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년 전이네요
저희 할머니 돌아가신 그 날부터 며칠간...제가 겪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희 할머닌 아주 추운 날, 설연휴 바로 이틀전에 돌아가셨어요
아픈 곳도 없으셨구 그냥 주무시다가 너무나 아름다운 표정으로 돌아가셔서
모두다 호상이다 하시더라구요
게다가 하늘 가는 날까지 자식 손주들 생각해서 연휴 맞춰갔다구...
농담하는 어르신들까지 계셨죠^^
갑자기 저는 일하던 중에 연락을 받았구(저녁식사 후 시간이었습니다)
아빠,엄마랑 남동생은 급하게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일하고 집에 와서(밤10시넘어서) 울 비키(페키 여아 올해6세)를 껴안고 울고
비키가 저한테 얼굴도 부벼주고 그러다 잠이 들었고
다음 날 일어나자 마자 울 비키 담요랑 밥그릇,물통 사료 모두 챙겨서
잘 아는 애견센터에 맡기러 갔습니다
저희 아파트 앞에 항상 택시들이 쭈-욱 줄을 서있거든요
그래서 아무 생각도 없이 비키 춥지않게 꽁꽁 담요로 싸서 나갔습니다
그런데 거진 7대 넘게 서있는 택시들이 하나도 태워주질 않더군요
이분들만 그런거겠지...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기다렸습니다
그러다가 20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가뜩이나 콧물 잘흘리는 우리 비키...추울까봐 안쓰러워 제 코트까지 벗어서
둘둘 말아버렸습니다
슬슬 화도 나고 한시라도 빨리 서울에 가야 하는데...
돌아가신 할머니께도 죄송하고 미칠것만 같았습니다
매섭도록 추운 1월 말에 그렇게 비키를 부여안고 떨었습니다
눈물이 나려고 하더군요...
그때 한택시가 제 앞에 섰습니다
강아지를 못 봤나봐...생각하며 무조건 탔습니다
또 승차거부하면 정말 가만히 안있을 생각으로요
그런데 아저씨가 자신도 풀어놓고 키우는 큰개지만 개키우는 사람이라...
그맘 안다고 하시면서...
이때부터 옥죄던 맘이 부서지기 시작했습니다
눈앞에 뽀얗구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아저씨께서..."대구는 불교신도들이 많아 그렇습니다
불교신도들은 동물...절대 안태워줍니다 아가씨
더더군다나 이런 이른아침에는 불교신자들 아니라도 재수없다고 안태워주죠"
그러고보니 저희 아파트 앞에 서있는 택시들에
"운불련"이라고 적혀있던게 기억나더라구요
무슨 택시회사 같은데...불자들 모임같아보이는 뉘앙스...
그러면 안되지만 그 순간에 그분들이 너무 미웠습니다
그 아저씨 덕분에 애견센터(호텔)에 비키를 맡기고 신신당부를 하고
서울가는 비행기를 바로 탔습니다
병원에 도착해서 할머니 영정을 보니 정말 목이 메이더군요
그렇게 울며 병원서 보내고 있을때
애견센터 언니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비키가 아무 것도 안먹어...물도 안먹어...
좋아하는 소세지,캔고기,육포..별별걸로 다 꼬셔도 안먹네
이런지 벌써 하루 반이야...
네가 자기를 버렸다고 생각하나봐
먹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고 이상해...
걱정되서 알려주려구 전화했어"
흐를 눈물도 없을 줄 알았는데...또 하늘이 노래지더라구요
너무 걱정은 됐지만 그저 언니한테 부탁 또 부탁을 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게 그것밖에 없더라구요...하루만 더 지켜달라고...
다음날 장례식하고 화장터...국립묘지까지...
하루를 정신나간 사람처럼 보내고 서울 할머니 집에 갔습니다
할머니 체취가 그대로인 집을 보니...정말...할머니를 볼 수 없다는게
믿어지지가 않더군요...온 가족이 말없이 그냥...
할머니 소지품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서...
가끔 추억 얘기나 하며 정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틀동안 한잠도 안주무신 부모님을 그냥 쓰러지듯이 잠자리에 드시고
저는 동생들한테 사정을 얘기하고...대구로 내려왔죠
할머니 때문에 잊고 있었는데...내려오는 기차에서 내내 비키가 걱정되서...
내리자마자 택시를 잡아타고 바로 애견센터로 갔습니다
이번엔 절대 안 당하려고 다짐을 하고 애견센터 앞에서
택시기사 아저씨한테 미터기 켜놓시구 기다려달라고 했습니다
절 본 애견센터 언니가 바로 애견호텔인 섹션 쪽으로 들어갔는데..
잠시 있다 나오더니..."비키가 갑자기 난리다...나도 물려고 해...
네가 직접 들어는게 좋겠다"
그래서 제가 직접 안쪽으로 들어갔는데...
