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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간지옥에 쳐진 거미줄.
하늘에 걸린 흉조에 재촉당해 황천의 구멍에서 시체들이 기어오른다.
오늘 밤은 제한시간.
이 싸움을 처음으로 되돌리는 4일째 밤의 종말이다.
“서둘러 서둘러 서둘러 서둘러”
꿀에 달라붙어 바글거리는 벌레들 같다.
시체들은 윤회해탈을 맞이하려 하는 자신을 떨어뜨리기 위해 구멍에서 되살아난다.
“놓치지마 놓치지마 놓치지마 놓치지마”
이 뒤로 다음 날의 밤은 없다.
시체는 제한없이 증식하여, 정체하지 않고 거리를 뒤덮는다.
“짓뭉개라 짓뭉개라 짓뭉개라 죽여라!”
다름아닌, 그들이야 말로 아비규환.
이 밤을 뒤덮기 위해 현현한, “사람을 죽인다”라는 의지를 가진 지옥이다.
「끝내주네. 잘도 저런 짓을. 저거, 안 무섭나?」
아득한 상공.
2천미터 이상의 높이에 걸린 계단을 바라보며 그녀는 담담하게 중얼거렸다.
「……전부 다 엉터리지만.
소녀 취향도 저렇게까지 철저하다면, 불평을 터트리는 쪽이 멋대가리 없겠지.」
이런이런 하고 어깨를 움츠린다.
원시적인 연극에서나 쓸 대도구지만 확실히 저 계단은 화려하다.
하늘을 이분하는 빛의 다리
투명한 계단을 손을 맞잡고서 걸어가는 주인공과 공주님.
그런, 요즘은 동화 속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는 이야기를 올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지상의 상황이 절망적이라 해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수가 너무 많은 거 아냐?」
다리를 받치는 철골 위에 진을 친 채 그녀는 시선을 지상으로 돌린다.
미야마 쵸는 어둠 속에 가라앉아있다.
4일째의 끝을 맞이해 거리는 급속도로 변모해가고 있다.
불빛은 사라지고, 사람은 소실됐으며, 거리의 생기는 얼어 붙었다.
이 장소, 이 시각.
존재하는 것은 성배전쟁에 참가한 자들 뿐.
지금까지 뒤섞였던 적이 없던 낮과 밤이 뒤바뀌며, 만나지 않았던 자들이 교차한다.
현실과 공상, 실제과 비실제의 접합면.
이 짧은, 1시간 남짓한 시간의 틈이야 말로 4일째와 5일째를 나누는 경계선
「그건 알겠는데.
이렇게까지 되리라곤 생각 못했어.」
그들은 반각도 지나지 않아서
미야마 쵸를 뒤덮었다.
……인간에게 무한이란 말은 비유다.
아무리 많고, 아무리 인간의 추측범위를 넘는다 해도 모든 일에는 한도가 있다.
무한이라는 것은 인식의 한계가 낳은 말에 불과하다.
하지만눈 앞의 저것은 그런 “다 셀 수 없다”라는 것과는 다르다.
그들은 진실로 “무한”이다.
끝없는 증식연쇄.
하나였던 시점에서 결말이 된 종말의 군세.
몇 명일지언정 막을 수 없다. 스스로를 사멸시키는 브레이크 없는 자살회로.
미쳐버린 생태계의 말로가 이 지상을 뒤덮는다
「오백, 육백……아니,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만 해도 천을 넘었어」
있는대로 다 끌어모은 마술예장, 두 손에 꽉 쥔 보석의 감촉이 지금은 조금도 의지가 되지 않는다.
이래서야 수 분 정도를 막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들은 눈깜짝할 사이에 다리를 점령하고 신토에 우뚝 선 탑을 뒤덮어 거미줄을 게걸스레 먹어치울 것이다.
「큿」
종말을 눈 앞에 두고 그녀는 세게 이를 깨물었다.
지상이 지옥이며, 하늘이 동화 속 세계라면 그녀가 서 있는 철골은 그 경계.
아직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영역에 몸을 두고, 먼 바다의 끝을 응시한다.
하늘엔 일직선으로 새겨진 비행기 구름.
눈 밑엔 스러지지 않는 나방의 떼들.
어디에 몸을 맡겨야 할지 말한다면, 그건
「망설일 필요는 없어. 나는 이 거리를 관리하는 토오사카의 마술사야.」
양손의 보석을 꽉 쥔다.
앞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일은 없다.
그녀는 스스로 완수해온 역할대로 이 경계를 지켜낼 것이다.
하지만
「하흡,후」
똑바로 숨을 쉴 수가 없다.
지상을 바라보면 볼수록 꽉 깨문 이가 빠드득 소리를 낸다.
뻣뻣해진 다리는 평소의 경쾌함을 잃고, 어깨는 정체 모를 압력에 마비돼 있다.
「, 읏!」
시체들의 행진이 시작된다.
경계가 돌파된다.
그 전에 저 선두부대를 날려버린다.
그래야 하는데 떨려서, 그 한 걸음이 내딛어지지 않는다.
「……윽, 아아 진짜 한심해!」
탁 하고, 꽉 쥔 주먹이 이마를 때린다.
처음부터 불리하다는 건 알고 왔다.
이 장소에 선 이상, 남은 건 이제 힘이 다할 때까지 싸울 뿐.
세트
「______, Anfang」
돌 같은 양 다리를 움직이며 눈 밑의 무리들에게 한 걸음 내딛는다.
후퇴는 없다.
