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촉촉함 때문에 쿠션을 놓지 못하지만 그 번들거림을 잡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팩트를 덧바르거나 프라이머를 미리 바르는 경우가 많다. 간편한 게 제일 매력이었던 쿠션에 대한 불만이 하나씩 늘어갈 즈음, 여기저기서 쿠션 케이스에 무언가를 섞고 있는 사진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바로 필요한 제품만을 섞어 나만의 쿠션을 만드는 ‘쿠션 DIY’다. 생각해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올라오는 피지, 유분이 고민이니 어려울 것도 없이 평소 쓰는 파운데이션에 프라이머를 섞어 가지고 다니면 되겠다 싶다. 그런데 눈이 번쩍 뜨이는 만큼 이런저런 의심도 함께 따른다. 내 마음대로 섞으면 혹시 그 안에서 이상한 화학반응이 일어나진 않을까, 과연 오랫동안 쓸 수 있을까 하는 자잘한 물음이었다.
“우선 제품을 섞을 때 외부 물질이 유입되지 않도록 깨끗한 환경에서 스패튤러를 활용하는 게 좋아요. 또 너무 많은 제품을 섞으면 성분 간에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으니 두세 가지만 섞길 추천해요. 한 번에 3~5일치씩 만들어 쓰면 변질될 위험을 줄일 수 있죠.” 청담고운세상피부과 안건영 원장의 이야기다. 그는 제형의 점도를 맞추는 게 가장 어렵다는 말도 덧붙인다. 스펀지로 잘 토출되려면 약간 묽게 만드는 게 좋지만 휴대용이기 때문에 또 너무 묽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이에 우현증메르시의 김수빈 원장은 제품을 섞은 뒤 하루 정도 냉장고에 보관하라고 조언한다. 질감이 적당하게 쫀쫀해져 밀착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섞을 때 가장 주의해야 하는 제품으로는 자외선 차단제를 꼽았다. 유분감이 많은 자외선 차단제를 잘못 섞으면 지성 피부에 뾰루지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 기초 제품은 너무 많이 섞으면 커버력이 떨어지므로 7:3 이상의 비율을 넘기지 않는 게 관건이다.
촉촉한 수분 쿠션 BB크림 1 : 자외선 차단제 1 : 젤 수분 크림 1.5 TIP 커버보다 피부를 보호하며 촉촉한 수분감을 더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수분 크림과 자외선 차단제가 모두 묽은 제형인지라 BB크림을 섞어 너무 흐르지 않도록 만드는 게 좋다. 이때 자외선 차단제 양에 따라 색이 밝아진다는 걸 명심할 것. 다른 제품과 괴리 없이 섞이기 위해서는 젤 타입 수분 크림이 좋다.
직접 사용해보니 우선 가벼운 젤 수분 크림 때문에 산뜻하다. 또 묽고 촉촉해서 메이크업 수정 시 별도의 수분 보충 과정이 필요 없다.
한율 비비크림 2호 은은한 베이지 40ml 3만원대, 존 마스터스 오가닉 내추럴 미네랄 선크림 SPF 30 59ml 5만5000원, 키엘 쿨링 수분 젤 크림 50ml 3만9000원.
매트한 롱래스팅 쿠션 파운데이션 1 : 프라이머 0.5 : CC크림 1 TIP CC크림이 피부결을 정돈해줘 메이크업을 오랫동안 유지시킨다. 프라이머는 점성이 있고,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제품을 추가하는 게 좋다. 피지를 억제하면서 다크닝을 막고, 수시로 자외선 차단까지 할 수 있다. 파운데이션 본래 톤을 살리고 싶다면 CC크림의 비율을 0.5 정도로 줄이면 된다.
직접 사용해보니 CC크림과 프라이머를 섞어 피부에 부드럽게 발리고, 파운데이션의 밀착력이 한결 높아졌다. 다크닝이 있는 오후에 사용하면 톤을 환하게 만든다.
디올 누드 플루이드 파운데이션 30ml 7만원, 에스티 로더 로지 프리즘 래디언트 CC크림 30ml 6만원, 리리코스 마린 래디언스 더블 커버 프라이머베이스 30ml 4만5000원.
커버력 짱짱한 쿠션 BB크림 1 : 파운데이션 1 TIP 묽은 파운데이션에 꾸덕한 질감의 반 톤 어두운 BB크림을 섞는 게 포인트. BB크림 때문에 전체적인 질감이 매트해져 번들거림 없이 깨끗하게 발린다. 섞기 전 비율을 조절해가며 자신에게 맞는 톤의 파운데이션과 BB크림을 선택하는 게 관건. 너무 매트하면 묽은 컨실러를 0.3 비율로 추가한다.
직접 사용해보니 묽지 않아 퍼프에 많은 양이 묻어 나오진 않지만 그만큼 소량을 깔끔하게 바를 수 있다. 기존 쿠션에 비해 한두 번의 터치로 매트하게 막이 씌워지고 붉은 기를 잘 가려준다.
아리따움 풀커버 비비크림 라이트 베이지 50ml 1만2000원, 샤넬 빼르펙시옹 뤼미에르 벨벳 30ml 6만8000원.
DO IT YOURSELF! 케이스만 구입하거나, 기존 쿠션의 내용물을 제거한 후 소독용 알코올로 세척한 뒤 사용한다.
1 쿠션 케이스에 제품을 덜어낸 뒤 스패튤러로 꼼꼼하게 섞는다. 잘 섞지 않으면 바를 때 밀릴 수 있다.
2 핀셋으로 스펀지를 넣고 빠져나오지 않게 끼워 넣는다.
3 스패튤러로 스펀지를 살짝 여러 번 눌러줘 내용물이 묻어나도록 만든다.
4 스펀지에 잘 묻어나지 않는다 싶으면 제품을 더 넣어 스패튤러로 눌러 흡수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