걍 잘라 말해보자면 나도 개고기 문제에 대해 딱히 할말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
나, 개고기 잘 먹는다(아니, 한때는 잘 먹었었다).
억지로 찾아가며 먹는 편은 아니지만, 주위 어른들이 권하거나 같이 먹을 기회가 생겨도 절대 빼거나 그딴 거 없었다.
원래 음식을 가리는 편도 아니고 주면 뭐든 먹는다는 마인드로 살다보니 개고기 또한 그랬다.
헌데, 나한테도 의식의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된 적이 있었는데, 한적한 시골 마을 산길을 산책하던
어느 초여름날이었던가 뭐 그랬다. 산길 맞은편에 꽤 큰 농장이 있었다. 산길과 맞닿은 부분엔 상당한 규모의
개목장(?)이 들어서있었고 말이지. 차근히 주위를 둘러보며 철조망으로 둘러쳐진 개 우리 앞에까지 나아가보고
호기심에 달려드는 강아지들 손도 줘보고 쓰다듬어도 보고 뭐 그러고 있는 동안에 농장 주인 출동 ㅎㄷㄷ
주인이 날 경계하는 눈빛으로 보는 게 꺼림칙해서 잠시 자리를 피하고 옆길 오두막 부근에 다녀와서 보니
우리 안의 분위기가 완전히 돌변해 있는 것이 나에게도 느껴지더군. 이미 건너편 평상에선 이제 막 주인에 의해
끌어내려진 듯한 도사견 한마리가 온몸에 피칠을 한 채로 누워있었고 주인은 날이 시퍼렇게 선 칼로 녀석의 다리를
잘라내고 있었다. 생각지 못한 참혹한 광경에 고개를 돌려 우리 안을 바라보니 그 또한 가관이다.
왜 그런 거 있잖아, 꼬마 애들이랑 술래잡기하면 애들이 지 머리만 가리면 남한테 안보이는 줄 알고 어설프게 숨는 그런 거.
그 우리 안의 개들이 딱 그 꼴이었다. 다들 숨소리 한번 제대로 내보지도 못하고 바짝 얼어붙어서는 행여나 주인이 한번
돌아보면 어떻게든 눈에 안 띄려고 기를 쓰고 숨을 곳을 찾아 발발거리다 내가 지나가니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당당하게
면전에서 짖어대며 경계하던 녀석들도 나와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필사적으로 땅을 파제끼며 대가리를 숨기는 거다.
성견이고 강아지고 가릴 거 없이 다들 공포에 질린 눈빛에 사람 냄새만 맡아도 온몸을 격렬하게 떨어대는 몰골이었다.
내가 본 풍경은 그나마 양반이다. 그래도 녀석들은 최소한 정해진 공간의 우리 안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활동했고,
생활환경도 좀 지저분하다 싶을 정도였지 끔찍할 만큼 더럽지는 않았다. 밥과 물도 제법 잘 제공되고 있는 듯 했지.
그런데도 난 녀석들을 보면서 내심 큰 충격을 받았다. 몸을 낮추고 부르면 달려오고, 손을 내밀면 핥아주고,
먹을 것을 내밀면 넙죽 받아먹으며 더 달라고 꼬리를 흔들어대며 애교를 부릴 줄도 아는 것들이 좁은 공간에 갇혀
일정하게 제공되는 먹이만 받아먹으며 연명하다 여지껏 함께 생활하던 동료이자 식구가 끌려나가 눈앞에서 주인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눈앞에서 그 시체가 난도질당하는 꼴을 일상적으로 보는 생활의 연속이라면 도대체 그렇게 희생된
개들의 고기를 얻는다 해서 그게 인간행복의 증진에 어떠한 가치를 더해줄 수가 있다는 것인지 심각하게 되묻기 시작했다.