남은 한 걸음을 디딤으로서 그녀는 사지에 뛰어들게 되어,
「흠. 혈기왕성한 건 좋은데,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간 거 아닌가?
아니, 싸울거면 다 죽여버리겠다는 발상은 실로 너다운 얘기지만.」
「……아?」
그, 너무나도 낯익은 목소리에 초장부터 보기좋게 기가 꺾였다.
「잠깐만 다 죽이는 게 나 답다는 게 무슨 의미야.
이래 뵈도 런던에서는 자비심 깊은 우등생으로 통하는데?」
붙잡혀 있던 마음이 풀어진다. 그녀는 발걸음을 멈춘 채, 돌아보지도 않고 투덜거린다.
「아니, 말 그대로의 의미인데.
경쟁상대가 있으면 몇 바퀴 차이로 이겨버리고, 싸움을 걸면 두 번 다시 덤비지 못하게 하는 게 네 방식이지.
자비를 생각하는 건 그 전이나 후의 이야기지 않나?」
「윽.」
유감이지만, 실로 그 말대로다.
그래, 이왕 할 거면 철저하게가 그녀의 방침.
몇 분 견딜 수 있을까, 경계를 방어한다, 그런 수동적인 전략은, 애시당초 그녀에겐 맞지 않는다.
「……그래, 이왕 할 거면 섬멸전이란 이야기지?
이곳은 경계선이 아니라 최전선이었어.
……실패해버렸네. 그런 걸 착각했으니 어깨가 무거워 지는 게 당연하지.」
휙, 느긋하게 어깨를 돌린다.
상황은 9회말 무사만루. 타순은 2번부터, 한 점 허용하면 게임오버.
하지만, 지키는 것에 전념해서 몸을 사리던 투수는 새로운 각오를 다져, 타자를 삼진아웃시킬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근데 너무 많나.
진다는 생각은 안 들지만 놓치는 녀석들도 나올테고 좋아, 밀릴 거 같으면 다리 전체를 가라앉혀버리자!」
「……스톱스톱, 컨디션이 돌아온 건 좋은데 너무 오버야.
다리를 부수면 수습이 불가능해. 놈들은 단순하니까 다리가 무너지면 강을 건너서 신토에 난입할 걸.
하지만 다리가 있는 이상은 고지식하게 여기만을 지나가려 한단 말이지.」
「윽……아, 알고 있어. 기세가 올라서 말해봤을 뿐이야.」
쳇, 불만스러운 듯 혀를 찬다.
이렇게까지 일이 커졌으니까 다리 하나나 둘 쯤 박살내버리는 게 그림이 되잖아라고 말하고 싶은 듯이.
「이거 참, 그런 점이 철저한 거야, 넌.
반년으로는 숙녀의 예절이 몸이 배지 않았나?」
「타고 난 거니까. 그쪽도 꼭 한 마디 더 하는 버릇, 못 고쳤네.」
「나는 사람에 따라 달라. 지금은 마침 충고하는 보람이 있는 마스터와 계약하고 있어서 말야.」
「그거 참 기이한 우연인걸. 나도 마침 잔소리가 심한 녀석이랑 연을 만들고 말았거든.」
시시하기 그지없는 대화에 빙긋 입꼬리가 올라간다.
바로 밑에 다리 중간까지 진군한 시체들.
전투를 개시하기엔 지금이 최고의 기회다.
「OK. 따라와 줄 거지, 아쳐?」
「물론. 서번트는 마스터를 따르는 법.이걸로 겨우」
「마지막으로. 봐주는 거 없이, 싸울 수 있겠군.」
드러나는 붉은 외투.
궁병은 그녀를 지키듯이, 그의 상징인 성해포를 나부낀다.
그 무장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는 물어볼 것도 없다.
붉은 상징을 걸치는 건 그에 상응하는 전장, 섬겨야 할 주인과 함께할 때 뿐.
떨쳐버렸을 터인 향수가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지금부터 아주 잠시. 새벽까지의 아주 짧은 시간동안, 그는, 함께 전장을 누볐던 모습으로 돌아간 것이다.
「……바보. 이상한 데 꼭 집착한다니까. 의리파라고 해야할지, 아니꼽다고 해야할지.」
「무슨 소릴. 의리로는 널 못 이기지.
넌 잘 모르는 것을 위해서 잘 모르는 녀석들과 목숨을 걸고 싸우려하니까.
이거 참, 무관계한 것도 정도가 있지. 네 의협심은 높이 사지만 이래서야 맘 편하게 빚도 못 만들겠어.」
「하하. 그렇네. 정말 비싸게 친 라이트훅이었나.」
적을 응시한다.
마술각인의 회전수를 중반까지 억눌러, 5퍼센트의 힘으로 마력을 운용한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저, 하늘에 걸린 무지개가 사라질 때까지 그녀는 이 다리에서 싸워나가야만 한다.
「선공은 양보하지. 네 선제 공격으로 무리의 선두를 해치운 직후, 다리로 내려간다.
나머지는 지구전이야. 넌 여기서 행렬 중간에 구멍을 계속 뚫어라.
나는 마술포화에서 빠져나온 녀석들을 베겠어.
무슨 문제 있나, 린?」
「불만 없어. 나와 아쳐의 이단공격으로도 빠져나가는 녀석은 나오겠지만, 그건 무시해.
우리의 역할은 대군의 섬멸. 자잘한 문제는 눈 앞의 적이 없어진 다음에 생각할 일이야.」
이 포진을 돌파할 놈들이 몇 마리나 될지는 몰라.
