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 털 수 박
이 영 일 . 상탄 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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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소리, 희망의 소리 들려온다.’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학교 교문에 내건 현수막의 글귀가 마음을 설레게 하며 한해를 시작하게 한다. 신도시 택지 개발로 탄생한 아파트 단지 내 개교 3년째이며 교육부 지정 인성교육 자율 시범학교 2년 차를 연구하고 있는 학교였다. 새로 지은 중앙 집중식 난방 시설을 갖추고 있는 학교 시설은 쾌적하고 잘 정돈된 실내 환경이 그 동안의 선생님들의 노고가 엿보였다. 그러나 교정은 아직 자리 잡지 못한 정원수들이 조화되지 못한 채 그루 그루의 뿌리내림에 몸부림치는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새 학기 첫날, 어느 해나 버릇처럼 하게 되는 새 설계와 마음 다짐이 시작된다. 5학년 1반 43명과 상탄 초등학교의 한 가족으로서 올해도 나의 특기인 ‘체험중심의 교육환경 조성을 통해 바른 심성을 키워보자’ 첫날의 생각들을 실천하리라 다짐하고 마친 하루였다. 다음 날부터는 교직 27년을 몸에 베인 부지런함으로 7시 반이면 출근하여 실외를 청소하면서 교정을 둘러보며 문제점은 없는지 살피고 아침을 시작하였다. 지난해 동두천시 소요초등학교 재직 때 동두천시 교육청 장학을 담당하시다 같이 부임하신 교장선생님께서 나의 특기를 조금 아셨는지 체험활동 중심의 교육환경조성을 통한 인성 교육을 이곳 상탄에서도 실천해 도심 신설학교의 삭막함을 밝고 맑은 부드러운 교육의 장으로 만들어 보자고 하시는 말씀은 곧 내 생각과 같았다.
체험중심의 교육환경 조성을 실천에 옮겼다. 지난해 수집한 종자, 씨앗구입, 어린이들이 심고자 처음 시작부터 느낌의 장이다. 씨앗을 펼쳐 놓고 관찰하며 씨앗 속의 꿈과 날개를 상상하며 이야기꽃을 피워본다. 자신이 뿌린 씨앗에서 새싹이 나오고 철에 따라 온갖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는 사이에 실습과 관찰 활동을 통해 호기심을 자극하여 식물 곁에 멈추어 쉬어 가며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하였다. 그러면서 변화의 아름다움과 일하는 즐거움을 체험함으로서 나와 남을 사랑하는 마음, 서로 감사하는 마음을 키워 착한 심성을 키워보자는 동기에서 시작한 재배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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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은 살아 숨을 쉬는 교실을 만들기로 하였다. 교실의 음지와 양지를 식물 특성에 따른 배치로 재배 및 관찰 시설로 활용했다. 이른 봄에는 온실 효과를 살려 사각화분에 씨앗 싹 틔우기로 모종 기르기를 하여 본 밭에 옮겨 심을 계획을 조별로 실천하기로 하였다.
양지쪽 창가에는 호박, 조롱박, 나팔꽃 등의 덩굴식물과 해바라기, 봉숭아, 사루비아 등의 화훼식물, 상추, 쑥갓, 배추 등의 채소 작물 등은 모종을 기르게 하고 음지에 관엽식물을 길러 교실의 아름다움에 조화를 살리며 탄소 동화 작용과 햇볕이 너무 쪼여 타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순환 관리요령을 익혀 어린이들이 직접 체험하며 재배 관리하도록 하였다.
어린이들이 좌석도매 주일 앞과 뒤, 좌와 우의 순환 배치로 체형의 고른 발전과 함께 식물의 자람에서 함께 느끼도록 하였다. 식물의 선택은 되도록 우리 꽃을 선택해 우리 정서에 도움을 주도록 했고,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열매채소류와 옥수수, 수박, 참외, 조롱박, 오이, 가지 등을 사이사이에 넣어 가꾸게 했다.