땡칠이 만수무강이가 안웃게에 올려준 자료뿐만 아니라 이미 각종 언론매체, 블로그, 카페 내 게시물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소비하는 개고기가 어떤 방식으로 생산되고 유통되는지 대강의 경로를 훑어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더이상 정보가 부족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운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이미 개고기를 소비하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지금 자신이 즐기고 있는 이 음식의 재료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내 눈앞에까지 도달하게 되었는지 어림잡아 짐작은 가능할 정도의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고기의 생산, 유통에 관련된 일련의 정보를 나름 숙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별 거부감 없이 개고기를 꾸준히 섭취하고
있다는 사실에도 차분히 들여다보면 분명 모순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 에는 주인공 금자를
억울하게 감방에 쳐넣은 전직 형사의 부인이 금자의 제과점에 들러 사온 케익을 금자가 유아살인범 출신이라는 사실을
전해듣고는 땅바닥에 매몰차게 패대기쳐 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어떻게 살인마의 손으로 빚은 케익을 먹을 수가 있느냐고.
그 부인의 심정에 조금이라도 동의하는 이들에게 되묻고 싶다. 어떻게 생명 가진 것들의 존엄성을 그렇게까지 철저하게
짓밟으며 오로지 자신의 영리만을 위해 다른 가치 일절을 팽개친 자의 손으로 만들어낸 고기를 먹을 수가 있느냐고.
그거랑 이건 다른 거 아니냐고? 왜, 전자는 사람 얘기고 후자는 한낱 미물일 뿐인 개에 관한 얘기라서?
난 겨우 그런 정도의 단편적인 층위에서 말하는 게 아니다. 사람이나 개나, 보편적으로 가진 것. '생명' 에 관한 얘기다.
사람이 사람을 사람같이 다루고 대할 수 있게 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공과 희생을 들여야 했던 만큼,
난 앞으로의 인간문명 발전의 길에 있어 그만큼이나 '목숨달린 것들에 대한 최소한의 존엄성 보장과 배려' 가 보다 더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소한의 생명윤리 정도는 지켜가며 뭘 해도 하자는 거다.
제 몸 하나 돌릴 구석 없이 일평생 알만 쳐낳다 죽어가는 양계장의 산란계, 태어나자마자 성감별을 당한 뒤 경제적 가치가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분쇄기에 빨려들어가야 할 운명에 놓여지는 수평아리, 비좁고 지저분한 우리 안에서 평생
주어지는 먹이만 받아먹고 최대한 빠른 성장을 위해 원치 않는 무수한 의료 조치를 겪어내다 최후의 순간엔 온갖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당하는 식육용 돼지들, 그리고 지금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보신탕용 개들에 이르기까지, 아무리 인간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고 희생시키는 존재들이라 할지라도 저들도 생명을 가지고, 자력으로 번식할 수 있으며, 기쁨과 슬픔을
구분할 줄 알고, 경우에 따라선 자신을 길러주는 자의 명령을 알아듣고 수행할 줄 알기까지 하는 이들을 단지 짐승이라는
이유만으로 저리도 비참하게 살다 잔혹하게 죽게 내버려둬야 한다는 말일까? 언제까지 그렇게 살자는 말인지?
난 지금 개가 불쌍하면 소나 돼지, 닭은 안 불쌍하냐 이따위 반론을 받아들일 생각은 없다.
내가 지금 다루고 있는 중점적인 요소가 물론 개고기이긴 하나, 보편적으로 다른 짐승들을 대하는 인간의 자세에 대해
전반적으로 지적질을 해대고 있는 거니까. 마찬가지로, 그럼 넌 평생 불쌍한 짐승들 고기는 안먹고 살거냐, 그렇게 따지면
채소는 안 불쌍하냐 이딴 저질스런 태클도 제발 그만들 좀 하자. 인간적으로 좀 유치하다는 생각 안 드냐?
나 또한 어쩔 수 없는 미물인지라 평생 채식주의자로 살 생각도 없고, 가끔은 고기 맛도 좀 보면서 살아야겠다.
짐승들이 불쌍하면 채소도 마찬가지로 불쌍한지라 평생 물만 먹고 살아갈 수 있는 성인군자도 아니다.
그치만, 할 수 있는 한은 최대한 인간답게 살고 싶다. 나를 둘러싼 내 주위의 모든 것들에 대한 각자의 존엄성을 최대한
인정하고 존중해주고 배려해주면서 간혹 나의 이익과 쾌락을 위해 인간에게 허락된 어떠한 자원을 이용하게 되든
지나치게 방종하지 않고 적절하게 절제하며 행여나 그 자원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다른 생명이 과도할 정도로 부당하게
착취당하고 고통을 겪지 않도록 최소한이나마 견제해 주며 그 과정에서 어떤 하찮아 보이는 것이라도 각자의 가치와
자유를 최대한 보장받을 수 있는 바탕을 열어주려 노력하는 자세는 어느 시대에서건 꼭 필요한 것이리라 자신한다.