이 다리를 넘지 않고, 강을 건너 신토를 향하는 녀석들도 있겠지.
하지만 그건 몇 천분의 일.
그 정도의 예외는 하늘로 가는 당사자들이 해결해 줘야지.
「……뭐, 참견쟁이들은 우리 말고도 있을 것 같고. 사소한 문제는 그들에게 맡기도록 하지.」
각인에 빛이 깃든다.
그녀는 부드럽게 최단의 수순을 밟아 숨겨진 마력과 마술을 해방한다.
세트
「Anfang」
검게 물든 지상에 커다란 꽃이 핀다.
개막을 고하는 마술의 화염. 그것이 지상의 별이 되어 하늘에 걸린 길을 비추며
독사의 어금니가 시체들을 분해한다.
미간, 결후, 심장, 등골.
그 중 한 곳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꿰뚫는 철의 주먹.
상대가 망자의 무리라면 그걸 막아서는 건 귀신의 구현.
카게야마 산에서 기어나오는 망자들을, 죽여서 다시 지옥으로 떨어트린다……!
한 호흡 안에 삼격필살.
마녀의 마술로 강화된 주먹은 철괴가 되어 망자의 얼굴을 날려버린다.
하지만 얕다.
얼굴이 없어지고 심장이 없어지고서도 그 흉조는 멈추지 않는다.
애초에 망자, 그 동력은 심장이 아니라 원념이다. 오체를 다 소멸시킬때까지, 저주의 성취를 향해 미쳐날뛴다.
!
「어쎄신」
「뭘 그런걸 가지고.
예를 차릴 필요는 없네 소이치로. 쳐도 물러나지 않고, 베어도 죽지 않는 적이라면, 서로 불리하지 않은가.」
전장에 맞지 않는 경쾌한 목소리.
오척의 장도가 월광을 반사하며, 사무라이는 망자의 무리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칼끝은 연무처럼.
망자들은 땅에 쓰러진 후에야 겨우 베어진 사실을 알게 될테지.
「흠. 역시 수족을 끊으면 못 움직이는군.
소이치로. 귀찮지만 목보다 사지를 노리도록 하게. 일격필살의 신조에 반하지만, 별 거 있나. 목조인형 상대론 딱이로군……!」
「」
꽃과 풀사는 방식은 다르지만 무예자로서 예리하게 날이 선 두 사람에게 말은 불필요.
교차하며, 돌입해 적을 압도하는 주먹과검.
등을 맞대고, 눈이 팽팽 돌 정도로 전장을 누비며 두 명의 귀신이 망자들을 압도한다……!
「헌데 무슨 심경의 변화인가, 소이치로. 어젯밤까지 못 본 척하겠다던 자네가 오늘 밤에 시체들을 치러 나올 줄이야.
역시 이 이상발생은, 자네의 마녀가 저지른 실수인가?」
「모른다. 질렸다면 자라, 어쎄신.
이것들은 잠자리에 들면 사라지는 망령이다. 꿈 속에 있는 자들에겐 아무런 위해도 가하지 않지.」
고로, 지금까지 거리를 배회하는 그림자들을 못 본 척 했다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참 이상한 이야기다.
그 이치대로라면 오늘 밤도 자버리면 될 일이다.
아무리 수가 많다 해도 잠자리에 누워있는 인간에게 위해를 가하지 못하는 것은 변함 없다.
「호오. 그럼 어째서 이런 고생을 하지?
앞으로 갈지, 뒤로 돌아갈지는 모르지만 얌전히 자버리면 평소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텐데.」
「그렇군. 하지만 이 싸움은 그녀의 소원이다. 들어주지 않을 수 없겠지.」
「」
어쎄신의 장도의 기세가 살짝 누그러든다.
사무라이는 불의의 기습을 받은 것처럼 얼굴을 굳히며,
「그런가, 확실히 그렇군! 하하, 평생 자네한테 응석을 부리는 일은 없을 것 같더니 조금은 개심한 거 같군, 캐스터!
이거 참, 이렇게 귀여운 구석도 있지 않은가,」
「에에잇,
입닥쳐요, 얼간이!」
쏟아지는 빛의 화살.
마녀의 철퇴는 스콜이 되어 검은 얼룩들을 씻어내린다.
「호오, 역시 요괴들에겐 외법이 잘 듣는 듯 하군.
본 실력을 발휘하는 걸, 캐스터! 오늘 밤은 너의 내숭떠는 모습이, 각별히 생기가 넘치는 거 같군!」
「헛소리는 그쯤 해두세요, 어쎄신. 당신의 역할은 마스터를 엄호하는 거라고 말했을 터.
그것조차 못 한다면 떼지어 있는 잔챙이들과 같이 전부 태워드리겠어요.」
「하하, 화내지 마라. 소이치로와 함께 싸우는 것이 네 염원이지 않나.
나 역시, 마스터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다. 네가 기쁘다면 나도 기쁘지.
뭐, 흥에 겨워 잠시 떠들어 본 거지만. 남자로서 무리도 아니잖나, 소이치로?
자네도 드물게 주먹에 힘이 들어가 있지 않은가.」
「……미안하군. 내 안사람의 면전이다. 힘이 들어갈 수 밖에.
폐를 끼치고 있군, 캐스터」
「」
둘 다 서로 당황한 건가.
그를 아는 자라면 지금의 발언이 얼마나 놀랄만한 것인지 알 것이다.
