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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저녁에 침대 배치를 정해 드렸는데 환자가 눕지도 않고 침대 난간을 붙들고 말없이 서있는 거예요. 내일 아침에 초진 의사가 오면 검사가 시작 될테니 오늘밤은 그냥 주무시라고 하고 환자복으로 갈아입혀 들였죠...그런데 한밤중까지 계속 서있기만 하는거예요...그래 안되겠다 싶어 응급조치를 신청하니 ....
그다지 크지 않은 방은 의료기기가 꽉 들어차있고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가 몇명 청진기를 목에 건채로 테이불에서 그라프를 잔득 그린 노오트를 펼쳐놓고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뒤로 환자복을 입은 노인이 누워 있는데 코와 입에 산소호흡기를 달고는 역시 우리를 보더니 링게르꽂은 팔을 움직여 보였다.
" 아이 놀래라 간호사가 아침일찍 오라 하길래 돌아가신줄 알고 혼비백산 했읍니다." 하고 노인의 손을 잡으니 내가 의사의 말귀를 제대로 못들으면 어찌하나 근심스런 듯 의사를 가리키며 뭔말인지 잘 들어보라는 표시를 하였다. " 알았어요 걱정 마세요."
푸른 마스크를 한 의사가 또다른 의사와 함께 노오트를 들고 내게로 왔다. " 이 그림을 찬찬히 보세요...이 그림이 ..(차차로 내려가며) 여기까지 오다가 밑으로 더 쳐진 선이 보이시죠 이게 심장마비를 이르킨 시점입니다. 오늘 새벽에 급한대로 임시조치는 했지만 그정도의 수술 가지고는 안됨니다. 이 환자는 대수술을 받지 않으면 아주 위험해요." " 제가 어떻게 해야 될까요 ?." 의사는 다시 무언가 다른 서류를 꺼내들고는 여기에 싸인을 하셔야 수술을 할수 있읍니다." 들여다 보니 우리나라 병원에서 대수술에 들어가기전에 받아두는 수술비와 수술하다가 혹은 수술을 받고 죽더라도 병원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내가 노인을 돌아다보니 노인의 눈은 그야말로 생과사의 갈림길에서 원초적인 생명 자체가 살아나고자 自力하는 그래서 애걸이 깃든 그런 애처러운 눈으로 날 바라다 보고 있었다.
노인의 눈에 안도의 빛이 떠 올랐다. 감사의 표시가 암묵적으로 흘렀다. " 의사의 말이 수술만 하면 살아날수 있으시다니 아무 염려 마세요." 간호사가 커다란 수술용 침대를 끌고 들어와 노인을 옮기고 두 의사가 뒤를 따랐다.
수술은 오후 한시에 시작해서 장장 여섯시간이 걸린다고 하였다. " 한국사람 이세요 ?"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 재수가 좋은거예요. 입원 하자마자 심장 마비가 와 수술일정이 빨리 잡혔다고 하더라고요. " 주치의가 누구래요 ?" 중국인 환자 가족이 물었다. 그러자 그 가족은 엄지를 추켜 세웠다. " 그랫으면 이젠 살았어요, 운이 좋은 거예요. 그 의사는 영국의 유명 의과대학에서 수료를 했고 또 유명 병원에서 레지던트와 인턴을 거쳤는데 영국에서도 아주 우수해서 큰 병원에서만 발탁되군 했는데 기회가 주어 진다면 낳아준 조국에 봉사하고 싶다고 했다는 군요. 그래서 닥터 동을 데려오기 위해서 모슬램 재단에서 심장 병원을 신설하고 보시다 싶이 이렇게 큰 건물도 지었다나 봐요.
모든 시설은 영국의 큰 병원보다 훨씬 더 좋타나 봐요. 얼마전에 싱가폴 제너럴 병원에서 닥터 동에게 스카웃 제의가 왔는데 월봉 이십만 불에 집 자동차 등을 제공하는 좋은 조건인데도 마다했다는군요. 왠줄 아세요 ? 영국에서 올때 닥터 동의 조건이 세계에서 제일가는 심장 전문 병원을 만들고 싶다. 원하는대로 해주면 최선으로 봉사하겠다 였다는군요.
" 사물함 열쇄 받으셨어요 ?" 내가 고개를 젖자
남편의 수술날을 한달을 기다리며 숙지한 병원생활 때문에 인도 아낙은 모든것을 훤히 꾀고 있었다. 덕분에 나도 쉽게 모든것에 접근할수 있었고 파악이 쉬웠다.