겨우 이런 정도를 요구하는 게 그렇게 잘못된 건 아니지 않냐? 아무리 너희 좋자고 무엇을 이용한다 할지라도 최소한의
지킬 건 지켜가며 해먹자는 건데 이런 정도의 합의조차 정당하게 이뤄지기 힘들 거라면 무슨 얘긴들 할 수 있겠냐.
개고기를 먹지 말자고 주장하려는 건 아니다. 개가 특별히 다른 가축들에 비해 월등한 가치를 지닌 것이기라도 한 듯이
포장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목숨 달린 것들을 그렇게 비참하게 학살해 가며 얻어낸 식량이 그리 간절할 만큼 오늘날의
인류가 뭐 엄청난 대재앙의 상태에 있는 건 아니지 않냐.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가장 행복할 수 있을 짐승들을
인위적으로 공장형 생산체계에 가두고 카니발리즘을 강요해대야 간신히 먹고 살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 않냐.
아무리 인간이 아닌 짐승들에 해당하는 얘기라지만, 목숨 달린 것들을 그리 비참하게 죽어가도록 만들어 놓고 인간다움을
부르짖는 것도 내 눈엔 상당히 우습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우린 때로는 짐승에게 고기를 얻어야 하고, 젖을 짜내야 하고,
가죽을 벗겨내야 할테지만, 당장의 비용과 채산성의 문제에 매몰되어 희생되는 축에 지나치게 큰 짐을 지워버리는 건
지구라는 하나의 행성을 메꾸고 있는 같은 생명의 관점에서 지극히 부당하다 생각한다. 이제라도 이같은 폐단을 줄여보자
하는 생각이 차츰 커지고 있고, 그 화두의 앞머리에 개고기 문제가 걸려있다. 당장 소비자 입장에서도 불쾌해질 법한
위생문제도 달려있고, 생명윤리의 문제도 걸려있으며, 하다못해 사회문화적인 문제들까지 줄지어 걸려나온다.
이렇게까지 말썽많은 식품을 굳이 얻으려는 이유가 뭘까 가끔 궁금해진다. 중독성분이라도 있는 걸까?
말이 길어졌다만, 난 개고기 논란이 발전적으로 확대되어 이것이 한국의 식육용 가축들의 사육 실태에 대한 전반적인
제고와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줬음 한다. 또한 더 많은 이들이 생명을 대하는 인간들의 이기적인 작태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뭔가 작게나마 의식의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계기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하자면, 제발 좀 그렇게 짐승새끼들 걱정할 시간에 사람 걱정도 해보라는 따위의 말들은 좀
안나왔음 한다. 아무렴, 말 못하는 짐승들 생각도 이만큼 하는데 사람 생각은 오죽이나 많이 하고 살겠냐?;;
첫댓글 식용가축의 사육 환경이 문제다! 라고 해야지
개고기를 먹는게 문제다! 라고 하진 말자는거지.
22 법적으로 개고기도 축산품에 넣어서 정해진 곳에서만 도살시켜야되는데 몇몇 동물애호단체에서 쑈를 하니 이런 판까지 온것임
뭐 딱히 부정할 생각은 없어. 그치만, 적어도 개고기 논란이 확대되면 내가 주장하는 식육가축의 사육 실태 개선과 인식의 변화가 좀더 앞당겨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인지라 난 너희들이 그렇게 경멸하는 동물애호단체들의 행위를 마냥 쑈라고는 보지 않는다. 그리고, 가급적 먼저 바뀌어 나갈 수 있는 게 있다면 그 자체로도 좋은 거라고 봄. 다른 가축들도 문제라지만 어떻든 개 사육상의 문제라도 조속히 먼저 해결이 될 수도 있는 거라면 그걸 거부해야 할 필요가 있나?
다른 것의 생명권을 박탈하겠다는 니 의지가 있다는 전제하에서는 너가 무슨 소릴해도 그 말은 다 개소리다.