「캐스터. 새로운 무리다.
류도우 사를 계속 지킬 건지, 원흉을 없애러 갈 건지. 어느 쪽이든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틈은 없을 거 같군.
지시는 맡기겠다. 네가 원하는대로 싸우지.
……이런 기회는 아마 두 번 다시 없을 거다.」
「소이치로 님」
고로 후회를 남기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건가.
쿠즈키 소이치로는 그녀의 의지를 안고,
마녀는, 일상의 끝이 분한 듯이 한없이 안타깝게 받아들인다.
「……네, 알고 있어요. 마스터.
앞으로는 망설임 없이 스스로의 소원으로 당신을 따르겠어요.」
석장이 종을 울린다.
신대의 마술사는 한층 더 비적을 자아내기 시작한다.
「그래서 어쩔 거냐, 캐스터?
이대로는 질리고 말 거다. 차라리 적의 본체를 쳐부수러 가는 것이 어때?」
「흥, 밖에 나오지 못하는 당신이 할 말이 아니죠,어쎄신. 게다가 그렇게까지 도와줄 의리는 없어요.
전 이 장소를 지킬 수 있으면 되는걸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파렴치하게 남의 집을 흙발로 들어오는 쓰레기들에게 자기 주제를 알게 하는 것 뿐이에요.」
끊임없이 나타나는 검은 그림자
그것은 뒷산에서 생겨나대부분은미야마 쵸를 향해산을 내려갔고, 무리에서 갈라져나온 시체들은 류도우 사까지 넘쳐났다.
그것을 질색한 것은 다름아닌 캐스터였다.
자신의 몸을 지킬 뿐이라면 마스터와 함께 자신의 신전에 쳐박히면 될 일이다.
망자들이 오지 못하게 하는 결계 따위 이 조그만 두 사람 몫의 영지만으로 충분하다.
하지만무슨 변덕인지 그녀는 이치에안 맞는 일을 했다.
진군하는 도중, 우연히 류도우 사에 들어선 검은 얼룩. 그것을 한 마리도 용서치 않고, 모조리 불태웠다.
그 결과, 그들은 이 장소에도 장해가 있다고 인식해, 류도우 사에 모이기 시작했다.
「당연하죠. 밑의 일 따위 어찌되든 상관없지만 이집에 들어선 이상 저의 적.
그래요, 사양않고전부 태워드리겠어요, 어벤져.그것이 당신의 소망일테고」
허공을 수놓는 신언영창.
류도우 사를 지키기엔 넘치고도 남아, 그들의 본체에 바람구멍을 뚫을 정도의 대마술을 치켜들어,
「솔직한 이야기로는
할 수만 있다면 더 계속하고 싶었어요. 제 화풀이로 알아두세요!」
류도우 사를 지키는 마녀는 거리로 향하는 시체들을 불태운다.
아무리 무한이라 해도 잃은 수를 순식간에 채울 수는 없다.
신벌과도 같은 일격은 아비규환의 구멍을 만들어간다.
……하지만 넘치는 얼룩은 멈추지 않는다.
하계는 반이 시체들로 뒤덮혔다.
이 장소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켜내, 저 다리도 함락되지 않은 채 아침을 맞이할 테지.
「……하지만 미야마 쵸는 어떻게 안될것 같아.
애는 쓰는 것 같지만, 저 애들은 여기까지겠어」
동정인지, 연민인지 마녀는 탄식을 흘리며 거리를 내려본다.
……그 시선은 거리의 북부.
바늘구멍만한 공백을 차지하고 있는 한 무가저택을 향하고 있었다.
에미야 저택을 삼키는 시체들의 파도.
아무리 서번트·라이더라고 해도 단신으로 파도를 물리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이 한 번으로 끝나는 파도라면 보구의 일격으로 날려버리든, 마안으로 석상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적은 무한이다.
보구나 마안은 마력을 대량으로 소비한다.
일시적인 우위를 점한다고 해도 마력부족으로 움직이지 못해서야 저항조차 불가능해진다.
「라이더, 뒤……!」
주인의 목소리에 반응하여, 라이더의 머리카락이 흐른다.
맞부딪치는 손톱과 칼날.
후방으로 뛰어도 도망칠 곳은 없다.
돌담을 넘어 침입한 시체들은 공을 다투듯이 라이더에게 달려든다.
그녀의 속도라면 흉조 한 둘 쯤은 가볍게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밀집한 손톱은 가시같이 빽빽하게 들어서서 라이더를 포위한다!
「사쿠라……!?」
멈추지 않을 터인 라이더의 발이 급정지한다.
지금의 마술은 그녀의 주인, 마토우 사쿠라가 행한 것이다.
사쿠라도 역시 마술사. 마술행사 한 두 번쯤은 놀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지금 쓰고 있는 마술은 마토우 사쿠라에게 혐오스러운 것.
그녀의 심층의식을 꺼내어 어두운 마이너스의 부분을 칼날로 자아내는 금술이 아닌가.
「안돼요, 마력 그 자체를 무기로 삼는 마술은 당신에겐 아직 빨라요……!
그들은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당신은 방 안에서 결계를 유지해 주세요!」
주인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여기선 어찌할 수 없는 헛점이 된다. 발을 멈춘 서번트에게 쇄도하는 망자의 무리.
운하와도 같이 침입자를 찔러, 농락하고, 평면 세계에 삼키는 그림자의 바다.
