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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초하는 ‘MB노믹스’ | |||
경향신문 2008년 11월 1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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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출범 1년도 안돼 성장률·일자리 ‘반토막’… 국민소득은 1만달러대로
이명박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MB노믹스’가 출범 1년도 안돼 좌초하고 있다. 정부는 6% 성장률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올해 4·4분기 성장률은 3%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창출 목표는 20만개를 제시했지만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고 있으며,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2만달러에서 올해는 1만달러대로 추락할 것이 확실시된다. |
물론 이런 경제 성장의 실패는 이명박 정권의 직접적인 책임은 아니다. “다시 한번 아시아의 경제 발전소(한국)는 다른 곳에서 시작된 국제 금융 전염병에 위협을 받는 듯 보인다. 지난 번엔 태국 바트화로 시작되었고, 이번 위기는 월가에서 시작해 이미 아이슬란드와 우크라이나 같은 한국보다는 잘살지 못하는 나라들을 제물로 삼았다.” (인터네셔널 헤럴드 트리뷴)
다시 말해 한국은 자체가 야기한 문제가 아니라 외부의 충격에 그만큼 약하다는 말이다. 이는 우리 경제가 지나치게 수출/무역 등의 대외 여건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충격에 약한 한국 경제를 살리는 길은 무엇이며 장래의 안전을 위하여 어떤 교육을 하고 어떤 인물을 배출해야 하는지 한번 생각해 보기로 하자.
본론 1 : 은행들의 자금회수
앞에서 인용한 ‘인터네셔널 헤럴드 트리뷴’ 2008-10-24일자에 의하면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 경제 침체로부터 귀결되는 “가장 큰 우려는 세계 신용위기가 한국의 은행들에 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인데, 이 나라 은행들이 중국이나 일본 은행들보다 해외 차입에 더 심하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신용시장이 말라붙으면서 한국 은행들은 만기가 다가오는 대외 채무를 갚기 위해 앞다투며 달러를 찾아 나섰다. 한국에서 가장 큰 은행 중 하나인 우리은행은 지난 달 리만의 붕괴 후 갑자기 달러를 빌릴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한 은행 간부가 말했다. 그 은행 외환거래실의 딜러들은 새 대출을 구하러 큰 외국은행에 미친듯 전화를 걸었으나 "안 된다"는 퉁명스런 말만 들었을 뿐이라고 정현진 우리은행 자금조달시장부 상무가 말했다”.
한국 은행들은 10년전 외환위기 때의 행동을 다시 반복한다. 그 때도 ‘종금사’(종합금융상사)나 ‘단자회사’(단기자금은행) 같은 제 2금융권을 비롯한 은행들이 값싼(이자가 낮은) 해외 자금을 빌려와서 국내 기업에 대출해주는 관행을 되풀이하다가 국내 기업의 부실과 더불어 달러 기근에 시달렸고 마침내 국가부도라는 단군이래 초유의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당시 종금사들은 땅집고 헤엄치기 같이 쉽게 돈을 벌었다고 한다.
필자가 볼 때, 이번 한국의 금융위기 역시 그 본질은 같다. 해외의 값싼 달러와 엔화를 국내에 들여와 그보다 비싼 이자를 받으면서 국내 기업에 대출해 주다가 환율이 갑자기 폭등함에 따라 외화부채를 갚을 수 없는 함정에 빠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은행은 만기가 도래하는 외화 차입금상환 압력에 시달리게 되고 국내 기업에 대해서는 기존 대출을 많이 회수하는 경우에 이르렀다.
“2005년 이후 대규모로 주택담보대출 자산을 늘이면서 채권(은행채)을 발행해 대출 자원을 마련해 왔지만,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기존 대출을 회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빚내서 대출을 내준 은행들이 자금난에 몰리자, 기업들에게 내준 자금을 다짜고짜 거둬들이고 있는 것이다.”(조선일보 08-11-3)
이런 까닭에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더욱 심각해지고 한국 경제의 검은 구름이 길을 막고 있는 실정이 된 것이다. 여기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미흡하고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
본론 2: 기억력 상실에 대한 분석
10년전 그토록 경제/금융위기와 재앙을 통하여 두들겨 맞고 나서도 똑같은 오류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의 실수로부터 교훈을 배우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문제에 대한 통찰 없이는 제2, 제3의 IMF환란이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따라서 필자의 견해는 이번 한국의 금융위기, 금융불안, 은행위기는 경제적으로만 봐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에 도달했다. 기억력 지속시간 3초의 물고기 마냥 한국의 은행인들, 기업가들, 정치인들 그리고 학자들은 그들의 깜빡증, 망각증 때문에 아무런 역사적, 시간적인 진보를 할 수가 없다.
이는 한국사회와 한국교육이 자립적, 독립적인 인간을 키우는데 실패했다는 뼈아픈 사실을 반영한다. 시험공부 그것도 다가오는 입학시험, 중간고사 혹은 광적인 암기력에 의존하는 각종 국가고사 들에 의해서 타성적인 인간이 되어버린 한국인들은 기억과 반성의 능력이 극히 미미하다. 필자가 학원을 운영하기에 잘 아는 것은, 각종 시험공부는 반짝 학습이라는 사실이다. 수험생들은 힘든 시험만 끝나면 그 많은 지식(시험지식)을 몽땅 잊어버린다. 이런 지독한 주입식학습, 압박학습, 암기학습을 한 20년 정도하고 나면 사람은 깜빡이가 되어버린다. 그런 사람은 과거의 경험을 통해서 교훈을 찾으려하지 않는다. 인간의 개성과 자아 역시 경험의 다양성을 상기하면서 이를 하나의 의식으로 형성할 때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강제적인 교육을 오래 받은 사람은 독립적인 자아의 형성이 잘 되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의 미래를 개척할 힘이 없다. 인간은 주어진 문제를 푸는 존재일 뿐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만드는 존재이다. 그러나 수능형의 인간들은 결코 자신의 독창적인 문제를 형성할 수가 없다. 그들은 항상 정답을 찾지만 교과서와 각종 참고서의 정답은 현실세계에서는 없다.
한국의 교육은 기억력 3초의 물고기들을 산출하는 교육이다. 이런 자들이 제 2, 제 3의 외환위기, 은행위기를 만들어 낸다. 한국의 은행들은 스스로의 수입창출 모델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얕은 바다에서 땅집고 헤엄치기만을 하려다가 금융의 쓰나미가 밀려오니 모두 물에 빠져 죽는 형상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멍청한 되풀이를 경험해야 하나?
미래의 발전이란 이처럼 과거의 경험과 데이터를 수집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분석하며 거기서 하나의 새로운 법칙이나 교훈을 도출할 때 이루어진다.
결론 : 새로운 교육을 위하여
지난 목요일(11.13)일에는 전국의 53만 수험생들이 동시에 수능시험을 보았다. 이는 실로 무시무시한 교육적 광기의 분출이다. 53만 수험생들에게는 정답이 있었다. 그 정답이 그들 각자의 삶을 인도할 수 있을까? 모두가 똑같이 사고하고 행동할 때, 이 사회는 죽음뿐이다.
미래의 교육은 각자가 독자적으로 사고하고 결정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독자적으로 사유하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인간을 키워야 한다. 이는 분명 이 나라의 고질병인 학벌주의와 강제학습, 객관식 보기와 정답, 획일적이고 대량적인 각종 시험에서 아이들을 해방시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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