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어떻게 키우는 것이 좋습니까?’
학부모 교육 프로그램의 강사로 강의를 다니면서 젊은 학부모님들께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의 하나다. 또한 너무 포괄적이라 대답하기가 매우 곤란한 질문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럴 때마다 ‘아이에 따라 다르다’라는 우문우답의 답변을 하면서 들려주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코이’ 물고기 이야기다. 일본에는 ‘코이’라는 잉어가 있다. 이 잉어를 작은 수족관에 넣어두면 5~8cm만 자라지만, 더 큰 수족관이나 연못에 넣어두면 15~20cm까지 자란다고 한다. 그런데 ‘코이’를 강물에 풀어 놓으면 무려 90~120cm 까지도 자란다고 한다. 지금 우리의 교육현장, 즉 가정교육과 학교교육, 더 나아가 사회교육현장에서 우리 어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놓치고 있는 아주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가 바로 ‘코이’ 물고기 이야기가 시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지금 강에서 자라게 하면 1m 넘게 자랄 수 있는 우리 아이들을 어른들의 잘못과 편견이라는 작은 수족관에 가두어 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아니 어쩌면 그 정도가 아니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산적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 같은 어른이 아닌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프로크루스테스’는 두 개의 침대를 갖고 있었는데, 하나는 보통 사람보다 짧고 하나는 너무 길었다. 그는 지나가는 여행자를 유인하여 가장 길이가 안 맞는 침대에 던졌다. 희생자가 긴 침대보다 짧으면 늘여서 침대에 맞추고, 짧은 침대에 비해 너무 길면 맞을 때까지 신체를 잘라냈다. 지금 우리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강제로 잡아 늘리거나, 아니면 우리의 눈높이에 맞추어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어른들 입맛대로 가지치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이제 우리는 ‘로드매니저(Road Manager)’가 아닌 ‘페이스메이커(pacemaker)’가 되어야 한다. 연예인이나 유명 운동선수의 세부적인 일정담당자로, 이동할 때마다 운전을 해주고 잔심부름까지 수행하며 짜인 일정을 차질 없이 진행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로드매니저라고 한다. 이에 반해 중거리 이상의 달리기 경주나 자전거 경기 등에서, 우승후보가 승리할 수 있도록 기준이 되는 속도를 만들어 주는 선수를 페이스메이커라고 한다. 마라톤 경주에서 실질적인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은 30km까지 선두로 페이스를 조절해주는 안내자다. 그는 자신을 위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승리를 위해 달리는 사람이다.
코이 물고기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이야기, 그리고 페이스메이커의 의미를 곰곰이 들여다보면 아이들의 교육에서 우리 어른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 지가 자명해진다.
첫 번째로 아이들은 무한한 잠재성과 가능성을 가진 존재다. 그들에게 우리 어른들은 그 잠재성과 가능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즉 작은 수족관이 아니라 넓고 깊은 강물 같은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두 번째는 우리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교육에 대한, 또는 아이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아이들의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그들이 살아가야 할 20~30년 후의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 고민하며 그들과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아이에게 맞지도 않는 엄마의 침대에 아이를 눕히고 강제로 키를 늘리거나, 내 입맛대로 가지치기를 하는 프로크루스테스가 되지는 말아야 한다.
세 번째로 아이들에게 학교가 끝난 후 노란 버스에 태워 영어학원으로, 수학학원으로, 태권도장으로 뺑뺑이를 돌리고, 저녁은 길거리 편의점에서 토스트나 컵라면으로 때우게 하면서 본인은 소파에 길게 누워 막장 드라마를 보면서 아이가 학원을 빼먹지나 않는지 휴대전화로 지금 어디냐고 감시하는 로드매니저가 돼서는 안 된다. 아이와 같이 뛰면서, 아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늘 소통하는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그들을 도와주는 것은 우리 어른들의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