저것이야말로 그녀가 가지고 있는 마술사로서의 일면
상대가 저 세상의 것이라면 손쉽게 피안으로 돌려보내는 암흑의 소용돌이.
눈에 보이지 않는 불확정으로 대상을 구속하는 허수의 마법특성이다.
「사쿠라……!」
「괜찮아, 이 정도는 다룰 수 있어……!
걱정 마, 라이더. 나 역시 반년 동안 조금씩 노력해왔으니까……!」
떨리는 다리, 마술행사의 반동으로 튕겨나갈 듯한 몸을 억누르며, 스스로를 고무시키 듯 목소리를 쥐어짠다.
「」
사쿠라의 의지를 존중해서 항전을 계속할 것인가, 주인을 안고서 이 거리에서 이탈해야 할 것인가.
지금이라면 아직 늦지 않았다.
그녀의 보구라면 눈깜짝할 사이에 신토까지 마토우 사쿠라를 옮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라이더는 벽의 수비에 전념해. 안에 들어온 녀석들은 내가 쫓아낼 테니까……!」
라이더는 스스로 전장에 임해 필사적으로 버티려하는 사쿠라의 모습이 믿음직스럽기도 했던 것이다.
본래 마토우 사쿠라에게 단신으로 마술을 행할 만한 소양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그녀는자신의 어둠, 그림자를 내쏠뿐인 마술회로를 표층에 끄집어내어 일시적으로 마술사로서 기능하고 있다.
그것은 인간적인 부분을 눌러 부수는 행위다.
저 상태의 그녀라면 사소한 마음의
흔들림으로 “마이너스의 마음”에 삼켜질 수도 있다.
그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부끄러워하던 그녀가 정면에 나와 이를 꽉 깨물고 있다.
목소리는기도를 나의손끝은대지를벤다
「Es flustertMein Nagel reist Hauser ab」
생각해보면. 이 저항은 회피할 수 있는 것이었고, 처음부터 회피했어야만 했다.
거리를 뒤덮는 한 서번트의 잔해들.
밤마다 배회하는 그것들이 둑을 무너뜨리고 넘쳐버린 것을 라이더는 즉석에서 감지했다. 하지만 응전할 필요는 없다.
이것은 잠자리에 들면 지나가 버리는 것.
평소처럼 잠에 취해 아침을 맞이하면 사라지는 것이다.
뜻은분명하게 나의그림자는검을휘두른다
「SatzMein Blut widerstehtInvasionen……!」
영창을 반복할수록 괴로워진다.
그, 피를 토하는 듯한 말투가 지지 않아가냘프면서도 힘차게 들린다.
「…그렇지 않으면. 난, 여기에…!」
이 밤.
종말을 맞이한 0시. 정신을 차려보니 에미야 저택에는 그녀와 사쿠라 밖에 없었다.
나아가는 자와 지키는 자. 그 누구도 아무것도 고하지 않은 채, 사쿠라만을 남기고 각자의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지 않아
그것을 알았을 때 사쿠라는 상당한 실의에 빠졌다.
또 다시 혼자.
위기의 바깥쪽에 남겨짐으로서 자신만 구해졌다고 낙담했다.
「읏, 하, 하아, 하에잇, 아직 멀었어…!」
그리고 선택했다.
이 장소에 남기로, 자신도 싸우겠다고. 이 소중한 누군가의 장소를.
「그래. 나를 내버려두고 간 게 아냐.
날 믿고서 여기를 맡긴 거야!」
이뤄지 않는다 해도 여기만은 마지막까지 지켜내리라고.
그 자그마한 분발을, 주인을 경애하는 마음으로 어찌 꺾을 수 있으랴!
「뭐, 사실 놔두고 간 겁니다만.」
「그만! 힘빠지는 소리 금지--!
라이더 저기 창고! 창고 쪽에 잔뜩 몰려갔어…!」
벽을 기어오르는 보라색 뱀.
라이더는 눈사태 같은 습격자들을 영격한다.
그 등을 지키는 검은 화염. 남겨진 소녀는 한 명의 마술사로서 떼지어 있는 잔해들과 대치한다.
보잘 것 없는 그녀들의 방어는 아마도 앞으로 한시간 밖에 버티지 못한다.
오직 한시간.
이것은 대국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하는 한 때의 소나기. 소녀의 결의는 머지않아 더러운 것에 삼켜질 것이다.
불행한 것은 그들에게 이성이 없다는 것.
만약 이성이 있었다면 시체들도 필사적인 저항을 비웃기 전에 여기를 함락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고 전선으로 향했을테니까.
「하아, 아…!」
체력, 마력 모두 아직 반이나 있지만 소녀는 종착으로 내몰린다. 무리도 아니다.
이 압도적인 수, 걷어내도 걷어내도 끝이 없는 악의 천막.
체력 이전에 마음이 꺾이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억수같은 빗속에 있는 것 같다.
조소와 살의 빗속에서 먼 천둥소리인지 지진인지 잘 알 수 없는 종말의 소리가 들려온다.
시체의 무리만으로 끝나지 않고 폭주열차같은 파성추까지 쏘아진 것이다.
「아, 아라이, 더」
도망쳐요, 라고 입모양을 내는 보라색입술.
이렇게 분전은 화장된다.
바라건대, 우매했던 그녀의 결의가 최후의 비명을 지르지 않기를.
그리고,
「어라…이 소리…?」
그리고
「돌격 다 쫓아버려, 버서커!」
새로이 나타난 길잡이에 의해, 그 우매함이 든함으로 바뀌기를.