실외 화단은 조별로 재배 계획을 세워 씨앗을 뿌리고, 교실에서 가꾼 모종을 본 밭에 옮겨 가꾸며 실습의 장, 관찰의 장으로 만들었다. 어린이들과 선생님이 이슬 머금은 실습지에서 이야기꽃을 피워가며 시작한 아침의 만남은 아름다운 하루, 보람된 하루가 약속되었다.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등교하면 가방을 맨 체 우리 반이 있는 곳으로 모여 자기가 가꾸고 이름표가 붙은 식물에 물을 주고 가꾸며
“야! ‘ 꽃망울이 보인다.”/“호박에 꽃이 달렸다. /"그건, 암꽃이야.”
"이것은 수꽃이고.”/ “탁구공 크기의 수박에 솜털이 보송보송 나 있어 참 귀엽다.”
흙의 거짓 없는 가르침을 사제동행을 통해 얻어내는 순간들이었다. 실습지의 속삭임은 같이 체험해 보지 않고는 맛볼 수 없는 보람이었다.
교재원이 없는 신설학교의 모습을 사회 친구들의 모임에서 말했더니, 어느 한 친구가 나서서 흙을 마련하여 조성해 주겠다기에 교장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참 고마운 생각이라며 실천에 옮기게 되었다. 참 이렇게 고마운 친구도 있다. 그 친구는 그 후에도 칸나와 달리아 구근 한가마니, 오월쯤엔 우리학교 교화인 사철 피는 장미 100주와 9월말쯤엔 또 국화화분을 35개나 보내주어 어린이들 가슴에 꽃처럼 예쁜 마음이 한해 내내 스며들고 있었다.
지금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나도 작은 일이나마 남을 위하는 삶을 실천하는 교사가 되어야겠다. 여기에다 학부형들의 크나큰 호응이 따랐다. 이 학습장에서 전 교직원과 어린이들 많은 학부형님이 참여한 ‘상탄 한 가족 꽃 심기’행사를 마련하여 제 1회 ‘세계 꽃 박람회’가 열리는 고양시에 위치하고 있는 학교로서 마음의 꽃을 함께 피워갔다.
200여개의 꽃 박스 관리도 누가 시키지 않아도 봉사 활동으로 이루어졌다. 관리하는 어린이들이 다른 반 어린이들도 참여하여 점차 늘어갔다. 운동장 가장자리도 잡초와 싸웠던 지난해의 모습과는 달라진 도심 속에 실습지와 교재원을 마련되어 그 속에서 자율적으로 행한 선행들을 보면서 역시 교육은 시작하는 용기다. 해내고야 말겠다는 끈기가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우쳐 주었다.
가정으로 스며드는 보람을 찾기 위하여 학교에서 실습한 상추와 쑥갓 가꾸기를 가정에서도 사각 화분에 가족과 함께 재배토록 해 수확의 기쁨을 식탁에서 느끼게 하였다. 체험교육을 실천한 결과는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 첫째, 재배의 보람과 수확의 기쁨을 맛보고 생명존중의 사상을 키웠다. 둘째, 분담 활동으로 조사, 협의, 재배. 관찰 학습을 통한 혼자 사는 것보다 사회집단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협동심, 책임감을 키웠다. 셋째, 매일 커 가는 식물의 변화에 여러 요인 즉, 상처, 병, 벌레등의 시달림을 보며 사람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감정과 대비시켜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키웠다. 넷째, 계속적인 재배관찰로 인내심을 키우고, 아름다운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는 학교의 자연 환경 속에서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게 되었다.
열과 성을 다해 보리라 다짐한 시작은 벌써 수확의 계절이다. 1997년의 상탄 초등학교 5학년 1반의 사랑스런 꿈들이 21세기의 주역으로서 참되고 바르게 미래 바다의 항해 되리라 믿는다.
교육부 인성 교육 시범학교 ‘사랑의 열매’원고. 199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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