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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c 상식에 맞는 의료 시스템 만들자!
한방에 대한 만족도 가장 높아… 보험급여 확대해 국민건강 챙겨야
특별인터뷰 김현수 대한한의사협회장
2009년 01월호 (2009.01.01) |
글■김상진 월간중앙 기자 [kine3@joongang.co.kr] 사진■오상민 월간중앙 사진기자
나날이 발전하는 한의학. 하지만 그 주변은 연일 시끄럽다. 구당 김남수 옹을 둘러싼 ‘뜸 시술’ 논란 등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월간중앙>이 김현수 대한한의사협회장을 만나 한의학계의 속내를 들었다
아픈 것만큼 서러운 것은 없다. 그런데 그보다 더 서러운 일이 있다. 병든 몸을 이끌고 찾아간 병원에서 불친절한 대접을 받거나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을 때다.
2008년 11월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의료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의료기관별로 차이가 컸다. 가장 높은 만족도를 나타낸 곳은 한의원과 한방병원.
조사대상 전국 2만 표본가구 중 한방 의료 서비스에 대해 ‘만족한다’는 응답은 55.2%, ‘불만이다’는 응답은 6.8%에 불과했다. 반면 치과병·의원의 경우 불만족도가 15.7%로 가장 높았다.
종합병원 역시 불만이라는 의견이 13.9%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한방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도 크게 늘고 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한방에 대한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이런 수요자들의 요구로 인해 최근 보건복지가족부(복지부)는 한방물리치료의 보험급여화를 확정했다. 2008년 12월부터다. 한방에 대한 의료 혜택의 폭이 날로 커지는 셈이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대표적 앙숙(?)이라고 할 의사들이 당장 제동을 걸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번 급여화 결정의 원천무효화를 위해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심지어 일부 의사들은 복지부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고령화시대 맞아 한방환자 늘어…
이와 별도로 고민거리가 하나 더 있다. 구당 김남수 옹을 둘러싸고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침구사제도 부활’ 및 ‘일반인 뜸 시술 허용’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MBC의 <뉴스후>에서 이 내용을 크게 다룬 후 대중의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암투병 중인 여배우 장진영 씨와 소설가 조정래 씨의 사례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의학계는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연일 뜨거운 이슈를 뿜어내고 있다. 2008년 12월3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위치한 한의협 사무실을 찾았다. 김현수 한의협회장을 만나 현재 벌어지는 여러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21세기 우리 한방의 위상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들었다.
-한의학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입니다. 한방에 대한 신뢰도나 만족도도 크게 늘었고요.
“우리뿐만이 아닙니다. 현재 전 세계가 전통의학에 주목하고 있습 니다. 2006년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영국의 찰스 왕세자가 ‘각국 정부는 서양의학에 대체의학을 접목시켜 통합적인 건강관리 시스템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연설한 바 있죠. 실제로 런던의 히드로 공항에도 항생제 사진을 걸어놓고 ‘Useless(해로운)’라는 문구를, 반대로 약초 사진을 걸어놓고 ‘Useful(이로운)’이라는 문구를 써 놓았을 정도입니다
“해외에서는 인정받는데, 왜 유독 의협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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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선진국인 영국의 이런 움직임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 동안 서양적 의료기술이 많이 발전했지만 여러 가지 한계에 부닥치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때문에 류머티즘 등과 같은 자가면역질환, 관절염과 같은 퇴행성질환, 그리고 바이러스성질환, 아토피성 피부염 등 난치병과 암에 대응할 수 있는 전통의학이 주목받는 것이죠.
특히 동양 전통의학이 굉장히 체계적이고 많은 역할을 수행한다는 과학적 입증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한국의 한의학의 경우 의학적 체계를 갖춘 대학교육이 이뤄지고 보건소에서 보건사업이 진행되는 등 가장 이상적 모델을 가진 나라라는 인식이 큽니다.