「Los Los Los!」
거칠게 휘몰아치는 대폭력.
소녀와 거인은 장애를 닥치는 대로 베어버리고, 한 번 휘두를때마다 시체들을 쳐내어 가차없이 에미야 저택의 벽을 파괴한다.
「하」
라이더의 절규는 당연한 것이다.
그건 이미 아군조차 아니다.
나타난 소녀와 거인은 그저 파괴만 할 뿐인 존재니까.
「이, 이리야 씨…!? 어, 어째서 여기에!?」
「어째서냐니, 못 봐주겠으니까 들렀어.
난 아무 편도 들어줄 생각이 없지만, 이건 너무 불공평하잖아.」
요염한 미소.
시체들을 분쇄해 나가는 지금도, 소녀는 무도회의 한가운데 있는 듯하다.
「부, 불공평하다니…이리야 씨, 이 적에 대해 알고 계세요…!?」
「설마. 이런 걸 어떻게 일이 생각하고 있겠어.
난 사쿠라와 린을 말하는 거야. 아까부터 듣자니 바보같은 소리만 하고 있잖아.
여기만 지켜내겠다구? 정말 그래서 어쩔려구 그래, 사쿠라. 그러니까 린을 못 이기는 거야.」
「네?」
소녀의 말에마토우 사쿠라의 마음은 새하얘졌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눈이 동그래졌지만, 어쨌든부러지려던
마음이 불쑥 머리를 든 것이다.
「이, 이리야 씨. 그건 무슨…」
「수비만 하다가는 못 이긴다는 소리야.
그거 알아? 린은 일찌감치 최전선으로 이동해서 제일 좋은 지점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거.
이런 데서 무작정 고집을 피우느니 좀 더 극적이고 고득점을 노릴 수 있는 위치를 차지하란 소리야.」
「저, 저기…그건 고득점을 노리는 게 아니라
제일 힘든 상황에 뛰어드는 게 아닌가요…」
「그거나 그거나. 하지만 결국 린도 지키기만 할 뿐이고 답하긴 마찬가지 아냐?
본거지를 아니까, 거기를 깨부수는 게 빠르고 무엇보다」
「…그러니까…어, 언니보다 점수를 더 딸 수 있다는 소리인가요?」
「바로 그거야.
나는 가겠어. 갈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린한테만 맡겨둘 수
그녀는 주저한 후 조용히 숨을 들이마쉬고 돌아섰다.
「그럼 갈게.
자, 단 한번 뿐인 클라이맥스야, 버서커!
사양할 필요없이 막아서는 건 전부 박살내서, 네 강함을 보여줘!」
「」
운전을 재개하는 폭주열차.
거인은 소녀가 이끄는대로 검은 설원을 뚫고 나아간다.
목적지는 원천.
갈 수 있다는 보장도 없이 그녀들은 시체들이 겹이 쌓여있는 폐기장으로 향한다.
…설령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한다 해도.
그녀들의 행동이 이번에야말로 한 때의 소나기가 아니라 파장으로 변하여 대국을 흔들 수 있기를.
막간은 계속된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몇 개의 불빛.
수치에는 나타나지 않는 작은 저항이 검은 잔해들을 막아선다.
하지만 그 성과는 상처를 억누르는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한 번 열린 구멍은 닫히지 않는다.
종말은 그들이 사력을 다한다 해도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수호자가 다리를 사수한들, 잔해들이 신토에 상륙하는 것을 다 막아낼 수단은 없다.
아비규환이 현한 지 이미 반각.
다리의 싸움에서 살아난 시체들이 검은 점이 되어 신토를 배회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분전으로도 아직 부족하다.
안온과 권태, 일상에 안주해온 댓가는 그만큼 무겁고도 깊다.
고로, 저항하기 위해서는 마지막 한 수.
잔해들을 저지하는 몇 쌍의 마스터와 서번트, 그 모든 힘에 필적하는 힘이 없이는, 새벽을 맞이할 수 없을 것이다.
…참 뻔한 얘기다.
이 많은 사람들이 잠에 빠져있는 밤의 어디에 그런 구원자가 있다는 것인가.
시체들은 소리 높여 승리를 합창한다.
이걸로 다시 원래대로다, 라고.
달로 이어지는 길, 달을 바라는 건축물을 향해서 웃으며 질주한다. 하지만.
「스톱.
좋은 시간이니까, 좀 조용해주지 않을래?
애들은 조용히 자고 있을 시간인데, 이래서야 시끄러워서 잘 수가 없어.」
여기에 있을 리 없는 세력이 존재한다.
신토에 상륙해 이제 탑을 향하려던 잔해들.
그들은 모를 것이다.
이 거리를 뒤덮는 자신들이 커다란 파도라면 그는 커다란 폭풍.
적대하는 자, 그의 뜻에 맞지 않는 자를 날려버리는 포악함의 화신이라는 사실을.
그 소년은, 이상한 향에 감싸여 있었다.
발 밑에는 은색의 재.
자욱히 낀 향은 안개처럼 뿌옇게, 소년과 떼지어있는 시체들을 뒤흔들고 있다.
「여. 어디 사는 누군지는 묻지 않겠지만, 안녕.
이런 한밤 중에 떼지어서 나다니다니 무슨 큰 행사라도 있어?」
소년은 지극히 평온하고 조용하다.
이, 황천에서 넘쳐난 무리를 앞에 두고 두려워하는 기색은 전혀 없다.
