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가 밝아지면 흰 가운을 입고 뿔테 안경을 쓴 사람이 챠트를 보며 앉아 있다.
" 흠....."
노크 소리
"들어오세요"
세련된 도시적인 이미지의 여성이 들어온다. 높은 하이힐, 크림색 투피스 정장, 살색 매니큐어가 눈에 띈다
" 어서 오세요 자 여기 편안히 앉으시고"
여자는 의자 끝 모서리 쪽에 앉아 있다 불안한지 손끝이 계속 움직인다..
" 자 여기 따뜻한 차 한 잔 드세요"
여자는 말없이 차만 바라보고 있다
남자는 아무런 말이없이 조용히 차만 음미하고 있다..
"제가 혼자 있기 적적해서 음악 좀 틀겠습니다 괞찮겠지요? "
여자는 계속 말없이 차만 바라보고 있다
음악이 흐른다 부드러운 째쯔 음악이다
남자는 챠트를 보고 있다 챠트 넘기는 소리만 조용히 들린다 음악과 함께..
"챠트 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시군요 친구들도 많으시고 직장도 있으시고
남자친구도 있다고 되어있군요"
"음 보자... 영어 실력도 있으시고 ....."
"공허해요..."
여자의 목소리는 아주 조용히 얘기하듯이 한다
"네? "
"공허 하다고요.."
"................"
"모든 것들이 공허해요..친구들을 만나도 잠시뿐 모든것들이 무기력합니다..."
"언제부터 그러셨는지......? "
"언제부터일까요? 제가 이렇게 무기력해지고 모든것들이 의미가 없어졌는지..
어느 날 문득 느낀 거 같아요...어느 날 문득"
"무기력 해지는 것이 오래되셨나요? "
"오래 되었던 거 같기도 하고.."
주먹을 말아쥐며 허공을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이 참 애처롭다
"사람들은 누구나 고독하고 공허해합니다...군중 속에 고독을 느끼시는 분들이 참 많지요...."
여자의 시선이 남자를 향한다..하지만 눈동자에 열기가 없다 죽어버린 눈빛이다..
마치 회색빛 늪처럼...
"아니요 전 그러지 않았어요..항상 활달했고 주변에 친구들이 끊이지 않고 있어주었죠
가족들과도 친구들과도 제 남자친구인 그이도 있어 전 행복했었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아요 모든 것들이 시들해졌어요 일도, 사랑도, 친구마저도 ..
제가 왜 이렇게 변했을까요 선생님"
"이유가 무엇이라고 본인은 생각하시는지요"
"모르겠어요 아무것도.."
"그럼 처음 일이 하기 싫다고 느끼신 적은 언제입니까?"
여자는 의자 등 뒤로 몸을 기댄 후 머리를 올려 허공을 바라본다 마치 꿈꾼듯한 눈빛으로..
"전 제일을 사랑했어요,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는 것을 좋아했었죠.제 성격은 한번 목표를 두면 물러서지 않았어요
제가 일을 할 때는 정말 "몰두" 라는 단어만 떠올릴 만큼 일에 대한 욕심이 강했어요..
회사에서는 그런 절 눈여겨보고 있었죠
전 승진이 남보다 빨랐고 입사 동기들 중 제일 먼저 간부에 오르게 되었어요"
남자는 말없이 듣고 있다
"그래요 친구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수도 있었겠지요 프로젝트가 잡히고 나서 팀원들을 꾸리고 일에 매진할 땐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가 없었어요 빨리 끝내고 친구들과 일 걱정 없이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었죠
그전에 친구들을 만나 봤자 머릿속에 일만 생각하니 전 몸만 와 있는 느낌이었어요 그게 싫었거든요"
"모든 일에도 그렇게 몰두를 하셨나요?"
"네? "
"아니 말하자면 인과관계도 그렇게 몰두를 하셨는지?"
여자는 이해를 못 하는 눈치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불완전한 존재로 태어납니다 저는 신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왜일까요?
왜 신은 우리를 불완전하게 만들었을까요? 왜 우리는 완전한 자를 꿈꾸며 살아가는 것일까요?