이미 WHO는 감기·비염 및 요통 등 척추질환, 그리고 관절질환·안면신경마비·두통·삼차신경통·급만성장질환·중풍후유장애 등 많은 질환의 치료에 대한 한의학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국가적인 치료시스템을 가지도록 전 세계 각국에 권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성인 사망원인 1위인 암의 경우 한·양방 병행치료가 효과적이라는 임상실험 결과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외에도 한의학과 서양의학이 상호 접목할 수 있는 사례는 많을 듯합니다만, 두 의학 간 연구교류는 활발한지요?
“해외에서는 활발합니다만, 국내 사정은 그렇지 못합니다. 한의학의 발전 속도는 매우 빠른 편입니다. 일례로 침으로 마취하는 침 마취는 이미 오래 전에 성공했고, 임상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력이 갖춰져 있을 정도죠.
이런 성과는 임상에서 많이 이용돼야 제대로 후속연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즉, 한방 마취가 필요한 환자를 찾아 시술해야 하는 것이죠. 양방과 상호 협조 없이 그런 시술을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런 것이 잘 이뤄지지 않다 보니 결국 일본이나 미국에서 더 많이 연구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죠.
말기암 환자처럼 굉장한 어려움에 빠진 분들에게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하는 것 아닙니 까? 학문을 연구하는데 한·양방을 구분할 수 없습니다. 항상 같이 연구해야 합니다. 자기가 하는 것만이 최고라고 하는 사고방식은 과학자의 자세가 아니죠. 그렇지 않습니까? 한의학계는 의학 발전을 위해서라면 이미 모든 것을 함께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김 회장의 답변에서도 알 수 있듯, 현재 한의학계와 의학계는 첨예한 대립 양상을 띠고 있다. 가장 최근의 사례가 이번 복지부의 한방물리치료 보험급여화 결정 문제. 논쟁의 불씨는 한방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물리치료기기의 성격에 있었다. 의협은 “초음파· 저주파치료기(TENS)·레이저 등이 한방과 무관한 의료기기”라면서 “기기 사용 자체를 제한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했다.
이에 반해 한의협은 “한방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 중 다수가 근골격계 및 만성퇴행성 질환자”라면서 “이화학적 자극을 통해 경락·경근·경혈을 치료하는 것은 정당한 의료행위”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또 “양방에서는 한방이 비과학적이므로 과학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과학화에 필수적인 현대적 기기 사 용을 배제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현대 의료기기를 둘러싼 양 의학계 간 갈등은 법정공방으로 표출화되기도 했다. 그 대상은 X선·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 등의 영상진단기기였다. 1심에 해당하는 서울행정법원 판결에서는 한의사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 항소심에서는 이를 뒤집었던 것. 현행 의료법이 한방 의료행위의 개념과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었다.
-이번 한방물리치료 보험급여화 문제도 그렇고, 양방에서는 한방에서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상당히 못마땅해 하고 있습니다.
“21세기에 그런 논리를 펴는 이유가 무엇인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듭니다. 디지털카메라 시대에 필름카메라만 쓰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약탕기로 약을 달일 때, 과거에 숯불을 썼으니 계속 숯불만 쓰라는 말입니다. 요즘에는 대부분 전기약탕기를 쓰지 않습니까?
침도 자동으로 자침되는 무통자동침시술기가 개발돼 있습니다. CT나 MRI도 개발의 원 목적이 인체에 쓰기 위해 개발된 것 아닙니까? 초음파도 마찬가지죠. 의학적 측면에서 봤을 때 각자가 가진 의학적 특성상 필요한 장비의 이용을 제한한다는 것은 연구하지 말라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의학적으로 발전하지 말라는 주장인 셈이죠.”