천진난만한 천사와도 같은 표정은 오히려
「뭐, 무슨 이벤트든 흥미는 없지만.
그런데 너희 전부리더야? 그렇겠지. 이 녀석도 저 녀석도 마치 잰 듯이 같은 낯짝이고.
…음, 난처한데. 이럴 때는 리더가 책임을 져야 맞잖아? 무리 전체의 실수는 머리를 바꿔버리면 해결되는데」
그것은 무슨 생태변화였는지.
단체의 목적 밖에 가지 않는 그들은 급속하게 결계를 굳히기 시작했다.
하나는 역시 목적을 위해.
앞으로, 이 탑을 함락시키기 위해선 여기서 힘을 모아야만 한다는 직감.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전원이 리더라면 할 수 없지.
귀찮지만 너희들 전부에게 책임을 묻겠다.」
그리고 또 하나는 발생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적에게서 공포를 느꼈기 때문에.
시체들이 웅성거린다.
소년을 감싸는 포위망을 더 넓고, 더 밀도있게 만든다.
문득 돌아보니 중앙공원은 시체들로 메워져 있었다.
십년 전의 성배전쟁에서 최후의 전장이었던 황야는, 또 다시 지옥으로 화한다.
「…흐음. 머릿수로 밀겠다는 건가…저 위조장이와 마스터는 잘하고 있지만, 상대가 너무 악질이군.
나 참너희들도 병사라기보다는 질병 종류로군.
하나가 있으면 한없이 늘어나다니,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거잖아.」
잔해는 사방에서 소년을 으깨려 자신들을 산처럼 쌓아올린다.
삼켜지면 끝난다.
이 정체불명의 생명도 장해에 지나지 않는다.
침략하는 쪽과 당하는 쪽 그 관계는 변함없다.
하지만 침략하는 쪽이라면 그들의 목적은 탑의 점거가 아니었던가.
신토는 미야마 쵸와는 사정이 다르다.
신토까지 도착한 잔해는 천을 넘는다 해도 아직 소수.
그렇다면, 곧바로 탑을 향해 갔어야 할 것인데 도대체 왜?
「여기 온 이유를 모르겠어? 음, 그게 벌레들의 습성이야. 거 참, 반혼의 향기에 이끌려 잘도 모이는군.
너희들에겐 너무 호사스럽지만 오늘 밤은 누구나 환영하는 파티니까 사양할 필요 없어.
…아. 너희들이, 지옥을 노래한다면」
소년의 볼이 사악하게 비틀린다.
고양과 조소.
머리 위를 뒤덮는 시체의 산.
판결은, 이곳에 내려진다.
침략자들은 스콜처럼 끊임없는 산탄이 되어 소년을 산조각 내려다
「개막이 좋군.
죽을 힘을 다해 노래하라, 잡념!」
그 죄를 근절하기 위해. 암흑의 침략자들을 상회하는 폭풍이 되어 황금의 섬멸자가 군림한다!
생존활동, 아니, 존재 자체를 용서
치 않는 그 모든 자연이 왕 앞에 어쩔 줄 몰라 모여든다.
지옥을 노래하는 시체들에게 압도적인 진실이 들이닥친다.
「네 차례다, 에아.
너도 내키진 않겠지만, 이것도 또한 다스리는 자로서의 의무다.
진실을 아는 자로서 한 수 가르쳐 주도록 해라…!」
주인의 명을 받아 괴리검이삐걱이기 시작한다.
이것이야말로 모든 사후 세계의 원전. 생명이 가진 기억의 원초.
그들이 죽음을 노래한다면, 그것은 지옥을 만들어낸다.
천지가 개벽하기 이전. 이 대지는 용암과 가스, 작열과 극한이 뒤섞인 지옥이었다.
그 가혹함은 이어져 내려온 기억이 없다해도, 눈에 보이지 않는 유전자에 새겨져있다.
…그렇다. 지옥이란 것은 이 마음 넓은 별이 어떠한 생명도 용서치 않았던 원초의 모습 그 자체인 것이다!
「황천길을 열겠다. 마음껏 노래하라, 망자들이여.
걱정마라, 지루하게 하진 않으마.
짐 역시 이런 변덕은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니.
재물은 아끼지 않겠다. 새벽까지 목숨을 걸고서 버텨보아라…!」
폭풍의 중심은 무풍 같은 것이 아니라 의심할 것 없는 나락의 구멍.
이 영역에 발을 디딘 시체들은 낙하듯이 원래의 무로 돌아간다.
영웅왕이 꺼내든 진실에 아비규환 따위가 견딜 수 있겠는가.
신토에 편성되려던 시체의 대군은 여기에서 괴멸한다.
그것은 전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자연이 내린 천벌 그 자체였다.
먼 천둥소리는 그치지 않고, 폭풍은 지금도 황천길을 열고 있다.
신토에 상륙한 하나의 무리는 한 명의 군세에 의해 소탕당했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 군세에게는 그들을 섬멸할 의사가 없다.
무리를 이루어 나타나는 적은 치지만 단신으로 탑을 향하는 잔챙이들에겐 관심이 없는 것이다.
한 기의 군세가 가진 목적은 탑의 사수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귀를 어지럽히는 해충의 구제일 뿐.
몇 천만분의 일의 확률로 태풍을 피해 신토의 중심으로 바삐 가는 시체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 운이 좋은 적 또한 역시 셀 수 없이 많다.
한 마리라도 탑에 도달하는 자가 있다면 당연한 듯이 존재를 허락받는 것이 잔해들의 최대 무기인 것이다.
