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울진 않는다, 카타르선 ‘수비의 진수’
벤투호 왼쪽 방어 책임질 김진수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직전 부상 때문에 축구대표팀에서 낙마한 김진수(전북)는 30대가 된 올해 월드컵 첫 출전을 앞두고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한 달 앞둔 가운데 “기대된다”고 한 김진수는 “세 살 딸에게 아빠가 월드컵에서 활약했던 선수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달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 출전한 김진수. 뉴스1
“아픈 데가 없어서 좋습니다.”
19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 있는 프로축구 전북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김진수(30)는 자신의 몸 상태를 먼저 이야기하며 활짝 웃었다.
왼쪽 측면 수비수인 김진수는 2007년 17세 이하 대표팀에 발탁된 뒤 20세 이하, 23세 이하 등 연령별 대표팀을 모두 거쳤을 정도로 꾸준히 잘했다. 동갑내기 친구 손흥민(30·토트넘)보다 1년 먼저 연령별 대표팀에 뽑혔고 17세 이하 대표팀 출전 경기 수(31경기)는 손흥민(18경기)보다 많다. 김진수는 연령별 대표팀과 성인 대표팀(61경기)을 합해 109경기(7득점)에 출전했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김진수이지만 유독 월드컵과 인연이 없었다. 월드컵을 앞두고 부상으로 대표팀에 뽑히지 못해 ‘불운의 아이콘’으로 통했다. 2014년 브라질 대회 직전 발목을, 2018년 러시아 대회 직전에는 무릎을 다쳐 월드컵을 TV로 봐야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알 나스르에서 뛰던 2020년 12월에는 오른쪽 아킬레스힘줄 파열 부상으로 선수 생명이 끊길 위기도 맞았다. 수술 뒤 반년 넘게 재활에 매달렸다. 김진수는 “주변으로부터 ‘은퇴를 해야 한다’거나 ‘복귀해도 예전만큼 뛰지 못할 수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럴 때마다 오기를 갖고 더 열심히 재활했다”고 말했다.
김진수는 부상 트라우마 때문에 올해 초반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사리기도 했다. 김진수는 “월드컵이 열리는 해가 되면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올해도 초반에는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다”며 “(김상식) 감독님이 ‘소속팀에서 잘해야 월드컵 가는 것’이라고 말해줘 정신을 차렸다”고 했다.
김진수는 2017년 K리그 데뷔 이후 올해 가장 많은 리그 경기(20일 현재 30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경기, 축구협회(FA)컵 2경기 등 공식전 40경기를 뛰었다. 공격 포인트(2골 3도움)는 5개다. 소속팀 전북의 리그 6연패는 좌절됐지만 수비와 공격에서 활약하며 K리그1 최우수선수(MVP) 후보에도 처음 올랐다. 김진수는 “부상 뒤 처음으로 한 시즌을 온전히 치렀는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아 감회가 남다르다. MVP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다”라고 했다.
대표팀 내 입지도 탄탄해졌다. 김진수는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0경기 중 6경기에 선발로 나서 같은 포지션 경쟁자인 대구의 홍철(32·4경기)을 앞서고 있다. 6월 4차례, 9월 2차례 A매치에서도 김진수는 4경기에 주전으로 나서 2도움을 기록했다. 30대가 돼서야 처음 경험하게 될 월드컵에 대해 김진수는 “기대된다”고 했다.
김진수는 월드컵에 나서는 자신의 모습을 세 살 딸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크다. 딸은 이제 아빠가 ‘축구선수’라는 걸 알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진수는 “가끔 집에 들어가면 아이가 ‘아빠 집은 축구장인데 내 집에는 왜 와?’라고 말한다. 집에 자주 못 들어가 서운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나중에 아빠가 월드컵에서 활약했던 선수로 기억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진수는 카타르 월드컵 최종 엔트리 26명이 발표되는 11월 12일 전까지 세 번의 소속팀 경기가 남아 있다. 23일 K리그1 최종전과 27, 30일 서울과의 FA컵 결승 1, 2차전이다. 김진수는 “FA컵 우승 트로피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는데 꼭 우승한 뒤 월드컵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완주=김배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