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양말
서수인 글, 그림
208㎜×252㎜ | 양장 | 56쪽 | 2024년 9월 9일 | 17,000원 | ISBN 979-11-93138-50-2 77810
주제어 구멍, 결점, 별, 우주, 자아
한줄카피 감추지 않아도 돼, 네 구멍은 우리의 별이야
우리는 모두
어딘가 하나쯤은 구멍 난 존재야
하지만 그거 알아?
구멍이 없으면 빛도 들어올 수 없다는 걸
구멍 난 양말이라니. 너무 부끄러워!
‘오, 신이시여. 어째서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요!’ 장난이 아니라 진짜로 큰일 났다. 학교에서 열심히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바닥에 떨어진 연필을 줍다가 봐 버리고 말았다. 내 양말에 커다랗게 난 구멍을! 이럴 수가…. 구멍 틈새로 쏘옥 빠져나온 저 뭉툭한 엄지발가락이라니, 으아아 너무 부끄럽다! 혹시 벌써 누가 본 건 아니겠지? 다른 친구들 중엔 아무도 구멍 난 양말을 신은 애가 없는데, 이 우주에서 구멍이 난 건 나뿐인 것만 같다. 만약 이 구멍을 친구들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난 엄청난 놀림거리가 될지도 모른다. 오늘부로 ‘구멍 난 양말’이란 별명이 생길지도 모른다. 매일 밤 떠올리며 이불 킥할 흑역사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상상할수록 두 다리가 달달 떨린다. 그것만은 절대 안 돼!
이 구멍,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어!
『구멍 난 양말』은 어느 날 우연히 양말에 난 구멍을 발견한 주인공이 필사적으로 구멍을 감추려 노력하는 이야기를 컷 만화 형식으로 재치 있게 풀어낸 그림책입니다. 나도 모르던 구멍의 존재를 발견했을 때 아이가 느끼게 되는 당황스러움과 부끄러움, 주변의 시선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역동적으로 펼쳐지지요. 이런 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대체 구멍 하나 가지고 왜 이렇게까지 부끄러워할까?’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이가 있다면, 잠시 눈을 감고 떠올려 보세요. 남들은 작디작다 여길지 몰라도 나에게만큼은 어마무시하게 여겨졌던, 나만 아는, 나만 알고 싶은 나의 단점 혹은 결점이 없었는지를요. 아! 혹시 방금, 쥐구멍으로 숨고만 싶었던 어느 찰나가 떠오르진 않았나요? 네, 작가는 바로 그와 같은 순간, 우리가 이 땅에 태어난 한 존재로서 공유하고 있는 한 가닥의 ‘부끄러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랍니다.
감추지 않아도 돼,
너의 구멍은 우리의 별이니까
그런데 주인공처럼 우리가 마냥 감추고만 싶어 했던 바로 그 ‘구멍’은 이 이야기 속 작가가 그려낸 세계 안에서 별안간 해방을 얻습니다. 구멍이 구멍이면 구멍이지 해방은 대체 무슨 해방이냐고요? 뻥 뚫린 구멍을 감추고 감추려다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못 견딘 주인공이 마침내 “야아, 나는 구멍 난 양말이야!”라고 속 시원하게 외친 순간, 우리의 주인공이 맞이한 건 걱정했던 대로의 비웃음과 멸시가 아니었습니다. 주인공의 고백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오는 친구들, 그리고 그 친구들 각각에게서 비치는 휑한 무언가··· 뭐지? 잘못 봤나? 저것도··· 구멍이잖아!
“너··· 구멍 난 양말이었어? 사실은··· 나도 구멍이 있어!”
그런데 더 이상한 건, 바로 그 구멍으로부터 비쳐 들어오는 눈부신 빛줄기의 향연입니다. 아, 그때서야 우리는 알게 됩니다. 이 구멍이야말로, 빛이 오고 가는 통로라는 것을. 이 작고 소중한 구멍들을 애써 가리려 하면 오히려 우리의 우주는 빛 한줄기 없는 깜깜하고 영원한 밤이 될 거라는 것을요.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불현듯 구멍 사이로 느껴지는 시원한 바람. 그래요, 방금 우리들의 구멍은 해방되었습니다.
저마다의 별빛이 모여 찬란히 빛나는 소우주 이야기
우주의 외계 행성을 배경으로 각양각색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담긴 이 책은 서수인 작가가 세상에 선보이는 첫 그림책입니다. 이 이야기에는 저마다의 구멍을 지닌 독자들이 아무 근심 없이 속 시원히 웃을 수 있도록 즐거움을 선물하고픈 서수인 작가의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 문득 고갤 들어 바라본 밤하늘의 별이 반짝이고 있다면, 그건 바로 저 먼 우주 꼭 나와 당신처럼 구멍 난 친구들의 웃음소리랍니다. 친구들이 모두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한 채 까르르 까르르 웃음 터뜨릴 때에, 구멍 사이사이 흔들리는 빛이 우리의 눈과 마음에 닿은 것이지요. 그때, 우리는 함께 기억할 수 있습니다. 나에게도 있고 너에게도 있는, 모두가 다양하게 지닌 그 빛이 모여 숨 쉬는 세상은 무척이나 아름답고 애틋할 수 있다는 것을요. 부족한 점이 있어도 우린 그 자체로 아름다운 별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가 가진 구멍 난 양말들이 오늘도 내일도 반짝이고 또 반짝이도록 그 빛을 소중히 어루만져 볼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 속 주인공과 친구들이 그랬듯 우리가 서로를, 그리고 나를, 작은 티끌 하나 사라지지 않도록 포근히 안아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작가 소개
글‧그림 서수인
통영에서 태어났어요. 바다를 보며 멍 때리는 게 취미입니다.
어린 시절 이불을 덮고 엄마가 그림책 읽어 주던 시간을 좋아했어요. 어른이 된 지금, 그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좋았던 감정은 또렷하게 남아 있어요.
만들고 싶은 재미난 이야기가 무수히 많아서 매일 그리고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는 중이랍니다. 저의 이야기들로 까르륵 깔깔거리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요.
『구멍 난 양말』은 제가 쓰고 그린 첫 번째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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