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환자 방문을 마치고 안성으로 돌아오는 길.
찾아든 선배 환자의 집에서 질식할 듯한 새집증후군에 시달린 몸과 마음이 편편치를 않아
잠시 안성쪽으로 나오는 길목에 자리한 카페 '호미'에 들렀다.
그 호미, 이미 방송을 통해서도 혹은 그곳을 다녀온 지인들을 통해서도 익히 알고 있었던 바
개인적으로 김미화씨에 전할 말도 있고 해서 찾아들었던 것.
마침 그녀가 모처에서 나온 사람들과 인터뷰 중이라 오미자차 한 잔 시켜놓고 주변을 둘러 보았더니
처음에 방송으로 보던 것 보다는 좀 더 나아진 환경을 만들었음을 알겠고
이미 다녀 온 적이 있었던 동행한 지인의 말을 빌려보아도 많이 개선되었다는 말씀이니
잠깐 한 컷의 즐거움을 누린 다음에 실내로 들어가 오미자로 목을 축이고 다시한번 조용히 실내를 살펴보았다.
더러 음악회도 개최한다는 안내문도 있고 그 동네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농산물도 눈에 띄고
호미와 함께 하는 티셔츠도 눈에 들어와 여러가지 방법으로 이웃들과 동행하려는 노력을 엿 볼 수 있어 나름 흐뭇했다.
사실 현실적으로 볼 때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람이 시골로 거주지를 옮기거나 세컨드 하우스처럼 사용하게 되면
본래 태생지 사람들은 은근히 골탕질을 하거나 그들을 왕따시키거나 마구잡이로 들러붙어 괴롭히기도 하는
일이 종종 있어 가끔은 사회 문제가 되기도 하였으나 지금은 그래도 좀 나아진 듯은 하다.
하지만 그 역시 장담할 일은 아니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미' 라는 공간에서 보여지는 그녀는
개그우먼 김미화라기 보다는 농사꾼 김미화를 자청하는 듯, 그녀가 이런 저런 방법으로 뤄뤄내는 작은 노력들이
이웃들에게 인정을 받게 되어 소통의 기회를 갖게 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세상은 혼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정확히 아는 그녀로서는 시골생활을 만만하게 생각치 아니하고
이웃들과 제대로 된 교감 속에서 어깨동무하며 진정성을 전하면서 가는 중이라는 것을 알겠다.
말하자면 슬쩍 들여다 보았지만 한눈에 그런 사실을 알 수 있어 일단은 좋아보이더라는 말이다.
어쨋든 인터뷰가 끝나고 화장실을 급하게 들러 찾아온 김미화씨는 역시 유쾌발랄하고 그 목소리에 힘이 있어
상대방으로 하여금 절로 기운이 돌게 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그녀와 한 마디를 나눴다.
" 개인적으로 가을 무렵에 진행하는 책 출간에 김미화씨를 실명으로 거론하였는데 괜찮은지 본인의 의사를 듣고 싶어서 찾아왔네요"
" 무슨 내용인지? "
" 가제는' 나는 나이드는 것이 즐겁다' 이고 그중에는 여러편들의 글이 게재될 예정인데 그안의 한 편이 '재혼에 대하여'이구요
실제 재혼인들의 실례와 제 의견을 제시하며 글을 쓰는 부분에 재혼은 실제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많지는 않다 이지만
그래도 여러가지 요건의 조합에 의해 성공할 확률이 많을 재혼 사례자로 김미화씨 이야기를 썼거든요 "
라는 말에 그녀는 흔쾌히 웃으며
" 아, 그럼요...실명 거론 하셔도 돼요. 이미 전 국민이 다 아는 이야긴데요 뭐"
" 그럼 책이 나오면 다시 들를게요 "
" 혹시 결혼 안하셨나요? 아님 재혼 가정이신지 "
아시겠지만 그 묻는 어투는 티비에서 보여지는 그 목소리 톤.
" 아니, 그럴 일은 없구요 ㅎㅎㅎㅎㅎ "
" 여하튼 자주 좀 놀러와 주세요. 어디에 사는지, 가까이 살면 '호미'가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
명함 한 장을 건네니 명함 윗 부분에다 '나는 나이드는 것이 즐겁다' 를 써놓고 책 나오면 주세요 랍신다.
암튼 각자 바쁜지라 긴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어차피 없었지만 그녀, 김미화는 티비에서 보여지는 것 보다
화장 안한 민낮이 훨씬 깔끔하고 좋아보이는 얼굴에 사람 역시 털털하지만 꼼꼼 하고 세심하기도 한 것 같았다.
잠깐의 관찰이니 더 이상 피력할 말은 없지만 티비에서 보여지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뭐 그런 말인 게다.
시간이 나는대로 자주' 호미'에 나와 그곳을 찾는 사람들과 담소를 나눈다는 그녀이고 보면
유명세에 힘 입는다기 보다는 원래 사람 자체가 그런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여하튼 아름다운 전원에 멋지고 근사하게 새로 지은 집에 환자 선배를 뒤로 하고 나오는데 우울이 마음을 잠식히고
새집 증후군으로 상징되는 콘크리트 독이 온 몸에 스며들어 어질어질, 목이 붓고 눈이 아프더니만
그래도 잠시 김미화씨와 나누는 이야기로 소진의 기운이 다시 정상으로 올라온다.
역시 무한 긍정 에너지를 가진 사람은 달라도 뭐가 다른다는 생각도.
암튼 그녀 김미화는 이제 개그우먼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 대중의 관심을 받고 누군가의 삶에 영향력을 끼칠만큼이요
그에 의해 누군가가 또다른 인생을 시작할 기회가 온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일 터 충분히 사회 역할분담이 가능한 사람으로 보여지고
개인적으로는 명랑한 사람의 대명사요 시골 생활을 하면서 나름 순박으로 돌아가는 사람으로 보여 기분도 덩달아 좋았다.
산다는 것이 뭐 별 것이겠는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신명을 나누며 웬만하면 쓸데 없는 욕심을 내려놓고 살아가는 것 일텐데 그것이 또 그렇게 어렵다.
허나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서 휘청거리기 보다는 사는 날까지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하나 둘씩 찾아가며 해내는 것과
아무런 의미 부여 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편할 그런 일상을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고 사는 것이 최선 일 터
그저 주어진 공간에서 하루하루 역할에 만족하며 충실히 살겠다는 생각이 나선 길의 결론이다.
첫댓글 하기사 뭐 산다는게 별건가~? 그러다가도 가끔은 별것이 있는듯도 하여 헷갈리고...
그러자구요 각자가 가진 역활을 잘 감당하며 살자구요~! ^ ^
ㅎㅎㅎㅎ 그럽시다.
글정 마인드로 각자 제 역할만 잘 해내도 사는 것이 덜 피곤하겠습니다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