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예식물 가운데 도시인들이 집에서 즐겨 기르는 식물을 특별히 도시식물이라고 부른다. 도시인들은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도시식물도 선호도에 따라 자주 주종(主種)이 바뀐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야자나무는 부의 상징이었다. 저자도 어릴 때 찍은 사진의 배경으로 자기 집 현관에 놓여 있던 야자
나무를 기억하고 있다. 뒤를 이어 유실수가 도시 정원을 차지했다가, 최근 들어 미세먼지가 화두로
떠오른 뒤부터는 공기정화식물이 단연 인기다.
종은 바뀌었어도 원예식물의 주류는 역시 관엽(觀葉)식물이 독점해왔다. 관엽식물이란 주로 잎사귀
의 모양이나 빛깔의 아름다움을 보고 즐기기 위하여 기르는 식물을 말한다. 대부분 남아프리카‧마다
가스카르‧남미 우림지역 등 아열대기후 지역이 원산지다. 개업식이나 집들이 선물로 가장 선호하는
고무나무‧드라세나‧디펜바카 등이 여기에 속한다. 관엽식물은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되고 음지에서
도 잘 살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바쁜 인재들이 모인 미국 NASA에서도 애용되고 있다.

암스테르담식물원은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관엽식물을 보존‧연구하고 있다. 특히 야자나무類를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다. 암스테르담식물원의 大온실은 세계에서 가장 큰데, 건축물만으로도 매우 유명
하다. 여기에는 세계 각지에 자생하는 모든 종의 야자나무가 재배‧연구되고 있다. 이에 반해 영국의
큐 가든이나 우리나라의 창경궁 大온실은 야자나무를 화분에 심어 보존하고 있기 때문에 관상용으로
보관만 할 뿐 연구는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좀 다른 얘기지만 천연자원에 관한 우리나라 관료들의 의식수준은 세계 최저다. 구상나무는 우리나
라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종인데, 현재 지리산을 중심으로 구상나무 군락이 떼죽음을 하고 있지만 대
책은커녕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도 하지 않았다. 세계적인 희귀식물이 멸종하든 말든 돈 안 되는 일에
는 전혀 관심이 없다. 유치원 건물이 무너질 것 같다는 서면신고를 받고도, 메르스 의심증상이 있다
는 긴급전화를 받고도 담당 공무원들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현장에 나가봐야 생기는 게 없
기 때문이다. 드라마 《미스트 션샤인》에서 미국 해병대위 유진 초이는 ‘나라를 빼앗기면 되찾을 수
있지만 내어주면 되찾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이 나라 관료들은 매일 나라를
패망의 神에게 내어주고 있다.

모든 연구가 마찬가지지만 식물 연구도 기록으로 시작하여 기록을 마무리된다. 위치를 모르는 곳에
서 희귀한 식물을 발견하면 가장 먼저 사진을 찍어놓고 GPS로 위치를 확인하여 기록으로 남겨두고
일을 시작한다. 그래야 다음에 다시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주변을 관찰하여 그곳이 그
식물의 군락지인지를 확인한다. 그러고 나면 ‘식물학 그림’을 그리고 필요하면 적당한 개체를 골라
채집도 한다. 연구실로 돌아오면 그 식물에 관련된 다른 기록들을 찾아보고 DNA를 채취하고 표본을
만들고 로열티와 관련된 작업도 해야 한다. 외국에서 개발한 식물을 사용할 때는 그때마다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나는 한 다발 먹을 때마다 왜국에 로열티를 지불한다는 기사를 읽고 즐겨 먹던 팽이
버섯을 끊은 적이 있다.
열대와 아열대지방에 고루 분포하는 야자나무는 대표적인 관엽식물인데, 세계적으로 2500여 종이 등
록되어 있다. 물론 다른 종과 마찬가지로 야자나무 역시 상굿도 지속적으로 신종이 발견된다. 동양인
들은 대체로 소나무나 전나무 같은 침엽수를 좋아하고, 서양인들은 야자나무 같은 활엽수를 좋아한
다. 야자나무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 가운데 하나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로운 작용을 해왔
다. 경제적으로도 쓰임새가 다양하고 공기 정화효과도 뛰어나다. 동양인들도 야자나무를 좋아하게
되어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고루 인기가 높다.

야자열매의 과육은 술‧음료‧기름‧과자‧약품‧화장품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는데, 맛과 향과 영양
이 풍부하기 때문에 계속 용도를 넓혀가고 있다. 열매의 껍질은 섬유자원과 연료로 쓰이며, 잎으로는
옷과 모자를 만들고 열대지방에서는 지붕을 덮는 데도 사용된다. 공작야자‧대왕야자‧카나리아야자‧
코코야자 등은 관상용으로 우리나라 온실에서도 많이들 기르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제주에서도 열대
수종인 야자나무를 가로수로 심어놓은 건 글쎄, 바람직한 현상만은 아닌 것 같아 바라보면서도 씁쓸
해하던 기억이 있다. 다양한 용도만큼이나 세계 각국에서 여러 방향으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관엽식물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야자나무의 품종 차이는 잎의 모양에 따라 구분된다. 사람들이 드넓
은 잎을 좋아하기 때문에 잎을 중심으로 개량이 진행되어온 결과다. ‘식물학 그림’을 그릴 때도 잎을
가장 자세하게 그린다. 그리기 전에 잎의 길이와 너비를 재서 비율을 세심하게 조정해야 하는 경우도
야자나무뿐이다. 잎이 넓기 때문에 표본을 만들 때는 한꺼번에 신문지에 쌀 수가 없어 적당하게 조각
을 낸 뒤 따로따로 포장해야 한다. 야자나무의 ‘식물학 그림’을 제대로 그리기 위해 동남아를 찾아가
스케치를 하고 표본을 조심스럽게 채집하여 가져올 때마다 아하, 동양인에겐 역시 침엽수가 제격이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는 농담도 잊지 않았다.
출처:문중13 남성원님 글
첫댓글 야자나무의 기여가 관상 뿐 아니라 인간의 생활사에 큰 몫을 차지하는 이로움을 주고 있습니다. 근간 주변 산행로에는 거의가 코코넛 야자나무 껍질로 만든 산길포장재로 활용되어 걷기에도 좋고 그리고 흙 색갈과 비슷하여 미관도 해치지 않습니다. 나무의 고마움이 한없이 이러한가 합니다.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