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다리 야영 -( 영화 "적과의 동침" 보다) 2020.4.18-19
비온 뒤끝이라 하늘이 모처럼 파랗다.
가슴이 트이며 청량한데 한켠에선 묵직한 눌림을 숨길수 없다.
요즘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보니...
코로나19가 많이 진정되어졌지만 개인 모두가 그래도 끝까지 긴장을 늦추면 안될것같다.
캠핑 나서는데 집사람이 따라 나선다.
마트에 들려 간단히 장을 보고서 4.19 기념묘역 인근에 냉면집에서 같이 냉면을 먹고
개별선인장을 사러간다 하여 시장에 바래다 주고 나는 동두천으로 향하였다.
(사진)
마트앞에 아는체를 하는 아가씨(^^ 청동조형물) 와 함께 사진을 ㅎㅎㅎㅎ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씌운 센스가 재밌다^^
배꼽다리 도착
목련꽃..... 여기는 아직 피어있어서 반가움에^^
그대가 아직 다녀가지 않은듯 싶다.... 실컷 울고 갔다면 목련꽃이 다 졌을텐데....
다행이다 ^^ (김주대님 시 4월 버젼 ㅎㅎㅎ) 헛허허허
수더분하면서도 수줍은듯....
그리고 떡국떡으로 튀밥 튀어놓은듯한 도톰한 이파리에서 단맛을 느낀다.
적당하게 텐트들이 자리잡고있다.
당일 소풍겸 마실, 나들이 나온사람들도 제법 눈에 띄다.
어둑해지니 자리를 걷고 가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내가 항상 텐트를 치던 자리가 났지만
그냥 오늘은 이곳에서 묵으련다.
도란대는 말소리와 흙밟는 소리가 들리는게 차라리 덜 외로울것 같다 ^^
불 멍.....
그냥..... 그냥 좋은건 좋은것같다
그냥 바라볼 뿐인데 ....
커피한잔 홀짝이며 한개피 사룸은....
적어도 이시간 만큼은 정숙함에 몰입되어 사유하는 마음이 낮게 깔린다.
풍경달다 / 정호승
운주사 와불님
뵙고 돌아오는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싶은 내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저 모닥불이 벌건 숯으로 타들어 잿빛으로 사그라들거든
보고싶은 내마음이 찾아간줄 알아라.....
그런 흉내도 내어보며....
밤노리 ^^
밤이 깊어지면서 모닥불도 피우고 커피도 한잔....
생각나는대로 나즉하게 노래도 불러보고.....
그렇고 그런 일상도 적어보고.....
그렇게 밤은 깊어간다.
앞쪽, 뒤쪽 텐트에서 코고는 소리가 주거니 권커니....ㅎㅎㅎㅎ
조용한 밤, 텐트안에서 영화 한편 본다.
어느 블로거님께서 쥴리아로버츠 나오는 영화라고 추천을 해준것^^
영화 - "적과의 동침" (1991년도작) 보다
30년정도 되어진 오래된 포스터를 보니 옛날 생각난다 ㅎㅎㅎㅎ
의처증으로 누구와 눈맞았느냐고 다그치며 폭행을....닥쳐 !
줄거리
미모의 여인 로라(줄리아 로버츠)는 부자에다 미남인 남편 마틴(패트릭 버긴)과
이상적이고 멋진 결혼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결혼후에 남편의 극도의 결벽증에다
심한 의처증까지 있다는것을 비로서 알게된다.
즉, 불편한 동거, 적과의 동침을 이어가는 암울함속에 목숨을 건 탈출이 이어지고
이름까지 바꾼채 새로운 환경에 접어들어 행복한 사는맛을 느낀다.
새로이 정착한 그곳에서 대학 연극 교수 벤(케빈 앤더슨 분)을 알게 되고 두 사람의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영화는 이렇게 끝났으면 좋으련만....
요트사고로 바다에 빠져 죽은줄로 알고 장례까지 지낸 남편은 로라가 살아있을을 드디어 알게되면서
응징, 복수를 위한 추적은 서스펜스한 공포로 빠져들면서 보는 맘을 쫄게 한다.