할일도 없어 안내소를 찾아가 사물함 열쇄를 받고 입원 환자의 보호자라는 작은 명찰도 받았다. 이 명찰은 면회를 하려면 필히 있어야 하므로 꼭 챙겨야 하는 물건 이었다.
이튼날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열시반이었다. 지금쯤 일반 환자들은 식사도 끝나고 아마도 첫 진료를 받는 시간일 것이다. 의사의 의견도 들어볼겸 나는 서둘러 집안일들을 대충대충 끝내고 팔십리길을 달려온 것이다. 복도를 지나가는데 파란 까운에 조그마한 키의 중년의 의사가 마스크를 한채 수술실을 향해 가고 있었다.
" 박사님 혹 동 박사님이 아니십니까 ?" 하자 나의 어감이 코리안이라고 느꼈는지 아아! 그 노인...
면회를 신청하고 위생복으로 무장하고 들어간 병실은 열평은 되어 보임직 했다 그리고 병실이라기 보다 마치 컴퓨터 전시장 같았다. 그 옆으로 끈임없이 심장의 유동을 알리는 그라프를 그리는 심장박동 측정기가 있고 맥박수를 재는 컴퓨터 화면의 맥수는 140 이상을 가리키고 있었다, 맥이 얼마나 빨리 뛰는지 노인의 가슴이 흔들흔들하고 온몸이 들먹거렸다. 깨끝한 위생처리에 조용하고 중후한 분위기 죽은 사람도 살릴수 있을것 같은 첨단의 장비들...단 한사람의 중견 간호사 그리고 특별히 통제를 받는듯한 분위기로 나는 단번에 압도되어 주늑이 들었다. 벽에는 한눈에 알아볼수있는 엑스레이 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이리저리 줄이 삽입되어 지나간 몸안의 부위가 마치 읍내에 느려놓은 전기줄 같은 형상이었다.
" 환자는 언제쯤이나 깨어 날까요 ?."
복도를 걸어 나오며 태산같은 걱정이 어깨를 짖 눌렀다. 정황으로 봐서 집을 팔아도 모자랄것 같은 중압의 병원의 고지서가 나올것 같았다. 잔뜩 주늑이 들어 에레베타를 탓는데 때마침 인디안 여자도 그곳에 동행을 하고 있었다. " 면회 했읍니까 ?."
그날밤 나는 낙옆이 수북한 숲길을 가다가 무슨 짐승인지 맞나 쫒기며 뛰어 달아나다가 늪에 빠졌다 죽을것 같이 오물을 뒤집어쓰고 허우적 거리다 다행히 잘못 걸려온 전화벨 소리에 깨어 났다.
하루살이 날파리 남포불에 뛰어들듯 촉새모냥 미스터 옹은 왜 따라갔을까...그깟 늙어빠진 남정내 나하고 뭔 상관이라고... 살만큼 다 살아 지금 죽은들 누구 말마따나 삼신할미 덧나 죽었다 할것도 아닐진데...차라리 죽었더라면 장례비니 화장비니 납골비니 기도용 초를 다발로 산다한들 다해봐야 돈 백만원이면 떡을 칠건데....여러모로 보아 혼자 쓸쓸히 저렇게 살면서 버둥거리느니 차라리 그냥 죽게 내버려 두었더라면 그 늙은 남정내 한테도 홍복이었지도 모를것을 ... 아이쿠우... 미스터 옹은 정말 도움이 안돼 제길헐 !
날밤을 꼬박 새우고 그래도 새벽이면 의래히 하던 닭장 문을 열어주고 모이를 주고 청소를 하고 다른날과 다름없이 하고나니 아침해가 해맑았케 떠 올랐다.
수술실을 지나 회복실로 가는 복도에서 이번엔 닥터 도래이를 맞났다, 닥터 도래이가 먼저 아는체를 하였다.
" 한국 아줌마 ?." 그말을 하고는 닥터 도래이는 휭하게 가버렸다.
나는 어제 와 같이 위생복을 걸치고 위생신을 신고 똑같은 자리로 나아갔다. 어제와 조금도 다르지 않게 노인은 혼수 상태인체로 누워있고 그 간호사도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지난밤에 좀더 많은 수혈을 했는지 펌프가 한군데 더 늘어 있었다. 맥박은 조금 더 높은 수자로 145 정도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였다. 다음에 게속(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