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였던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서울 창경원의 온실에 있는 용설란이 꽃을 처음 피웠다는 뉴스에 나는 어서 보고 싶은 마음에 당장 창경원으로 달려 갔었습니다. 창경원에는 이미 아침인데도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나는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다른 곳은 제쳐두고 온실먼저 찾아 갔습니다.
그런데 그 높다랗게 지은 유리 온실의 지붕이 벗겨졌고 용설란의 꽃대가 그 위로 솟아나 있었습니다.
"와 ~ 맙소사 ~"
미색이 약간 섞인 회색의 용설란의 꽃대가 꼭 옛날 신라시대의 임금님이 쓰시던 금관같은 모양을 이루어 깜짝 놀랐습니다.
나는 안으로 들어 갔습니다.
용설란은 원래 길고 두툼한 이파리를 가지고 있고 잎 가장자리에는 가시가 나 있습니다. 10년 이상 키우면 엄청 커서 큰 장소가 필요하기에 일반 가정에서 키우기는 불가능 합니다.작은 것은 키울수 있지만 그것도 가시때문에 위험합니다.
이 용설란의 수명은 60년 입니다.옛날 나이로 말하면 사람의 나이와 같은 것입니다.
나는 용설란이 60평생을 견디어 온 삶에 대하여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그동안의 에너지를 축적하여 만년에 이르러 활짝펴는 그 힘과 지혜에 대하여 존경스럽고 꽃이지고난 후 1년 내에 영원히 죽어버린다는 사실에 숙연해 집니다.
거기에 비추어 나도 만년에 저토록 꽃을 피울 수 있을가? 그후 자주 생각하며 가치있는 삶을 살려고 노력을 해 왔습니다만 나에게는 너무 역부족 입니다.
나는 시간 가는줄 모르고 용설란 앞에 서서 위를 목이 아프도록 올려다보며 몇시간이고 그곳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른사람들은 그냥 흥미없다는듯 슬쩍 한번 바라보고 지나가 버립니다.
제주도에 가면 들에 자생을 합니다. 공항 입구 도로가에 잘 가꾸어진 것을 봤습니다.
60살이 되니까 마치 거대한 문어처럼 수많은 발이 꿈틀대며 나에게로 다가와 칭칭감는 연상을 하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도록 인각시키고 그곳을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