“내가 치료한 유명인사만 수백 명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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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김 회장은 구한말 종두법을 도입하고 근대의학의 기틀을 세운 지석영을 예로 들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지석영 선생도 원래 한의사입니다. 조선시대 역사를 봐도 당대의 첨단 과학문물을 가장 먼저 받아들였던 분들 중 한의사가 많습니다. 지금이라고 다를 것이 없습니다. 수많은 고급 인재들이 전국의 한의과대학에서 배출되고, 이들이 내놓는 연구성과는 세계적으로도 크게 인정받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사회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이 문제가 앞으로도 쉽사리 결론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적어도 우리 사회가 보편적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현 상황만 놓고 볼 때 그 수준이 아닌 것 같습니다. 힘이 있고 없고를 떠나 집단이기주의적 사고에 매몰되면 합리적이고 건전한 논의, 나아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 기 힘들겠죠.”
한의협과 의협 사이의 논쟁 못지않게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문제가 있다. 바로 뜸이다. ‘뜸의 대가’로 소문난 구당 김남수 옹이 구사(灸士·뜸 시술 전문직) 자격증 없이 뜸 시술을 하다 보건당국으로부터 45일간 영업정지처분을 받은 데서 사건은 시작됐다. 이후 그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은 종료됐다. 하지만 침사(鍼士) 자격증만 있는 그가 뜸 시술을 재개할 경우 또 다시 의료법 위반에 걸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김씨는 그의 지지자들과 함께 ‘침구사제도 부활’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생겨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62년 폐지된 침구사제도는 한방의 주요 의료행위인 침과 뜸만 전문으로 다루는 사람에게 부여한 자격증제도다. 한의학계는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최근 언론을 통해 뜸 시술 문제가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수출 강국입니다. 교육수준은 거의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 지적 수준을 가진 나라입니다.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인데요. 두세 달 뜸을 배워 사람을 치료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예를 들어 생업을 위해 10년 동안 무면허로 차를 몰고 다닌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경찰관이 그 사람에게 ‘당신 면허증 내놓으시오’ 했더니 ‘없습니다. 나 운전 잘하는데 면허증 없다고 왜 운전을 못 합니까?’ 이러면 말이 되겠습니까? 적어도 선진국이라면 정말 엄격한 의료제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유럽·미국·일본 모두 굉장히 엄격합니다. 그런 주장에 동조하는 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이 나라의 의료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요. 앞으로 자기 가족이 아프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이죠.”
-침구사제도 부활운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침구사제도란 광복 이후 우리 의료체계가 정비되기 이전에 있었던 것입니다. 당시의 자격증이라는 것은 시 험이 아니라 구술입니다. 1930~40년대 유물을 2009년에 되살리자는 것이 도대체 말이나 됩니까? 뜸 시술은 굉장히 위험한 시술입니다. 물론 안전장치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피부에 화상을 입히는 과정입니다.
화상을 입혀 경혈을 자극하는 과정인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10명 중 9명은 괜찮은데 나머지 1명에게 부작용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하느냐는 말입니다. 의학의 관점은 한 명의 환자가 좋아졌다는 것에만 방점을 두는 것이 아닙니다. 100명 중 99명이 나았다 하더라도 나머지 1명의 부작용과 악화를 막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화상 후 흉터가 남는 켈로이드 체질의 사람이 있습니다. 상처가 커지는데 어떻게 할 것입니까? 뜸을 시술할 때는 굉장히 많은 것을 살펴봐야 하고 피부의 상처를 최소화해서 합니다. 최근 자가시술을 하다 온 한 환자가 있었습니다. 화농이 돼 부어서 왔는데, 이거 어떻게 치료할 것입니까? 그런 감염 관리에 대한 전문적 지식 없이 시술하는 것은 큰 잘못입니다. 붕어빵장사는 기술만 익히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의학은 그런 수준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 왜 10년 동안 공부를 시키겠습니까?”
“돈 받는 학원장사, 정당하지 못하다”
-일반인들은 <뉴스후> 방영 후 배우 장진영 씨, 소설가 조정래 선생 같은 유명인사들이 김남수 옹을 지지하는 것에 강한 인상을 받은 듯합니다만.
