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6일 연중 제27주일 말씀 묵상 (창세 2,18-24) (이근상 신부)
주 하느님께서는 사람 위로 깊은 잠이 쏟아지게 하시어 그를 잠들게 하신 다음, 그의 갈빗대 하나를 빼내시고 그 자리를 살로 메우셨다. 주 하느님께서 사람에게서 빼내신 갈빗대로 여자를 지으시고, 그를 사람에게 데려오시자, 사람이 이렇게 부르짖었다. “이야말로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 남자에게서 나왔으니 여자라 불리리라.”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된다.(창세 2,21-24)
작고하신 조철수 교수님에게 구약 강의를 들은 것은 행운이었다. 그의 '예수평전'은 정말이지 너무나 재미있는 책이다. 여튼 교수님의 많은 나눔 중에 지금도 가장 인상깊게 남는 대목은 창세기의 바로 이 대목에 대한 해석이었다. 그는 수메르어를 공부한 학자로 구약의 신화적 내용들, 특히 창세기의 인류창조, 홍수, 바벨탑등의 이야기 대부분이 수메르문명에서 출발하여 바빌론 문명을 거쳐 깊게 영향을 받고, 이에 대한 수정보완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는 입장을 가진 분이다. 창세기 이야기가 거짓이란게 아니라 가난하고 소박한 민족이 자신의 언어를 가진 여정이 참으로 가난하고 소박하다는 것, 하느님이 그런 분이라는 신앙고백이다. 나는 그처럼 깊고 진지한 그리스도 신자를 본적이 없다.
여하튼 수메르어로 갈비뼈를 뜻하는 말이 '티'인데, 이 갈비뼈라는 말이 생명을 지지하고 보존하며 살린다는 뜻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여자의 탄생이 갈비뼈에서 출발했다는 창세기의 설명은 그저 남자의 일부인 갈비뼈로 여자가 되었다는 말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고 지지하는 존재로 여성이 탄생하였다는 것을 말하려 함이라는 것. 여성이 물건처럼, 남성중심사회의 한 부속물처럼 여겨지던 세상에서 참으로 깊은 존중이 담긴 혁명적 주장인데 갈비뼈라는 말 뜻의 일부만이 강조되어 본래적 의미가 축소되었다는게 교수님의 주장이었다.
실로 그 말마디를 통한 주장보다 나는 그의 시선, 그리고 계속해서 성서를 살아있는 책으로 여기는 자의 마음을 배울 수 있었다.
누가뭐라해도 성경은 가난한 인간의 산물이다. 그건 수메르건, 바빌론이건, 희랍이건 인간 세상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그때 그때의 문화와 언어, 삶의 영향 속에 고스란히 노출된 그렇게 빚어진 산물이다. 그러나 그 영향 속에서도, 마치 견고한 아스팔트를 뚫고 나온 잡초처럼 할 이야기를 해내는 장한 성취, 가난한, 금간 성취다. 그러니 그건 지금도 계속해서 교정되고, 새로운 시선으로 새로움-진짜 하시고자 하는 하느님의 거룩한 뜻을 찾아내려는 노력이어야 할 것이니...
여성은 남성의 갈비뼈가 아니라, 여성은 인간의 생명을 살리는 존재라는 것. 사실과도 역사와도 부합하는 진실. 그게 몇 천 년 전부터 콘크리트 속에서 돋아난 잡초같은 이야기라는 것. 그리고 성경은 더 낯선 '새로운' 진실을 향해서 아직 열려있는 살아있는 생명이란 것. 그런 점에서 우린 모두 어쩌면 여성, 어쩌면 남성(아담), 아니 본래부터 우린 그냥 사람(아담)이어야 한다는 것.... 언젠가는 이런 주장이 아무렇지도 않은 날이 올 수도 있다는 것. 성경이 그렇게 말해 주실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것.
출처: https://www.facebook.com/simonksyi/posts/pfbid02NC3udKyP6dJJTYAJv4FnPyUSSjspzt1uyqN4MmivXhQde1XDLCrZkciwyYxn5R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