이리하여 막간은 여기에서 끝난다.
무제한의 군세를 가지고 압승할 예정이었던 시체들은 최후에 한 명 한 명의 병사로 흩어졌지만, 결국 달의 사다리에 도착했다.
마지막 한 수.
이 탑의 외벽에 손을 대어 기어오르기만 하면 종말은 완성된다.
“서둘러 서둘러 서둘러 서둘러!”
밤의 거리를 질주해 탑을 시야에 넣고, 정상을 올려다보는 그들의 원성에 기쁨이 섞이기 시작한다.
그것은 승리를 확신한 환희.
생존을 완수한 안도.
배신자가 아무리 나아갔다한들 상관없다.
도달하기만 하면 그들은 계단을 올라 다시 새로운 잔해를 맞이하는 것이다.
“_____,_____ ,_____ , ___?”
…하지만 모든 장애를 돌파한 몇 천마리째의 그것은, 희미한 위화감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제 그들은 도달했다.
탑은 그 시점에서 심홍으로, 그들의 원념으로 물들어야만 한다. 하지만 탑은 아직 암흑.
붉은 광점은 지상을 뒤덮은 채, 탑의 주위에 산재할 뿐이었다.
“_____,_____ ,_____ , ___?”
질주하는 시체가 발을 멈춘다.
탑은 정적, 소리하나 내지않고 보이지도 않는 질풍에 휩싸여, 정면에서의 침입 밖에 용서하지 않는다.
잔뜩 모여든 그들은 그 질풍의 앞에 서 있을 수 밖에 없다.
눈을 크게 뜨고 각오하라, 무수한 잔해들이여.
너희들이 목전에 둔 것은 눈부신 빛의 검.
감청과 백은의 전투복으로 몸을 감싼 한 점 더러움 없는 이상의 구현.
여기에
마지막으로 절대 함락되지 않는, 진실한 수호자가 존재한다.
탑을 둘러싼 불가시의 방비야말로, 저 성검을 집어넣는 칼집인 신비의 바람.
도달한 병사들이 술렁거린다.
그들에게 남겨진 수단은 단 하나. 아니, 처음부터 그들에게 그 이외의 방법 따위 있지도 않았다.
시체는 시체들이 되어 목전의 장애에게 조금씩 다가든다.
본능이 패전 밖에 감지하지 못한다 해도 침략만이 그들의 증거.
「네 놈들이 어떠한 자들인지, 묻지 않겠다.」
검사는 움직이지 않고.
검의 광채에는 아주 조금의 흐림도 없다.
그녀는 하늘을 보지 않고 그저 눈 앞의 잔해를 응시할 뿐.
「떠나라고는 하지 않겠다.
여기는 나의 주인의 바람으로써, 나의 신념을 이루는 장소.
그 원성이, 이 희망을 바라지 않는다면 서로의 입장은 명확하다.」
이어지는 목소리는 엄하고, 온화했다.
거기에 얼마만큼의 감정이 담겨있는지, 다른 사람이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그가 그녀에게 작별을 고하지 않았듯이.
그녀도 또한 그 삶의 방식을, 가슴 속에 간직했듯이.
「…이곳은 미래를 중히 여기는 자만이 다를 수 있는 사다리다.
나 너희들이 발을 들일 수 있는 여지는 없다.
그것을 오만이라 저주한다면」
…망설임은 없다.
막을 내리는 것은 그만이 아니다.
이 밤, 싸우는 자 모두는.
스로가 바라는 미래를 위해서, 이 환상을 깨부수고서
「자, 사력을 다해 오는 게 좋을 것이다.
이 검을 걸고서 너희들의 도전에 답하마!」
황금의 빛이 검은 더러움을 지워나간다.
지상에도 반짝이는 별이 있다는 것을, 하늘을 가는 자들이 알았는지는 확실치 않다.
막간은 여기서 폐막.
거리는 아직 검붉게 태동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강한 햇살이 머지않아 어둠을 물리칠 것이다.
지상에서 싸우는 자들 중 하늘을 바라보는 자는 없어졌다.
각의 의지, 각의 재회, 각의 이별이 이 밤 사이에 끝나는 것이다.
…그리고.
오래 전에 역할을 끝낸 마음이, 경계에서, 완만하게 끝나려하는 재현을 지켜보고 있다.
이제 입에 담을 감개도 없다. 밖을 향해서 빛나던 거꾸로 된 혜성.
의지할 사람도 의지할 곳도 없이, 그렇지만, 어떻게든 종착까지 도달한 거미줄을 배웅하자
새벽은 가깝다.
길은 저렇게, 지금도 확실히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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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댓글 입니다.
사실상 할로우의또다른 주연인 랜서는 건드릴필요가 없습니다.왜냐 주연은 라스트보스만처리하니까.암튼,랜서 성격상 나서는걸싫어 하기때문이죠.
이제 끝이군요...
내일이면 끝이겠죠.,,제글의 특성상 마지막날은 특별한날에 맞춰끝냅니다.레타누아의경우1/1떄 끝냈죠.
우왕 끝나가는게 아쉬워요 시로님.. 오늘도 즐겁게 감상했어요~ 마지막 전투신은 정말 재미있어욧!
늘 봐주셔서감사할따름입니다^^
큿-세트가 앙팡이라고 외칠 때 웃음이 조금... 죄송 자결을~
영어철자가틀렸다고 생각하실수도있겠지만,마술공정과 영어철자는 늘 다르게표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