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안보분석]  
러시아, 중국에 지대공 미사일 S-400 판매
미국 공동 대응 위해 중·러 ‘동주공제’ 밀착
(同舟共濟 :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
- 최대사거리 400㎞ 달해 댜오위다오·대만도 중국 사정권에
- 중국, 수호이-35 전투기와 아무르급 잠수함도 잇따라 도입
- 서로 겉으론 ‘전략적 동반자’ 불구 속으론 ‘위협 가능성 상존’
지난 5월 9일 러시아 전승기념 퍼레이드에 등장한 S-400 지대공 미사일. 러시아는 중국에 이 미사일을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
러시아가 전투기는 물론 미사일의 요격도 가능한 최첨단 지대공 미사일 S-400을 중국에 판매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수년 전부터 첨단 미사일 기술의 집합체로 불리는 S-400 도입을 위해 큰 공을 들였다. 하지만 러시아는 기술 유출을 우려해 그동안 판매를 거절했는데 지난해 크림반도 사태 이후 국제적 고립에 처한 상황이 해외 판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S-400이 중국 남부 푸젠(福建) 일대에 배치된다면 일본과 분쟁 중인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 열도) 일대와 대만이 모두 사정권에 들어간다. 이는 중국 방공망의 획기적 도약을 의미한다. S-400은 최대 사거리가 400㎞에 달한다.
중국은 1990년대 러시아로부터 S-300 미사일을 구매한 뒤, 이를 모방해 훙치(紅旗 HQ)-9 미사일을 개발했고, 이 미사일을 주축으로 방공미사일 시스템을 갖춰 왔다. 그러나 이 방공시스템은 장거리와 고도 방어에 취약점이 있었다. S-400이 실전 배치된다면 기존 시스템과 항공 방어망을 보완해 강력한 방공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중국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최근 중러 간 무기 거래는 수십 년에 걸친 양국의 외교·군사적 관계에 비춰볼 때 눈여겨볼 만한 사안이다. 중국은 S-400 이외에도 올 들어 수호이-35 전투기 24대와 아무르급 잠수함 4척 등 러시아와 대형 무기 도입 거래를 성사시키고 있다. 이들 거래는 단순한 무기 도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중국과 러시아는 전략적 동맹관계(1996)와 선린우호조약(2001)을 거쳐 현재의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이르는 과정에서 여러 번의 부침이 있었다.
중국은 1990년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수입 재래식 무기의 90%를 러시아에 의존할 정도로 양국의 군사 협력은 밀접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약진을 거듭하는 중국의 군사기술 개발에 러시아가 경계하고 나서면서 2007년부터 중러 무기 거래는 대폭 줄어 2010년 중국의 대러시아 무기 수입은 10%에 불과했다.
하지만 두 나라는 공동의 전략적 목표가 확실해질 때마다 밀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크림반도 사태 이후 탄력을 받은 중러의 전면적인 전략 동반자 관계는 미일동맹 강화에 맞선 중러 군사연대라는 공통의 이해관계 측면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중러의 공동 목표는 중앙아시아에서의 영향력 확대 및 미국과 그 동맹국에 맞서는 공동 대응이다. 중국은 시진핑의 신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러시아의 협력이 필요하다. 일대일로가 러시아의 유라시아 대통로 건설과 충돌하지 않도록 조율하고 협조하는 일도 필요하다.
한마디로 현 시점의 두 나라는 전략적으로 서로를 너무나 필요로 하는 관계인 것이다. 이는 중국 시진핑 주석의 말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앞두고 양국 관계를 ‘동주공제(同舟共濟)’라고 표현했다.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는 뜻이다. 시 주석은 “협력하면 강해지고 고립되면 약해진다”며 “중국과 러시아는 모두 위대한 민족으로 우환과 재난을 함께 하며 피로써 전우애를 다졌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측 반응도 중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인민망(人民網)은 러시아 국영무기수출업체 로스오보론엑스포르트의 아나톨리 이사이킨 사장 인터뷰를 인용, “중국이 러시아 방공미사일의 첫 번째 손님이 된 것은 양국의 관계가 전략적 수평 관계임을 의미한다. 중국을 돕는 것은 러시아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내에서 S-400 수출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중국에 최첨단 무기를 공급할 경우 중국이 이를 역설계해 국제무기시장에서 러시아의 경쟁자로 나설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향후 10년 안에 중국이 전투기, 잠수함, 탱크, 지대공 미사일, 탄도미사일 등 5개 분야의 국제무기시장에서 러시아의 가장 큰 경쟁자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여기에 러시아 군부의 반대도 있었다. 러시아가 S-400 수출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차세대 대공 시스템에 대한 장밋빛 전망 때문이었다. 러시아는 요즘 전투기와 탄도미사일 등을 다양한 고도에서 요격할 수 있는 제5세대 대공미사일 시스템 S-500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의 SM-3 미사일과 같은 더 높은 고도에서 탄도탄을 요격할 수 있는 최첨단 방공미사일 시스템이다. 러시아 정부는 이 시스템 개발을 내세워 S-400의 중국 판매에 대한 군부의 우려를 잠재울 수 있었다.
당장은 두 나라가 좋은 관계라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냉전시대 상호불신의 앙금을 어디까지 씻어낼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양국이 특정 시기, 특정 사항에 있어서는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고 있지만 상대방이 언제든 자국의 전략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유 지 용 국 제관계학 박사 /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