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축구는 2002 월드컵 8강에 이어, 2006 월드컵에도 본선 진출권을 따냄으로써 5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이뤄냈다. 또 여자축구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이다.
부상하는 미국 축구의 힘은 어디에 있는지 미국 현지에서 스포츠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는 전직 스포츠 기자의 눈을 통해 들여다본다. 이 칼럼은 5회에 걸쳐 연재될 예정이다. -------------------------------------------
지난달 한국에 갔을 때다. 때마침 필자가 쓴 논문이 대만에서 열리는 국제 학술회의에 채택돼 개최지 대만으로 가던 길에 한국에 약 2주 가량 머물렀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고교 동창에서부터 대학 동창, 그리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기전에 근무했던 신문사의 선후배 기자들을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필자가 스포츠, 그것도 축구를 오랫동안 담당했던 관계로 대화는 자주 축구로 샜다. 요즘 한국 축구가 어떻다느니, 박주영이 정말 ‘물건’이라는 등 이런 저런 얘기가 오갔다. 그러면서 항상 빠지지 않는 질문이 “네가 살고 있는 미국에도 사람들이 축구를 많이 하니? 미국에선 축구가 거의 인기 없지?”라는 것이었다.
막상 질문을 던지지만 그 뒤엔 선입견이 짙게 깔려있었다. 미국에선 축구 인기가 거의 없을뿐더러 축구를 즐기는 사람들도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것. 직접 물어보는 당사자나 호기심 섞인 눈으로 내 대답을 기다리는 다른 사람들도 대개 비슷한 생각을 가진 듯 했다.
“야들아, 미국인 갸들은 야구, 농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같은 것이나 하지 축구하는 것 봤냐? 갸들은 축구를 모른다니까, 몰라!!!” 옆에서 한 친구가 이렇게라도 툭 치고나오면 나머지 사람들도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이런 상황은 다른 그룹의 친구, 혹은 선후배를 만날때도 비슷하게 전개됐다. 적어도 이들에겐 미국=축구란 공식이 전혀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은 듯 싶었다.
어찌 보면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미국의 스포츠하면 먼저 메이저리그 야구와 NBA가 떠오를 것이고 그 뒤로 미식축구나 아이스하키도 생각날 테지만 축구가 연상되기엔 좀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메이저리그나 NBA 같은 경우 한국 선수들이 뛰고 있을뿐더러 국내에도 곧잘 중계가 돼 익숙하지만 미국 축구가 국내 방송에서 소개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국출신의 축구 슈퍼스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가끔 국제대회에서 미국 국가대표팀이 잘 할 때면 “저건 엘리트 팀이라 그럴꺼야” 라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날 미국 축구가 얼마나 저변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그 인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져 가는 지를 가늠하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말해 요즘 미국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축구의 매력에 푹 빠져들고 있으며 더불어 이런 열기에 힘입어 축구가 빠른 속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축구를 즐기는 인기가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동네 공원엔 휴일이면 조기축구를 즐기는 사람들로 넘쳐 난다. 어른들 뿐만 아니다. 축구를 즐기는 어린 아이들이나 청소년의 숫자도 갈수록 증가 추세이다. 어린이들은 이제 야구나 농구대신 축구를 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요즘 미국 학교에선 미식축구구장, 야구구장이 이젠 축구장으로 함께 활용되고 있다. 1970년대만해도 불과 10만명에 불과했던 전미 유소년축구리그 회원은 90년대 300만명을 넘어선데 이어 오늘날엔 무려 400만명에 달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어린이들에게 인기있던 유소년 리틀야구리그의 인기를 눌렀다.
이처럼 유소년축구 인구를 포함해 미국 전역에 축구를 즐기는 인구는 약 2,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즉, 한국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축구를 즐기고 있다는 얘기다. 처음엔 뉴욕 보스턴 LA 등 대도시가 집중된 지역에서만 축구가 인기 있었지만 이제 축구 열기는 중부의 작은 시골마을 등 전역에 퍼져 미국 어디를 가나 축구를 즐기는 미국인들을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소리 소문없이 축구 인기가 폭발하고 있고 해마다 축구를 즐기는 인구는 고속 성장을 거듭, 머지않아 야구 농구 미식축구의 인기를 따라잡을 다크호스로 평가 받고 있다. 친구들이나 선후배들에게 이렇게 얘기하면 잘 믿지 않으려 한다. “미국이 축구를 해봐야 그게 그거지”한다. “아무리 잘해야 월드컵에서 우승을 하려면 50년은 걸릴 것”이라고 단언하는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실제 미국은 2002 한일월드컵때 8강까지 올랐었다. 독일과의 8강전서 아깝게 패하긴 했지만 경기 내용은 오히려 우세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뿐만 아니라 94년 미국월드컵과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각각 16강에 진출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던 미국 축구가 갈수록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최근 열린 각종 청소년대회에서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2003년 세계청소년대회때 당시 15살의 나이로 한국 수비진을 농락하며 해트트릭을 기록했던 축구신동 프레디 아두라는 걸출한 재목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스타의 출현과 각종 국제대회에서의 뛰어난 성적은 축구열기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해왔다.