그건 신이 우리를 불완전한 자로 만들었기때문에 완전한 자를 꿈꾸며 살아가는 겁니다
아기들은 태어나서 정상적으로 걷기까지는 2000번을 넘어져야 합니다 엄마가 일으켜 주겠지요
넘어지고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걷기 싫다고 하지도 못하죠 그저 무조건 연습만 합니다
그건 본능이기 때문이죠 완전하게 걷고 싶다는...
모든 사람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늘 인생을 완전하게 살아가려 발버둥을 치게됩니다 하지만 아기가 넘어졌을때
아이는 금방 일어날수 있습니다 왜일까요?"
차를 만지작 거리며 얘기를 듣고 있던 여자가 남자를 쳐다보면 말한다
"엄마가 늘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
"교감"
"네?"
"교감 때문입니다 아기는 엄마와 늘 교감을 하죠 서로의 눈빛을 바라보며 말을 않할뿐이지
눈으로 얘기를 다할 수 있습니다
아니 울음소리로도 뜻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습니다 바로 엄마와의 교감 때문이죠..."
"네..."
"하지만 교감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기는 아무리 울어도 엄마는 모를 것입니다 둘 다 불행한 일이죠
한쪽은 뜻을 전달받지 못해서 한쪽은 뜻을 전할 길이 없어서...."
남자는 목이 타는지 차를 마신다
"만약 한쪽이 너무 지쳐 교감하기를 포기한다면 어떻게 될까요...아이가 아무리 울어도 엄마가 모른다면
아마 아이도 언제 가는 울지도 않고 서서히 죽어갈 것입니다..끔찍하죠..."
남자가 여자를 지긋이 본다
"지금 환자분께서는 감정이 죽어버린 상태라는 겁니다"
"네?"
"주위의 모든 분들과 감정의 교류 없이 자기의 감정으로만 모든 일에 매달렸기 때문에 상대방과 아무런 얘기를
나눌 수가 없는것이죠
자연적으로 자기를 이해 못 하는 모든 분들이 답답해 보일 것이고 짜증만 나게 될 것입니다"
재밌는 드라마를 가족분과 같이 본다고 생각해보세요 주위의 가족들은 재밌다며 주인공에 얘기하며
서로에게 얘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분은 그날 처음 본 드라마 입니다 물어보다가 지쳐 버리겠지요
대답을 해주는 가족분들도 마찬가지 일 겁니다 당연히 저게 뭐가 재밌어?라는 시선으로 가족분들을 보게 될 테고
그런 당신을 가족들은 답답해 할것입니다"
여자가 이해하기 시작한다, 자기가 그러했으니까
"모든 것들은 똑같이 적용됩니다 사람의 감정이란 주고받아야만 자라나게 되어 있습니다
감정이 죽어버리면 모든 사물이 의미 없이 보이기 시작하는 겁니다"
여자의 고개가 숙여지고 있다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감정을 다시 키우셔야죠..잘자라는 나무처럼...감정의 자람은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오늘부터는 TV도 보시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시고 인터넷도 열심히 하십시오"
"하지만 전 일이 바빠서..."
남자가 무심히 여자를 본다
"일을 왜 하십니까?"
여자가 남자를 빤히 쳐다본다
"무엇 때문에 일을 하십니까? 성공을 위해서 ?"
여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다시 묻겠습니다 성공을 왜 하시려고 하시죠?"
"선생님은 성공하고 싶지 않으세요?"
"전 성공이 아닌 분명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죠..환자분의 그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겁니다만.."
"성공을 해야 부와 명예가 따르기 때문이죠"
남자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 여자를 쳐다보면 얘기를 한다
"보여주기 위한 것인가요 아니면 자기만족을 위한 것인가요"
여자는 고민하다 얘기를 한다
"둘 다 아닐까요?"
"환자분에게 묻겠습니다 어느 날 그렇게 친하지 않은 친구가 찾아와 자기가 성공해서 돈도 많이 벌었다며
환자분을 찾아 왔을때 환자분은 어떻게 대해주실 건가요?"
여자가 무언가를 느낀 것 같다
"그냥 예의상 축하한다고 말해주지 않을까요"
"그런 축하 받으려고 성공하십니까?"