ㅋㅋㅋㅋㅋㅋ니같은 식으로 따지면 세상에 토론이 가능할 주제가 얼마나 있으리라고 보냐? 편협한 새끼 같으니. 글을 이해 못하겠음 댓글을 달지를 말던가, 중2병 운운하면 니가 뭐 있어보이지? 같잖은 새끼ㅋ
너같은 놈들은 평생 뜬구름만 잡다가 끊날꺼다 ㅋㅋㅋㅋ 뭘 하겠냐 ㅋㅋㅋㅋㅋ 키보드가 있으니 아가리 파이팅이라도 해야지 ㅇㅇ
말을 섞을 가치가 없는 새끼구만. 할 말이 없음 걍 아가리 닥치고 꺼져 좆병신새끼야. 왜 니 얘기를 나한테 하고 그래. 지금 니새끼가 하는 말이야말로 이러저러 할 바에야 말을 꺼내지 말라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자 이딴 개지랄염병질의 궁극, 결과적 보수주의 아니냐? 고작 그따위 마인드로 사는 주제에 뜬구름이 어쩌고 어째 ㅋㅋㅋㅋㅋㅋㅋㅋ 니같은 새끼가 어디 가서 쓸모가 있을 거라고 보냐?
이야 여기 또 상아탑의 현자님 하나 납시셨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에 글 한번 내가 써야겠다
<엠피 3 다운로드는 저작권 보호법에 위배되므로 다운 받지 맙시다. ㅇㅇ 아 근데
님들 요즘 아저씨 dvd화질로 올라왔나요?>ㅋㅋㅋㅋㅋㅋ
'모순'이라는거다 이 멍청아 한 단어로 말해야 알겄냐
무뇌아 새끼 ㅋㅋㅋㅋㅋ
멍청한 것도 정도가 있어야 상대를 하든말든 하지 이건...;; 걍 꺼져라.
동감한다. 육류의 섭취는 불가피하지만 만약 해야한다면 육류를 제공해주는 동물에게 가능한 따뜻한 죽음을 맞이하게 해줬으면 좋겠어. 비단 개뿐만이 아니라 돼지, 소, 닭 모두를 통틀어 이야기하는말임. 시발 그냥 무기질을 고기로 만드는 기술이나 누가 만들었음 조켔당 ㅠㅠ
식용 가축이 따뜻한 죽음을 맞이하도록 하면 지금 우리가 먹는 고기 가격이 얼마나 오를지...그냥 콩이나 까잡숴
그래도 너무 가엾다. 이런 생각이 인간의 오만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가엾은건 가엾은거임.
나도 아무리 하찮은 미물이라도 일단 생명인만큼 어느정도의 존엄성은 존중해줘야한다고 생각한다...아무리 소, 개, 돼지지만 공장기계같이 효율성을 따지며 취급하여 좁은 우리에 가둬서 알만 취하고 고기만 취하는 것은 최소한의 생명에대한 존중도 없는 것 같다...
윗글 보면 아 고기 먹으면 안되겠다 싶지만 막상 또 고기 먹으면 맛있고 (물론 개고기는 안먹음 멍멍이를 키워봤기땜에)..
어찌보면 우리가 먹이사슬에서 위에 있기때문에 먹는거라고도 볼수있지않을까? 물론 무조건적인 학대나 학살은 안되겠지만ㅠ
너의 글 하나하나가 다 보석같다..정말 개념있는 훌이다..내가생각한게 그대로 적혀있네..고맙다,,.몇일전 동물 구조활동때 화곡동 재개발지역에 프랭카드가 이렇게 써있더라.."나도 인간답게 살고싶다..생존권을보장하라"라고 철거민들이 데모하고있는데 그 화곡동 철거민들이 지나가는 유기견들잡아놓고 산채로 뜨거운물에넣고 삶아지면 소주한잔하고,어미개가 새끼를 계속낳게하고 어미가보는앞에서 새끼를 칼로 찍어 반찬만들고..그런장면을보면서 지들은 인간답게 살기를 원하면서 인간다운짓을 안한다는거..이게 큰 모순이지..아무튼 너같은 훌들이 많아졌으면하는 작은 소망이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