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TV엔 왜 아가씨 앵커는 없는지 리춘희를 비롯한 아줌마 앵커 목소리엔 소름이 돋는다.
그저께도 한 아줌마 앵커가 그 특유의 걸쭉하고도 우렁찬 목소리, 도전적인 어투로 "박근혜의 드레스덴 (대북 제의) 발언은 황당무계한 궤변이며 날조"라고 매도했다.
그런데 리춘희를 북한에선 '리춘히'로 표기한다. '히'의 대표적인 한자는 '똥 시(屎)'자지만 그걸 아는지 대만에선 리춘희 패러디(풍자) 짝퉁 아줌마 앵커가 등장, 주목을 끌기도 했다.
2011년 12월 리춘희가 김정일의 사망을 알리며 오열하자 대만 화스(華視) TV 저녁 뉴스엔 치마저고리의 량팡위(梁芳瑜) 아줌마 앵커가 "저는 梁春姬입네다" 하며 등장한 것이다.
중국에선 앵커 또는 사회자를 '주지인(主持人:주츠런)'이라 부르지만 중국 CCTV 또한 아줌마 앵커뿐이다. 쉬리(徐俐), 쑹이핑(宋一平), 멍퉁(夢桐), 리훙(李紅), 왕뚜안뚜안(王端端) 등.
미국에도 아줌마 앵커 천지다. 2007년 6월 '명예의 전당'에 오른 전설적인 여성 앵커 바버라 월터스(Walters)를 비롯해 요즘에도 북한 리춘희의 나이(71)에 근접한 69세의 다이앤 소여(Swayer) 할머니 앵커가 ABC 저녁 월드 뉴스를 단독 진행하는 등 맹활약 중이다.
그밖에도 ABC 간판 아침 프로 '굿모닝 아메리카'의 로빈 로버츠(54)―2013년 12월 자신도 동성애자라고 고백해 화제를 일으켰던 그녀와 엘리자베스 바거스(52)도 있고 CNN의 소피아 최, 유니스 윤 등 한국계 여성 앵커도 아줌마다.
어쨌든 북한 리춘희 할머니 앵커를 비롯한 아줌마 앵커들이 보기엔 가냘픈 목소리의 '남조선' 아가씨 앵커들을 여학생들 같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하나같이 걸쭉하고 우렁찬 목청의 북한 아줌마 앵커들에겐 그럴 이유가 있다. '단어 하나하나를 찍어 말하는 기백 있는 악센트로 위대한 김일성 주체사상을 실현하는 가장 예리한 사상적 무기가 돼야 한다'는 게 북한 '방송원 화술'이라는 책에 명기된 지침이다.
그 책을 일본 아시아방송연구회 야마시타(山下透) 이사장이 일본에 공개해 화제가 된 건 2003년이었다. 그러니까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나 여동생 김여정 또래 20대는 목청이 어림없어 꿈도 꾸지 못하는 게 북한 TV 앵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