여자는 생각에 잠기는 듯 하다
조명이 점점 어두워지며 무대가 어둠에 잠긴다
그렇게 연극이 끝이 났다. 남자는 마로니에 공원 벤치에 앉아
오늘 혼자 본 연극을 생각한다.
외롭다고 느끼는 감정은 조금씩 자라오다 정신을 차릴 때쯤엔
온몸에 퍼져 있다
지나가는 바람 속에도 한날에 햇살 속에서도
길을 걷다 저 멀리 트럼펫 노랫소리가 은은히 들린다
오늘은 참 보고 싶은 날들인가 보다.
작은 돌개 바람이 낙엽을 가지고 내 앞을 지나간다.
애증의 일기 3. 오늘은 그런 날들이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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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초록지안님..^^
향기방 말고 편지방에서 뵈니 기분이 더 좋네요..^^
애증의일기 처럼 짧은 시적인 글이 아니라서
이야기로 풀어가는 내용인데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네요..^^
고운댓글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평안하시구요..^^
안녕하세여..애증의 일기님^^
연극을 좋아하시는 군여..매우 반가움..ㅎㅎ
저도 대학로엘 자주 가는데 요즘은 바빠서..
오늘도 심오한 얘기 감사드리구여..
즐겁고 멋진 날 되시길여..일기님^^
반갑습니다 눈꽃작은섬님..^^
한때는 대학로에서 살다시피한적이 있어서..^^
저두 꽤 많이 못갔지요 ㅡㅡ;;
세상을 재밌게 살려고 돈을 버는데
돈을 버느라 세상을 재밌게 못사는 희안한 동네에 살아서
그런가 봅니다..에효..
그래도 끝까지 함 달려봐야죠
결과는 어떻게 나와도 나오겠지요
소중한 댓글 감사드리구요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반갑습니다 피아니시모님..^^
요기방은 애증의 이야기로
애증의 일기라 워낙 시적인 단편이라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제 생각인가?..ㅎㅎ)
장문으로 이야기처럼 풀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애증의일기는 향기/에세이방에서 시처럼
애증의이야기는 애증의일기에 나오는 시를 이야기처럼 보여주는 것이죠
하나의 감정을 압축해서 보여주는것은 애증의일기
그날의 감정을 소설처럼 보여주는 것은 애증의 이야기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이방까지 오셔서 댓글 달아주시니 감사합니다..^^
복받을실꺼에요..^^
아 연극이야기군요...
실제 이야기인듯 빠져서 감상했습니다
글을 참 잘쓰시네요~
반갑습니다 헤라님..^^
이야기방까지 와주시고..^^
연극을 좋아해서 이때 본 연극을 각색해서
살짝 올려보았답니다 그날 이 연극을 보고
이 느낌대로 애증의 일기에 적었거든요
애증의 일기와 애증의 이야기는 틀리답니다..^^
고운 댓글 달아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3번으로
을
하시기 음기 입니다
씨잌
그여이 요그까지 흔적을 남기게 하셧구랴
새벽시간이지만
부뉘기 함 풍덩소리내고 들어갔다가 댕겨간다구요
앗! 반갑습니다 윈더스완님..^^
와...이방에서 보니 또 새롭습니다..ㅎㅎ
어떻게 궁금한것이 조금씩 풀려지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윈더스완님이 이야기방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시면
제가 가장 반응을 궁금해 하는 사람중에 하나 입니다..ㅎㅎㅎ
예상치 않았던 반응이 윈더스완님 한테 가끔씩 포스가 느껴져서요..ㅎ
아주 행복하고 재밌답니다..^^
그런데 깜똘 했네요..ㅎㅎ
오늘 하루도 행복해지시구요..^^
연극 잘 보았습니다
요로큼 보는 즐거움도 새롭네요
매일 잘 보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이끼바위님..^^
이연극이 그때 참 의미심장하게
다와와서 아직도 기억이 생생했었답니다..^^
기억을 되살려서 적어 봤는데
재밌게 보셨다니 다행이네요..
댓글 감사드려요..^^
오늘 밤도 평안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