“제가 20여 년 동안 한의원을 하면서 치료한 유명인사만 족히 수백 명은 될 것입니다. 거의 대부분 다 잘 치료됐습니다. 그런 것을 홍보한다는 것 자체가 프라이버시 침해여서 한의사들이나 의사들은 입밖에도 꺼내지 않습니다.”
이어 김 회장은 “한의사들은 그런 분들과 더이상 소모적 논쟁을 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만은 더 지적하고 싶다며 덧붙였다.
“특히 수강생을 모아 뜸을 가르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불법적인 학원사업을 하면서 몇 백만 원의 수강료를 받는다고 들었는데, 그것은 정당한 방법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불법적으로 자격을 줘 국민들을 치료하겠다는 것이 이해될 수 있는 한국사회입니까?”
그는 인터뷰 중 이런 내우(內憂)에 시달리다 보니 정작 중요한 문제인 외환(外患)에 대한 일반의 경계심이 낮다는 지적을 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전통의학시장을 중국이 독차지하고 있다는 것.
“500조 원으로 추산되는 세계 전통의학시장을 중국이 거의 100% 장악하고 있습니다. 우리 한의학은 1%도 안 되죠. 중국은 국가적으로 대응합니다. 중국과 수교하는 모든 나라에 가장 먼저 전파하는 중국의 문화가 바로 중의학입니다. 미국·유럽은 이미 끝났고요. 현재 아프리카에서도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중국은 중의학을 TCM(Traditional Chinese Medicine)이라고 부르며, 용어도 세계화하고 있습니다.”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한 국가전략이 부재하다 는 말로 들립니다. 그렇다면 어떤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보십니까?
“한류(韓流)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중의학이 아직 뿌리내리지 못한 중동·아프리카의 경우 이란·이집트 등 여러 나라에서 드라마 <대장금>의 시청률이 하늘을 찌르고 있지 않습니까?
<대장금>에는 우리 전통의학 등이 잘 녹아 들어 있습니다.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삼성과 같은 세계 1류기업의 이미지 등을 더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한의학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입니다. 우리의 전통의학을 통해 한국문화를 해외에 전파할 수 있는 중요한 사업입니다.”
-산업적 측면에서 봤을 때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바이오기술(BT)·나노기술(NT)이 접목되는 의료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삼자고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여기서 창출되는 부가사업이 굉장히 많습니다. 인력뿐 아니라 시설·장비·약재 등의 총체적 인프라를 수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치의제도 확립해 선진국형 제도로…
-세계화를 위해서는 한의학 용어의 영역작업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제가 취임하고 중점을 둔 분야 중 하나가 한의학 자료를 영역하는 것인데요. 학술용어의 영역화는 거의 완성단계이고, <동의보감>의 영역도 진행 중입니다. 영어 논문도 많이 나오고 있어 우리 논문을 세계적 학술지에 많이 등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SCI급 논문이 매년 수십 편씩 나오고 있습니다.”
김 회장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낮은 편이다. 하지만 한번 발동이 걸리면 거침없이 언변을 쏟아냈다. 2007년 4월 한의협회장에 취임한 이래 한의학의 발전과 저변확대를 위해 펼쳐온 활발한 행보의 숨은 힘이 엿보이는 듯했다. 그는 소아마비라는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고 지금의 자리에 선 입지전적 인물이기도 하다.
7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난 그는 세 살 때 병을 앓았다. 그런 그에게 어머니는 “죽어도 학교에 가서 죽어라”라고 말할 정도로 혹독하게 가르쳤다고 한다. 사회의 문턱은 높았다. 지망했던 대학으로부터 장애를 이유로 지원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삶은 쉬지 않고 내달렸다.
