 것과, 다음 엿새 동안에 만들어진 것을 구별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수레장이는 임금에게 그 구별을 보여 드리기로 하고, 먼저 엿새 만에 된 바퀴를 돌렸다. 수레바퀴는 힘 있는 데까지 빙빙 돌다가, 힘이 다 되자 그만 땅바닥에 넘어졌다. 그러나 둘째 수레바퀴는 힘 있는 데까지 돌다가 힘이 다 되자, 나무 몽둥이라도 꿰어 놓은 듯, 꼿꼿이 서서 멈추었다. 수레장이는 설명했다.
'대왕이여, 엿새 만에 된 바퀴는, 바퀴살이나 바퀴 굴이 굽어져 있고, 나무에는 마디와 홈이 있고 뒤틀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힘이 다하면 이내 쓰러집니다. 그러나 다른 하나는 바퀴살도 바퀴 굴도 굽지 않고, 나무에는 마디도 흠도 없고 또 뒤틀리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돌리는 힘이 다해도 쓰러지지 않고 서 있습니다.'
비구들이여, 수레장이가 나무의 마디와 홈과, 굽고 뒤틀린 것을 묘하게 다루는 것처럼, 여래는 몸과 말과 뜻의 세 가지 활동의 굽은 것, 뒤틀린 것을 묘하게 다룬다. 몸과 말과 뜻의 세 가지 활동에 굽고 뒤틀림이 있는 사람은, 여섯 날 만에 된 바퀴와 같이 법과 규율에서 넘어지고, 그 굽음과 뒤틀림이 없는 사람은, 다른 하나의 바퀴와 같이, 이 법과 규율에 굳건히 서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몸과 말과 뜻의 이 세 가지 활동에 굽음과 흠과 마디와 뒤틀림이 없도록 힘쓰지 않으면 안 된다.
21 비구들이여, 비구로서 세 가지 법을 갖추면 번뇌를 없애는 참 길에 들어가고, 또 번뇌를 없애기에 힘쓰는 사람이라 불린다. 세 가지 법이란, 모든 감각의 문을 지키고, 음식의 분량을 알고, 잠을 막는 것이다. 모든 감각의 문을 지킨다는 것은 무엇인가? 눈으로 빛을 보아도 집착하지 않고, 귀로 소리를 들어도 집착하지 않으며, 코로 냄새를 맡아도 집착하지 않고, 혀로 맛을 맛보아도 집착하지 않으며, 몸으로 물건에 부딪쳐도 집착하지 않고, 마음으로 법을 알아도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감각의 문을 지키지 않으면, 탐욕과 슬픔과 착하지 않은 법이 일어나는 것이다.
음식의 분량을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비구가 바르게 생각해서, 음식을 먹는 것은 향락이나 욕심을 위한 것이 아니요, 이 몸을 길러 깨끗한 행을 닦는 데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먹어, 먼저 주림을 없애고, 새로운 주림을 생기지 않게 하며, 죄악의 더러움이 없이 편안히 살자' 고 생각하는 것이다. 잠을 막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비구가 한낮에는 혹은 거닐고 혹은 앉아서, 다섯 가지 번뇌에서 마음을 맑게 하고, 초저녁에도 또한 그렇게 하며, 밤중이 되면 사자처럼 오른쪽으로 누워서 다리를 포개고, 바른 마음과 바른 생각으로 일어나야 할 때를 생각하면서 자고, 첫새벽에 일어나거든 혹은 거닐고 혹은 앉아서, 오개의 법에서 마음을 맑게 한다. 이것이 잠을 막는 것이다.
22 비구들이여, 만일 다른 교의 사람이 너희들에게 '너희들은 부처님을 따라 하늘에 나기 위해서 행을 닦는가?'라고 묻는다면, 너희들은 그 물음을 불쾌하게 여기겠는가?"
"부처님이시여, 그렇습니다."
"비구들이여, 만일 너희들이 하늘의 목숨, 하늘의 얼굴, 하늘의 행복, 하늘의 영화를 가진다 해도, 오히려 꺼려 싫어한다면, 너희들은 그보다 먼저 너희들 자신의 몸과 말과 뜻의 세 가지 악한 활동을 꺼려 싫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비구들이여, 세 가지 성질을 가진 상인은, 아직 얻지 못한 재산은 얻지 못하고, 이미 얻은 재산은 늘리지 못한다. 세 가지 성질이란 아침에도 게으르고, 낮에도 게으르고, 밤에도 게으른 것이다. 이와 같이 비구도 아침에도 닦지 않고, 낮에도 닦지 않고 밤에도 닦지 않는다면, 아직 얻지 못한 공덕을 얻을 수 없을 것이요, 이미 얻은 공덕도 늘리지 못할 것이다. 비구들이여, 만일 장사치가 일을 볼 줄 아는 눈이 있고, 또 일을 열심히 해서 그를 보호하는 사람을 얻는다면, 그는 쉽게 큰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볼 줄 아는 눈이란, 그 장사치가 상품을 알고, 그 상품을 사는 법과 파는 법을 안다는 것이요, 일을 열심히 한다는 것은, 상품이 많은 지방에서 물건을 사서, 상품이 적은 지방에 가서 파는 것이다. 또 보호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어떤 큰 자본가가, 이 사람은 보는 눈이 있고, 일을 열심히 하고, 처자를 기를 만한 활동이 있고, 이자를 낼 만한 힘이 있는 줄 알아, 돈을 대주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비구도 보는 눈이 있고, 일을 열심히 하고, 또 보호하는 사람을 얻는다면, 법에 있어서 아주 많은 진보를 얻을 것이다. 비구가 눈이 있다는 것은, 이것은 괴로움이다, 이것은 괴로움이 원인이다, 이것은 괴로움이 없어진 것이다, 이것은 그 괴로움을 없애는 길이라고 실다이 아는 것이다. 비구가 일에 열심이라는 것은, 착하지 않은 법을 버리고, 착한 법을 나게 하기 위해서 부지런히 힘쓰는 것이다. 비구가 보호자를 얻는다는 것은, 많이 배워서 경전에 익숙하고, 또 율에 통한 장로 비구에게 물어서, 덮였던 것을 나타내고 어둠을 밝히어, 법에 대한 의혹을 없게 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법을 얻으면, 그 비구는 오래지 않아, 법에 있어서 매우 큰 진보를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