각급 대표팀 경기에서 여러 차례 한국과 맞붙은 미국. 힘과 스피드가 뛰어난 특징을 보인다.
여자축구는 어떤가. 미국 여자축구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으로 여자월드컵,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도맡아 따오고 있다. 지난해 아테네올림픽에서도 미국 여자대표팀은 ‘전설적인 영웅’인 미아 햄을 앞세워 또 우승을 거머쥐었었다. 이 모든 게 우연일까. 그렇지 않다. 이 모든 게 그만큼 저변이 넓기에 가능한 일이다.
미국 축구열기의 독특한 현상중의 하나는 축구를 즐기는 여자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축구하면 으레 남성 스포츠로 인식하지만 미국은 오히려 그 정반대다. 여자 축구가 오히려 더 활성화돼 있으며 어린 여자아이들이 학교에서, 공원에서 축구를 즐기는 모습은 이제 아주 당연하고, 어떤 때는 그 숫자가 오히려 남자 아이들보다 더 많다. 또 중고등학교엔 거의 빠짐없이 여자축구팀이 있다.
이런 축구열풍에 힘입어 축구 캠프도 인기가 높아 해마다 방학 시즌이면 축구 캠프는 성황을 이룬다. 인기 있는 축구 캠프는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참가도 못할 정도다.
그렇다면 미국인들의 축구 실력은 어떨까. 물론 한마디로 꼬집어 말하기 힘든다. 단지 축구가 좋아 시작하는 사람에서부터 프로선수출신까지 그 선수층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미국인들의 축구 실력은 꽤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힘이 좋다. 축구 기술이 없더라고 힘이 좋기 때문에 줄기차게 뛰어다닐 수 있어 부족한 기술을 커버한다.
필자는 2년전 이곳 오레곤주 포틀랜드시에 오면서부터 이곳 포틀랜드 아마추어축구리그에서 뛰어왔다. 처음엔 “미국인들이 축구를 해야 얼마나 잘 하겠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래도 한국에서 좀 축구 좀 한다고 소리를 들었는데….” 하는 자만심과 함께. 그러나 웬걸. 막상 필드에서 부딪혀보니 달랐다. 기술은 부족한데 힘으로 밀어 부쳤다. 태클도 과격하게 들어오고 몸싸움도 심했다. 스피드도 좋아 기술로 한명을 제쳤다 싶으면 어느새 금방 따라붙는다. 과격하게 축구 경기를 하는 탓에 가끔씩 다리가 부러지거나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등 다치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다.
한번은 미국 친구들과 실내축구 팀을 이뤄 일본 학생들로 구성된 팀과 경기를 한 적이 있었다. 경기전에 살펴보니까 일본 학생들의 공 다루는 솜씨가 필자가 속한 팀의 선수들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미국 친구들은 부족한 기술을 힘과 스피드로 밀어 부쳤다. 일본 학생들은 몸싸움에서 나가 떨어지기 일쑤였고 미국 축구들은 게임이 끝날때까지 왕성한 체력을 바탕으로 시종일관 몰아쳤다. 결과는 5-1 완승.
축구가 기술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는 동시에 하드웨어가 잘 갖춰진 미국인들이 앞으로 축구를 본격적으로 하면 참 잘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됐다.
미국축구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 요인 중의 하나가 바로 미국내의 히스패닉의 인구증가이다. 히스패닉이란 멕시코,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아메리카 출신을 통칭해서 부르는 말인데 중남미 아메리카 나라들은 잘 알려지다시피 축구에 살고 축구에 죽는 나라들이 아닌가.
특히, 미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멕시코 인구의 최근 급격한 유입은 미국의 축구 열기 전파에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즉, 축구가 종교이다시피한 멕시코인들은 미국에 와서도 여전히 축구를 생활속에서 즐기며 축구를 미국인들에게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 MLS 등 축구경기가 벌어질때면 벌떼처럼 경기장을 찾아 프로축구붐에 큰 일조를 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 MLS팀에서는 구단 직원을 뽑을 때 반드시 영어와 스페인어를 동시에 할 줄 아는 사람을 뽑는다. 미국축구에서 히스패닉이 차지하는 위상과 영향력이 얼마나 큰 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에서 축구는 단지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해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을뿐이지 이미 축구를 즐기는 인구는 미 전역에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이젠 생활속에서 축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더 이상 축구는 미국인들과 전혀 동떨어진 스포츠가 아닌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인들은 축구를 싫어하지도 못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더 큰 잠재력이 있고 나날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머잖아 미국축구가 세계 정상에 군림할 날도 머지 않았다고 한다면 필자의 지나친 과장일까.
