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서프] 서울중앙지법의 형사 수석부장판사가 촛불 관련 사건을 심리하던 단독판사들에게 형량을 높이고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바꿀 것을 요구하는 등 압력을 가했다는 판사들의 증언이 나왔다고 한겨레신문이 25일 보도했다.
허만 서울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지난해 6~7월 즉결심판에 회부되거나 구속영장이 청구된
촛불집회 사건 관련자들에 대해 형량을 높이고 기각 사유를 바꾸라고 판사들에게 요구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에 있던 한 판사는 24일 "허 수석부장판사가 단독판사들에게 촛불집회에 참가한 혐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등)로 즉심에 회부된 피고인들에게 벌금형이 아닌 경찰서 유치장에 가두는 구류형을 선고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6~7월은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때로 경찰은 단순 참가자들 일부를 즉결심판에 넘겼으며 중앙지법에선 하루 10여명의 촛불집회 관련 즉결심판이 열렸다.
허 수석부장판사는 또 단독판사들에게 영장을 기각할 때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보다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사유를 제시하라는 취지의 요구를 했다고 또 다른 판사가 전했다.
'소명 부족'으로 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의 보강수사를 통한 재청구와 영장 발부가 가능하지만, '증거인멸·도주 우려 없음'으로 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이 재청구해도 발부될 가능성이 훨씬 낮아진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판사 10여명은 7월 중순경 촛불집회 관련 주요 사건들이 특정 재판부에 '몰아주기식 배당'되는 것에 회의를 열면서 허 수석부장판사의 재판 개입 압력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신영철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은 단독판사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들과 만나 "이런 내용을 외부에 언급하지 말라"며 대외비를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허만 부장판사는 연락 두절 상태이고 신영철 대법관도 대법원 공보관을 통해 해명을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안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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