깨끗하고 큰 플라스틱 케이지에 비키가 앉아있었습니다
앞에...밥그릇에 사료랑 고기를 그냥 둔채로...
제가 들어가서 "비키야 비키야..."계속 불렀더니
갑자기 제 목소리를 알아듣고 케이지 안에서 버둥거리며 문을 긁고
크게 울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문을 열자마자 점프해서 제 가슴에 붙어서는
얼굴이며 목이며...가슴...손...팔 전부 긁어대구
계속 앓는 소릴 내더라구
제가 비키를 안고 나오니까...
애견센터 언니가 "거진 이틀을 물도 안먹고 아예 아무것도 안먹더니
하루 고빡 미동도 안하길래 너무 걱정했는데..."라며 저한테 미안해 하더라구요
전 속으로 비키를 너무 별라게 키운 제가 잘못했단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모든 게 다 잘됐구나 비키두 그리 아파 보이진 않고...라고 생각하며
비키 짐을 모두 챙겨 부랴부랴 밖으로 나왔는데...
택시가 안보이더라구요 아마도 애견센터 앞이라 눈치채고 그냥 가신것 같았습니다
애견센터 아저씨께서 저 위로해 주신다고...
"비키두 언니 반갑다구 저렇게 바둥거리구 있는데 어디 택시 타겠어!!!
여기 좀더 있다가 비키 진정되면 내가 딴 택시 불러줄께"
그러시더니 바로 아시는 곳인지 전화로 모범택시 아저씨를 불러주시더라구요
평소같았으면 비싸서...안탔을텐데...집 다왔을쯤엔...
저희 비키보고 이쁘다고 참 이쁘다고...해주시는
그 택시아저씨한테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택시에 내리자마자 바로 수퍼가 있어서...아저씨한테 잠깐 기다려 달라고 하곤
수퍼서 아저씨 드링크 하나랑 요구르트 한줄을 사서 나왔어요
아저씨께 감사하다구 드링크 드리구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이틀을 식음을 전폐했다는 강아지가...제 팔안에서...
세상에 열려있지도 않은 요구르트 뚜껑을 햝고 있자나요^^
너무 어이가 없고 웃겨서 열쇠로 문열고 들어오자마자
쇼파에 누워서 비키 껴안구...
"너...시위한거지...언니보구 싶어서 식음을 전폐한게 아니라...
빨리 오라구 일부러 수 쓴거지...이 나쁜~"
그러구 주면 안되지만 요구르트 쬐끔 따라서 줬죠^^
이 일이후에 정말 반려동물을 대하는 다른 사람들의 태도나
어떻게 내 강아지를 대하고 또 키워야 할지...
정말이지 많은 생각을 했고 또 많이 배웠습니다
긴 글...다 쓰고 보니 정말 기네요..ㅎㅎ...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비키를 키우는 동안 겪은 가장 큰 일이었구
언젠가 꼭 여러분한테 수다떨듯 얘기하고 싶은 이야기 였어서...
오늘 썼습니다^^
그러구보니 저 오늘 글은 처음 올리네요 ㅎㅎㅎ
우리 모두 우리 아가들과 더불어 행복했음 좋겠어요
그것보다 더 큰 행복은 없을것 같거든요
다시 한번 읽어 주셔서 감사하구...사랑합니다~*^^*
첫댓글우리 짱구도 다른사람와서 자기 안아보자고 데려가면 제 팔 꼭 잡고 않놔줘요 ;; 손님한테는 정말 민망하고 죄송스럽지만 한편으로는 감동이더라구요 ^^ 우리 짱구에게는 저밖에 없잖아요 ... 좀더 신경써주고 잘 해줘야 하는데 ... 가끔 그렇지 못한거 같아서 마음이 아파요 ㅠㅠ
첫댓글 우리 짱구도 다른사람와서 자기 안아보자고 데려가면 제 팔 꼭 잡고 않놔줘요 ;; 손님한테는 정말 민망하고 죄송스럽지만 한편으로는 감동이더라구요 ^^ 우리 짱구에게는 저밖에 없잖아요 ... 좀더 신경써주고 잘 해줘야 하는데 ... 가끔 그렇지 못한거 같아서 마음이 아파요 ㅠㅠ
저희 비키는 올해 7월되면 6살입니다 ㅎㅎㅎ 아줌마예요^^ 그래도 여전히 자기가 애기인줄 아는 철딱서니구요~^^ 집에선 꼼짝도 안하고 있다가 차키소리나 "가자"소리만 들리면 현관에 가서 오페라(?)를 부른답니다
정말이지....사람같죠~강지들..정말 길러보면 저절로 감탄과 감동의 도가니~
불자.택시기사들은 강아지를 차에 안 태워주나요? 불자들은 생명있는 것들을 다 사랑하는지 알았는데.... 기독인들이 사람이고, 개고, 이교도 고... 등등 차별이 심하다고 알았는데.... 안그런가요? 불자들에게 실망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