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교문 앞은 4차선 도로가 있다. 근처에 톨게이트가 있어 학생 등교 시간대에는 차량 이동량이 무척 많다. 승용차 뿐만 아니라 트럭도 빈번하게 다닌다. 학생 안전을 위해 교장선생님은 늘 등교 시간대에 교문 앞에 나가 계신다. 자율방법대장이신 학교운영위원장님도 오랫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자원하여 차량을 통제하고 학생들이 안전하게 건널목을 건널 수 있도록 봉사하고 있다. 녹색어머니회, 졸업생 학부모님을 중심으로 조직된 봉사팀도 역할을 분담하여 안전한 통학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많은 분들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원천적으로 교통 안전을 위한 도구들이 '사람' 중심으로 설계되거나 디자인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전과는 달리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는 교통 시설들이 눈에 잘 띄는 노란색으로 디자인되고 있다. 학생들이 건너는 횡단보도 근처에는 '노란 카펫'이 삼각형 모양으로 벽에 부착되어 있다. '노란 카펫' 은 운전자 눈에 잘 보이라고 설치해 놓은 것이다. '노란 카펫' 을 배경으로 학생들이 서 있으면 멀리서도 학생들이 눈에 띄기 때문에 미연에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우리 학교 교문 앞에도 '노란 카펫'이 벽에 설치되어 있다. 삼각형 모양의 '노란 카펫'의 정체를 이제야 확실히 알게 되었다.
<선생님, 착한 손잡이가 뭐예요?>를 읽다가 학교 교실 문 손잡이가 생각났다. 보통 학교마다 교실 문 손잡이를 보면 대체로 잡고 돌리는 방식이다. 교무실도 행정실도 그렇다. 아파트 문 손잡이도 잡고 돌리는 방식이 많았다. 문 열고 들어가는데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 들어가기 위해 손잡이를 잡아 돌리면 되니까. 그런데 문제는 저학년 학생일수록 또는 손에 물기가 있으면 잡아 돌리는 일이 그리 가볍지 않다. 손에 물건이라도 들고 있으면 물건을 땅에 내려 놓고 손잡이를 돌려야 한다. 코로나19 감염병 시기에는 더더욱 손잡이를 잡고 돌리는 일이 민감할 수 있다. 학교마다 방역을 도우시는 분들이 계셔서 시간마다 소독을 해 주시지만 역시나 여러 사람이 만지는 손잡이를 잡아 돌리는 일은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을 듯 싶다. 어떻게? 손잡이를 바꾸는 것이다. '잡아서 내리는 방식'의 손잡이를 교체하는 일이다. 팔등으로 내려도 되고 손등으로 내려도 되는 손잡이 말이다. 양손에 물건을 들고 있어도 팔꿈치로 내리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된다. 잡고 돌리지 않아도 되니 코로나 시대에는 조금 더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다. 생활 속에서 '사람' 중심으로 제품을 디자인하고 '사람'의 인체를 살펴 제품을 설계하는 '인간 공학' 중심의 디자인이 각광받고 있다.
<선생님, 착한 손잡이가 뭐예요?>에 보면 강릉 연곡초등학교 학생들이 음료회사에 환경을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기사가 나와 있다. 제안 내용은 이렇다. 우리가 마시는 페트병 음료에는 죄다 비닐 라벨이 붙어 있다. 분리 수거를 할 때 라벨을 제거할 것을 권고하나 견고하게 접착되어 있어 제거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재활용을 손쉽게 하기 위해 라벨을 떼고 싶어도 싶지 않게 되어 있다. 그래서 학생들이 라벨이 붙어 있지 않는 음료를 만들어달라고 음료 회사에 제안을 한 모양이다. 결국 음료 회사가 학생들의 제안을 수용했다. 학생들이 음료회사를 움직인 것이다. 이처럼 생활 속에서 불편한 점, 환경을 위한 작은 아이디어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꾸준히 제기한다면 결국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다. 진화생물학자인 최재천 교수는 현재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 반응이 나타나는 이유는 결국 환경 오염 때문이고 생물 다양성이 파괴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기후재앙은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 살아가는 현재의 이야기다. 연일 열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0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과연 100년 주기로 찾아오는 기후 이상 현상인지 매년마다 찾아올지 두고 볼 일이다.
<선생님, 착한 손잡이가 뭐예요?>에는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 누리는 시설들이 누군가가 꾸준히 불편함을 제기했기에 현재 편하게 안전하게 누리게 되었다는 점을 사례를 들어 제시하고 있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사람을 위해 도구가 존재하는 것이지 도구를 위해 사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학생들이 모여 생활하고 있는 학교는 더더욱 학생 중심의 디자인을 생각해야 하는 곳이다. 물건 하나 들여놓더라도 학생의 관점에서 꼼꼼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디자인은 곧 안전이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