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와 심장 수술
벌써 거의 3년 전의일이다.우리가 지금 사는 콘도로 재작년 이사 오기전 비교적
큰 집에 살 때였다.앞뒤로 정원도 제법 크고 큰정원수가 많아 이층 창가를 가릴
정도였다.경사진 뒷뜰에는 소나무가 빽빽하고 참나무,레드 메이플, 튤립 포플러
등이 높은 이층건물을 둘러 싸고 있었다. 여름이 비교적 더운 애틀란타에서 여름
마다 나무그늘의 덕을 톡톡히 보곤 했다.어느날 이층에 있는 침실 천정에서 달그
락 달그락 소리가 들렸다. 천정 저 쪽에서 무엇인가가 계속 움직이고 있는 것 같
았다. 내닫는 소리도 났다. 막대기로 천정을 두드리면 조용해졌다가 잠시 후에는
다시 소리가 났다. 손전등을 찾아들고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손전등을 이리저리
비취는데 어둑 컴컴한 지붕 밑 한 쪽 구석에서 반짝이는 두눈이 눈에 들어왔다.
다람쥐였다. 다람쥐가 집 옆의 큰 나무가지를 타고 다락방으로 들어가 그안에서
집을 지은 것이었다. 그 날 오후에 치즈를 미끼로 다람쥐 덫을 놓았다. 한 밤 자
고 나서 이튿 날 아침 다락방에 올라 갈 때였다. 천정에 붙은 사다리 끈을 잡아
당겨 짧은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데 이상하게 가슴이 뻐근하고 숨이 턱에 차 왔
다.다락방 오르내리기를 수없이 했는 데 이런 일 이 있은 일은 한번도 없었다.
올라가보니 덫 케이지 안에 다람쥐가 있었다. 케이지를 들고 내려오는데 다람쥐
가 찍찍대고, 패닉상태에서 오줌과 똥을 마구 싸댔다. 다람쥐를 싣고 좀 멀리 떨
어진 교외 공원까지 운전을 하고 가서 놓아주었다. 집근처에서 놓아주면 다람쥐
는 다시 돌아오는 습성이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케이지를 열자 다람쥐
녀석이 쏜살 같이 숲속으로 사라졌다. 그날 아침 다람쥐 방사작전 내내 나는 숨
이 차서 허덕였다.집 사람이 득달같이 심장 전문의에게 전화를 했다.며칠 후 스
트레스 테스트니 관상 동맥 조영술이니 하는 여러가지 검사를 받았다. 관상동맥
협착증이라고 했다. 협심증이라고도 하는 것 같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
상동맥 하나는 95%가 막혀 있다고 했다. 콜레스테롤이 주범이라고 한다. 심장
마비나 뇌졸증이 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했다. 불안하고 겁도 났지만 집사람
의 기색을 살피며 태연한 척 했다. 의사가 관상동맥 석회화때문에 비교적 간단
한 스텐트 삽입술 보다는 개심수술 (Open Heart Surgery)이 낳을 것이라고
했다.내가 자기 아버지래도 개심 수술을 권할 것이라고 했다. 의사의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더 이상의 논의는 불필요 하다고 생각했다. 관상동맥 우회로 이
식수술(Coronary Artery Bypass Graft, CABG)이라는 꽤 긴 이름의 수술을
받기로 한 것이다. 다행히 막힌 동맥들의 부위가좋아 심장을 정지시키지 않고
수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불행중 다행이었다.내 왼쪽 다리에있는 핏줄을 짤라
서 심장 관상동맥과 우회 이식연결하는 것이다. 트리플이기 때문에 세 가닥을
이식하는 것이다. 에모리 대학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두달 있으면 수술을
받은지 3년이 된다. 약도 먹고 음식 먹는 것도 조심한다.매일 아침 집 근처
쇼핑 몰에 가서 1시간 정도 열심히 걷는다. 그리고 가끔 다람쥐로 인해 심장
이상을 빨리 치유한 그 다람쥐를 고맙게 생각한다.(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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