그런 그가 한의협 일에 눈을 뜨게 된 것은 1991년 서울 양천구에 한의원을 개원하면서부터였다. 많게는 하루에 200여 명씩 환자를 맞아야 했지만, 한방에 대한 의료급여 보장성이 너무 낮아 의사도 환자도 많은 피해를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개원 당시 하루 수가가 2,000원이었습니다.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국민건강보험이 잘 정착된 우리나라에서 왜 한방만 보장성이 없는 것인지 화가 많이 났습니다. 그래서 의료정책·보험정책 등을 공부했고, 직접 다른 나라에 가서 각종 제도를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제가 1996년 협회에 들어와 맨 처음 가장 주력했던 것이 바로 보험 제도 개선 문제였습니다. 그 동안 한방건강보험 체계가 많이 발전했습니다. 또 한방물리치료가 한방의료행위 항목으로 인정됐고, 최근 보험급여화도 확정된 것입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절대 현 수준에 만족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우리 의료제도가 더 많이 바뀌어야 국민건강을 책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호한 부위에 골절상을 입고 오는 환자들에게 X선 촬영조차 못하게 하는 것은 치료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약을 덜 먹으면서 골절을 치료할 수 있다면 국민건강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그는 인터뷰 말미에 또 다른 포부 하나를 밝혔다. 그것은 주치의제도였다.
“우리나라 의료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주치의제도가 없다는 점입니다. 이제 국가가 나서서 이런 선진국형 보장제도를 확립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합니다.”
한의협회장이 라는 직함에 앞서 그는 한의사다. 지난 20여 년간 그의 손을 거쳐간 환자만 100만 여 명. 한의학이 우리의 건강과 얼마나 직결돼 있는지를 느끼게 하는 대목 아닐까?
“침술, 메디칼 안된다”
- 미국 한의사(=침구사)는 더욱 기반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을 듯!
가주 예산삭감 정책에 밀려
*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침치료를 보험지급에서 제외한다고 한 조치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본래 캘리포니아 주에서 한의사로 자칭하는 침구사란 면허증은, 의료보조인의 지위이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침구사 면허증은 민간자격증인 NCCAOM 보다는 훨씬 권위가 높은 주정부 면허증 이다. 때문에 의사에게만 지급하는 의료보험을, 침치료를 전담하는 침구사(의료보조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법규정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아졌다.
아직도 한국에서 미국 침구사 캘리포니아 면허증을 한의사로 잘못 인식하여, 정식 의사로 분류될 것이라는 혼돈을 하고 침구사 면허 시험을 준비하는 분들이 가끔 보이고 있다. 미국으로 건너가 낭패당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적극적인 미국 동양의학 제도의 실상을 계도하는 조치가 절실하다.
또한 미국, 캐나다에서는 역시 자연의학 NMD 의사가 대체의학의 대표적인 의료인 직업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보다 많은 한국 개업 한의사가 아메리카에서 의료인으로 대접받는 기반을 확보할 수 있도록 홍보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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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서명한 2009~2010년 예산안에 정부보조 의료보험 메디칼(Medi-Cal)에서 침 치료 혜택을 제외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400억달러가 넘는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전 부서에 걸쳐 총 150억달러에 이르는 긴축재정과 예산삭감 정책을 발표했고, 침 치료를 메디칼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침 치료의 메디칼 폐지는 오는 7월1일부터 실시되며 침 치료 외에도 카이로프랙틱 치료와 심리상담, 검안, 치과 치료 등도 메디칼 대상에서 제외됐다.
가주한의사협회(회장 김갑봉)는 “침 치료는 지난 80년대부터 메디칼 대상으로 포함돼 저렴한 진료비와 우수한 치료효과로 환자와 보험사 모두에게 이득을 주었다”며 “어렵게 명맥을 유지해 오던 메디칼 침 치료 커버리지가 중단됨에 따라 한의사들은 물론 환자들도 피해를 입게 됐다”고 밝혔다.
메디칼은 침 치료를 선택 수혜사항으로 분류해 환자 1인당 최고 30달러까지 진료비 수가를 지급해 왔다. 가주한의사협회 남형각 사무국장은 “주정부가 메디칼 침 치료에 대해 지급하는 진료비가 1회에 5.75달러에 불과하다”며 “메디칼 침치료 폐지는 경제적인 문제보다는 정부 의료보험인 메디칼이 침 치료를 제외하면서 일반 의료보험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더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