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섬(동백공원) 일주
새 아파트로 이사한지 첫 휴일을 맞았다.
오전엔 일찍 서둘러 지금까지 출석하고 있는 거리가 먼 교회를 다녀왔고,
오후엔 아내의 제안으로 걸어서 「동백섬(동백공원)」을 다녀오기로 했다.
거리가 어느 정도며,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는 지를 따져본 뒤 휴일이면
정기적으로 운동 삼아 걷기로 묵계가 이루어졌었다.
걸어보니 요트 계류장(繫留場)까지는 15분이면 족했다.
주변에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전국에 소문난 80층 초고층 아파트가 오연히 솟아 있다.
현대 「아이 파크」와 두산 「위브 더 제니스」다.
아파트 전면(全面)이 유리로 되어 낮이면 반사광으로 피해를 보는 저층의 주민들로부터
민원이 제기되는 등 문제가 있는 모양이나, 위치로 보나 내부 시설 등이 고급화 되어
부산시민보다는 오히려 돈 있는 서울시민들이 여름휴가를 즐기기 위한 휴양별장의 개념으로
매입했다는 소문이 파다할 정도로 외지인의 선호를 받고 있는 아파트이기도 하다.
이런 이웃에 우리가 살게 되었다는 건 자랑일지 부담일지는 앞으로 살아보고 판단할 일이겠다.
대뜸 물가가 다른 동네보다는 비싸지 않을까 염려되었다.
이사 첫날 약국에 가서 두통약 〈펜잘〉한 통을 달랬더니 2,500원이란다.
오지게도 받아먹네.」투덜거리며 약국문을 나섰었다.
서면 등지에서는 1,800원이면 살 수 있는 약이다.
광복동 등지에서도 2,000원이면 살 수가 있다. 도대체 몇 %를 더해 받아먹지?
약사를 약장수로 비하하는 이유도 다른 데 있지가 않은 듯 싶었다.
운전자들의 말을 들으면 해운대 지역의 기름값이 가장 비싼 걸로 소문나 있다.
휴양지이자 관광지라 외지인들의 유입이 많은즉 모든 물가가 평균적으로 비싸다는 건
감수하고 살아야 할 성싶다.
▲ 마린시티의 초고층 아파트군(群). 사진은 빌려온 것.
「아이 파크」를 돌아 나오면 길은 바로 바다를 끼고 동백공원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펼쳐져 있다. 「갈맷길」로도 통하는 해변도로다.
부산에 살아도 이 길로는 와본 적이 없다.
언제였느냐 싶게 왼쪽으로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은 아파트와 빌딩군들이
임립(林立)해 있음을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외국의 유명 해양휴양도시에 비교되지 못할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빌딩숲을 뒤로 하고 다리를 하나 건너면 거기가 「동백공원」이다.
동백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어 부쳐진 이름이겠는데 여수의 오동도에 견줘 보면
빈약하기 짝이 없어 이름이 부끄럽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나 쉼터로서의 기능은 어느 곳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부산의 자랑이자
해운대의 명소임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다.
동백공원은
해운대해수욕장 남쪽 끝에 있는 동백섬의 자연을 그대로 공원으로 조성하여
동백공원이라 이름하였다.
1966년 9월 1일 공원대지로 지정되어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개발,
넓이는 약 14만㎡이다.
본래 동백섬은 섬이었는데 인근 하천의 퇴적작용으로 육지와 연결된 육계도가 되었다.
동백나무와 두충·소나무가 울창하고, 산책로와 배드민턴장·의자·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이 있다.
이중 화장실은 한국관광공사가 2001년 한국방문의 해 및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등을 앞두고
화장실 문화개선을 위하여 벌인 전국 공중화장실 심사에서 가장 쾌적한 화장실로
선정되기도 했다.정상에는 신라말의 석학 고운 최치원의 동상과 비문이 있다.
순환도로 옆에는 해운대석각(海雲臺石刻)이 있으며 정상으로 향하는 오솔길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유명하다.
이중 해운대석각은 이 일대가 해운대라고 불리게 한 유물로 최치원이 썼다고 전해진다.
이 때문에 섬 자체가 부산광역시기념물 제46호로 지정되었다.
공원 내에는 가수 조용필의 노래공원이 공사비 10억 원을 들여서 조성 2002년 완공되었다.
바닷가 바위에는 황옥공주의 전설에 따라 조성된 인어상이 있다.
본래의 인어상은 1974년 처음 설치되었으나 1987년 태풍에 유실되었다.
손상된 상체 부분만 부산광역시립박물관에 보관되어 있고, 현재의 인어상은 1989년 새로 제작한 것이다.
높이 2.5m, 무게 4t의 청동으로 제작하였다.
황옥공주는 인어의 나라 미란다국 공주로 무궁나라 은혜왕에게 시집을 왔으나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황옥에 비치는 고향이 그리워 눈물을 흘렸다고 전해진다.
동백섬 앞쪽 해안은 낚시터로도 유명하다. 주차장은 2개소이다.
인근에 해운대해수욕장과 부산요트경기장 등이 있다.
▲ 데이트하기 좋은 아늑한 산책로.
▲ APEC(아시아 태평양 경제 협력 각료 회의) 정상회담이 개최됐던「누리마루」.
▲ 동백공원 입출구에 있는 「웨스틴 조선」 호텔 .
걷기운동 겸으로 나들이하여 귀가하니 두 시간이 채 못 되었다.
허벅지가 뻐근하고 허리가 욱신거렸으나 기분은 여간 상쾌하지 않았다.
좋은 운동코스가 될 것 같았다. 낙후한 도시 변두리구역에서 살다가 화려하고 윤택한
삶의 공간으로 옮겨온 것이 마치 꿈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건강노후를 생각하면서 동백공원 일주 걷기는 휴일을 보람 있게 장식한 셈이 되어
모처럼 은은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 길거리에서 만난 이름다운 봄꽃.
글, 사 진 / 청목 (ikaros8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