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잠자리에 들때는 보지도 않으면서 책 한권을 손에 쥐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어제는 무심코 서경희 선배의 책을 집어 페이지를 넘기다가, 말(言 )에 대한 좋은 수필이
있어 여기에 올려 봤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읽었을때는 선배로부터 수필집을 받았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요즘 온 세상이 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각하게 해서 그런가 봅니다.
말 (言)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많을까 하노라.
온(百) 놈(者)이 온(百) 말을 하여도 님이 짐작하소서.
말이 난무하고 있다.
가을의 낙엽은 아무리 흩날려도 아름답게 쌓이지만 사람이 하는 어지러운 말은 그렇지 못하다.
말이란 사람이라는 악기를 통해 공명되어 나오는 아름다운 소리이다.
새가 지저귀고 맹수가 포효하듯 우리는 말을 한다.
식물도 들리지 않는 말을 할지 모른다.
그 아름다운 소리인 말이 인간세상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은 말이 빚어내는 묘한 괴력
때문이다. "뼈 없는 혀가 뼈를 녹인다 "는 격언처럼 잘못된 말에는 걷잡을 수 없는 파괴력이
따른다.
얼굴이 고와도 말이 미우면 미운 사람이 되고, 얼굴이 미워도 말이 예쁘면 예쁜 사람이 된다.
평소에 말수가 적은 편인 나는 칭찬도 받지만 오해도 많다. 그래도 남의 말은 함부로 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지키려 한다. 자연히 공인들의 무책임한 말에 나는 지쳐 있다.
말의 본질보다는 지느러미만 잡고 늘어지는 그들의 유영(游泳)은 필요 이상의 물방울로 세상을
어지럽힌다. 춘추전국시대의 한비자는 말더듬이었는데 천하의 제후를 설득했고, 말 못하는
운보(雲甫 )도 천하의 색상을 다스리는 대화가가 되었다.
말의 생명은 외화보다는 내실에 있다.
그래서 누군가가 말했다. 만약 말에도 세금을 붙인다면 모두가 말을 절제하지 않을까 하고.
아마 그렇게 된다면 우리들 세상에 오가는 말들이 6, 70년대 거리의 차량들처럼 편안하고
부드럽게 오가지 않을까? 그러나 말에는 분명히 세금이 붙는다.
보이지 않는 큰 세금이 반드시 붙어 있다. 그것은 말을 한 사람의 인격이라는 세금이다.
말은 흩어져가면서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그 사람의 체취를 풍기며 떠다닌다.
말은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되어 오래오래 그 사람을 기억나게 한다.
나의 말 속에는 나라는 무거운 인격의 세금이 붙어 있다.
누가 그 세금을 함부로 낭비할 것인가!
.
첫댓글 말에 대한 내용에 깊이 공감합니다.로 없었습니다.한 관심과 애정이 느껴집니다.
평소에 말이 적고 주로 듣는 쪽에 있다보니 말 때문에 곤란한 일은
43회엔 여동생이 있어 더 각
네...선배님께서도 말씀이 별로 없죠?
요즘 어델가나 말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요. "비밀번호" 속에 좋은 수필이 많이 있어
가끔 카페에 올릴려고 합니다.~~~
옥희친구 옥덕언니 안녕하세요. 두 사람 모두 성실과 과묵의 표상이 어찌 그리 같은지... 금방 알았어요.
'말' 예쁘게 하면 정말 예쁜데! 버럭..와락...우리 경상도 사람 특히.. 항상 '말'을 반성하며 삽니다.
말을 함부로 하다가는 큰일 나지요. 말로서 사람을 죽였다 살렸다하는 마력을 가졌으니까...
반대로 적시, 적소, 적절한 말은 그 사람에게서 빛이 나지요... 조심할께요
이왕살다가는 생 좋은말해서 좋은평판으로 기억되는사람되면좋으련만...정말 젊은혈기에는 더 안됬던거같은데..
요즘은 이렇게 글을 올리다보면 나스스로 말의 선악을 구별하게되서 조금씩 언어의 순화가오는듯도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