격하게 느껴지는 한 장면....
흩트러진 욕조의 수건과 선반의 갖가지 통조림캔들이 가지런하게 놓여있음을 발견하고서
모든것이 한순간에 무너진듯한 당혹함과 절망, 그리고 극도의 전율까지 스쳐진 순간의 표정 ....
그 절묘한 연기에 몇번이나 되돌려 보기도 했다.
마지막은....
로라의 직감처럼 남편 마틴의 냉혈한 미소와 겨누어진 총구가 다가서는데
우연히 찾아온 벤의 등장으로 마틴과 결투를 하지만 벤은 한방에 쓰러지고,
격렬한 몸싸움에 떨어뜨린 총을 거머쥐게된 로라는 마틴을 향해 총을 겨누지만
마틴은 결코 너는 나에게 총을 쏘지 못한다며 다가서는데
로라는 경찰에 침입자를 죽였노라는 통화와 동시에 마틴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그가 살아있는 한 마틴의 집요한 집념으로부터 결코 벗어날 수 없다고 느낀 것이다.
끝....
아래 이 장면.... 연기가 소름끼칠정도로 실감났다.
침입자가 전남편임을 알아차리고 극도의 공포와 전율이 겹쳐진 순간의 얼굴표정
다가오지마! 이제는 너에게서 벗어날테야.... 탕, 탕, 탕!
영화를 보고나서....
은근 지난 내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젊었을적 한때엔 반듯한 오와 열, 각과 날선 주름을 잡았던적이 떠올려지면서
그당시에는 집사람이 꽤나 눈치보며 피곤해 했겠구나 싶은 마음이 .....
내 이럴줄 알았더면(미리 알았으면) 안살았을걸~~ 했을수도 ㅎㅎㅎ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지만 어찌 남남끼리 사는게 찌우뚱 짜우뚱 안할수가 있겠는가?
햇수가 더해지고 나이가 들면서 맞춰사는게 훨씬 더 낫다는것을 터득하였음이....
물론 지금은 전혀 상관없이 같이 어지르면서 산다. 헛허허허
오히려 어쩔땐 "내가 이나이에..." 하면서 나를 다구치기도 한다.
컵 초 .....
햇수로 꽤나 오래되었다.
역시 나이는 못속여..... 이제 떠나 보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미치자 연민이 저미어온다. 같이 해온 세월이 얼만데.....
그래, 좀더 가자~
텐트를 걷은후 아침 산책
코끝에 산바람이 쐬한 기분은 그냥 좋다^^
별다르거나 대단한것이 아닌 일상속에 소소한것들이 편하고 좋다.
살구꽃?, 개나리....철쭉꽃봉오리.....
코로나 때문에 긴장된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내려놓는다.
아직은 거리두기 기간이라서 주의를 하면서 잠시 숲그늘에서 쉬다 왔다.
이제 코로나 확진자도 많이 수그러 들었다지만 그래도 끝까지 조심을 하여
서로간에 피해가 되어지지 않아야 할것이다.
1박 2일 ....배꼽다리에서
2020. 4. 25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
첫댓글 빠르게 스케치로 봅니다. 왜그런지 모르겠지만 글에서 사진에서 애수가 느껴집니다.
여러가지로 내공을 느끼면서 빠르게 그러나 천천히 눈에 담아봅니다.
아니... 손글씨체가 너무 이쁘십니다.
적과의 동침 정말 오래전에 봐서 생각도 안났는데, 줄거리를 읽어보니 아주 새록새록 섬뜩함이 되살아 났습니다.
아~ 캠핑을 언제적 했드라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근데 왜 사진을 보니 제가 힐링한 기분일까요? 감사합니당^^
목련이 떡국떡 튀김을 닮았다는데서 빵 터집니다.ㅎㅎ
나이들이 이처럼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텐데...ㅎㅎㅎ
까망가방님의 홀로 야영은 오래토록 계속되시길...ㅎㅎ
풍부한 감성과 지적 소양의 흔적들이 켜켜이 쌓여있네요.
배꼽다리만 해도 벌써 한 일곱 번은 다녀오신 듯.
뭔 사연이 있을 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