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의 묵상] '나홀로 신앙'
이웃 없이는 크리스천이 될 수 없다
셔터스톡
하나님은 누군가를 부르실 때 그 사람 혼자만을 부르시지 않습니다. 그가 속한 공동체를 함께 부르십니다. 아브라함을 믿음의 조상으로 부르신 것은 아브라함 한 사람만을 부르신 것이 아닙니다. 오고 오는 믿음의 후손들을 함께 부르신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복의 근원으로 부름 받았습니다. 물줄기가 시작되는 근원에는 물이 넘쳐나지 않습니다. 근원에서 솟아난 물이 골짜기를 따라 흐르며 크고 작은 시내를 이루다가 마침내 강을 만나 비로소 크게 넘치며 바다로 흘러듭니다.
아브라함은 복의 강이나 복의 바다가 아니었습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마지막은 창대하게 될 복의 근원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은 신앙공동체와 함께 부름 받은 믿음의 조상입니다.
하나님이 불타는 떨기나무 가운데서 모세를 부르신 것은 모세 한 사람만을 부르신 것이 아닙니다. 모세와 함께 온 이스라엘 백성을 부르신 것입니다.
40년 동안 광야에서 홀로 양을 치던 모세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뒤로 더 이상 홀로 있는 자가 아니었습니다. 애굽을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을 광야에서 40년 동안 양떼처럼 돌보고 이끌었습니다. 모세는 이스라엘 공동체와 함께 부름 받은 목자였습니다.
예수님은 바울을 홀로 부르시지 않았습니다. 이방인의 사도로, 교회공동체의 지도자로 부르셨습니다. 바울은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내 형제, 곧 혈육과 동족을 위하여 내가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달게 받겠노라.”(로마서 9:3)
그의 마음은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을 향한 복음의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고, 그 열정은 유대라는 혈통의 울타리를 넘어 세계 선교의 헌신으로 승화되었습니다. 바울은 복음의 공동체와 함께 부름 받은 사도였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약속하십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마태복음 28:20)
예수님이 항상 함께 하시는 우리, 그 우리는 누구입니까? 부르심을 받은 공동체입니다. 가정이고, 교회일 수 있습니다. 사회나 국가일 수도 있습니다.
믿음이 깊어질수록 ‘우리’라는 공동체의 범위도 넓어질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의미를 가장 구체적으로, 가장 절실하게 나타내는 것은 바로 지금 내 곁에 있는 이웃입니다. 예수님은 이웃사랑이 곧 하나님 사랑이라고 말씀했습니다.
삼위일체 개념을 최초로 정의한 교부(敎父) 터툴리안(Tertullian)은 이런 가르침을 남겼습니다. “혼자서는 크리스천이 될 수 없다.”(Solus Christianus, Nullus Christianus) ‘나 홀로 신앙’은 있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웃 없이는 하나님 앞에 바로 설 수 없습니다. 이웃과 더불어 있는 자리, 거기가 예수님이 함께 계시는 곳, 신앙인이 있어야 할 삶의 자리입니다.
글 | 이우근 ・변호사・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