미국 포틀랜드 = 최성욱 (전 스포츠조선, 스포츠 투데이 축구 기자. 현재 포틀랜드 주립대학 스포츠 커뮤니케이션 석사 과정)
미국공원에서 축구하는 사람 꽤 많은건 사실이죠... 우리나라 학교운동장만한데서 2~3팀씩 축구하고 있고 그러더라구요. 근데 미국주별로 축구팀 없는주가 많아서;;; 제가 있는곳도 축구팀없어서 맨날 야구만 보러감....ㅠ;; 축구보려면 워싱턴이나 뉴욕가야한다는.... 그리고 미국축구가 발전하고있는건 부인할수 없는사실이지만, 윗글에서도 나왔듯이 히스패닉계열의 선수들이 많아서 미국축구의 발전은 한계가 있을듯... 글구 제가 아는 미국친구들은 MLS보러 뉴욕가자하면, 차라리 양키스 게임보러가지 남미애들만 나오는 축구 봐서 뭐하냐고 함...
첫댓글 맞음... 몇몇 종목에 비해 쫌 인기가 덜 할뿐
하도 시장이 크니깐 상대적으로 적어보이는거지 축구사랑도 대단하죠 뭐 ㅋㅋㅋㅋ
싫어하진않겟죠 다만 미국이 축구에 관심많이 가지고 축구에 좋은감정있다면..또 있었다면.. 미국이 지금 축구리그가 EPL이아닌 미국이 주가됬겟죠
미국의 스포츠시장 자본력이라면...ㄷㄷㄷ 미국내에서 챔스리그 할만 하죠 ㄷㄷ
한때 축구붐이 있던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요한크루이프, 게르트 뮐러같은 당대 최고의 선수들이 유럽시즌마치고 미국에서 축구를 하기도 했었죠.너무 빨리 인기가 오르다보디 급속도로 망했었지만. 그때 거품이 걷히고 미국에서 프로축구가 제대로 자리를 잡았으면 또 모르죠.
미국에서 리틀축구가 대도시에서 정착할때 미국적인것에 염증을 느끼고 새로운 문화에 대한 갈망을 느끼고 싶어하던 백인 중산층들의 욕구도 반영되었다고 하더군요.
시청률 쩐다던데 야구 뛰어넘었다는 기사를 본기억이 나네요
MLS가 이미 4대 스포츠로 불리던 NHL은 뛰어넘은지는 꽤 된걸로 알고있어요. 히스패닉의 증가에 힘입어 여성스포츠로도 자리매김한 축구가 인기가 많이 상승하긴 했죠.
NHL 뛰어넘엇나요? 그러면.. 미국4대스포츠가.. 미식축구 야구 농구 축구?
정확히 말하자면 3대 스포츠로 불린다고 생각하시면 될걸요. NHL 인기가 워낙에 곤두박질 쳐서. 그래서 MLS가 NHL뛰어넘었다고해도 아직까진 미식축구나 야구에 비하면 한참 아래일거에요.
미국 미식축구는 평균관중이 6만5천이상 이고 그이로는.. 야구가 평균관중 3만으로 많고 NBA NHL MLS 가 1만5천~1만9천 평균관중정도네요
미국은 땅떵어리가 너무커서 원정경기의 압박..........이 최대의 걸림돌이 아닐까요...동서부로 나눠도 넘 부담...
러시아,중국은?...
유럽축구 들어오면 인기 점점 증가할듯
미국공원에서 축구하는 사람 꽤 많은건 사실이죠... 우리나라 학교운동장만한데서 2~3팀씩 축구하고 있고 그러더라구요. 근데 미국주별로 축구팀 없는주가 많아서;;; 제가 있는곳도 축구팀없어서 맨날 야구만 보러감....ㅠ;; 축구보려면 워싱턴이나 뉴욕가야한다는.... 그리고 미국축구가 발전하고있는건 부인할수 없는사실이지만, 윗글에서도 나왔듯이 히스패닉계열의 선수들이 많아서 미국축구의 발전은 한계가 있을듯... 글구 제가 아는 미국친구들은 MLS보러 뉴욕가자하면, 차라리 양키스 게임보러가지 남미애들만 나오는 축구 봐서 뭐하냐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