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
유영삼
저 볼
저토록 붉으락푸르락 함은
오래 참은 분노
어금니 하얗게 깨문 설움
월세 집 마당에 서 있던 석류나무
창문 너머 자분자분
눈빛으로 키운 열매
어머니 대신 붉어라
어머니 대신 말을 삼키려
악
문
저 붉은 이빨
--유영삼 시집{낙타 발자국에 바다가 있다}에서
천하제일의 목수는 자기 자신의 집이 아닌 귀족의 집을 짓고 살며, 천하제일의 명품회사의 노동자도 자기 자신이 소유할 수 없는 명품을 만들며 살아간다. 자동차, 비행기, 호화요트, 골프산업의 종업원들도 마찬가지이며, 타인들에게 자기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며 사는 것처럼 불쌍하고 비참한 사람들도 없다.
근로기준법과 최처 생활비와 건강보험과 생활보호 등은 그 어떤 희망이나 행복도 가져다가 주지 못하며, 그들의 원한 맺힌 저주 감정과 그 분노만을 가중시킨다. 끊임없는 위해, 폭력, 착취가 문화를 움직여 가는 근본 동력이며, 어느 누구도 유영삼 시인의 [석류]에서처럼 “어머니 대신 붉어라/ 어머니 대신 말을 삼키려/ 악/ 문/ 저 붉은 이빨”들 따위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세상에서 가장 사악하고 더러운 악당이며, 그는 노골적으로 공갈과 협박은 물론, 공포의 정치를 실시한다. 베네수엘라를 침략하여 석유를 다 강탈해 가고, 이란을 침략하여 이란의 석유와 재산을 다 강탈해 가고자 한다. 오랜 형제이자 이웃 국가인 캐나다를 미국의 영토로 편입시키고자 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그린란드를 강제 매수는 물론, 강제로 점령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모든 부자들은 모두가 다같이 날강도들이고, 모든 부유한 국가들은 언제, 어느 때나 이웃 국가들을 침략하여 그 모든 것을 다 강탈해가는 깡패국가들이라고 할 수가 있다. 모든 부자들과 모든 부유한 국가들은 먹이사슬의 최정점에서, “저 볼/ 저토록 붉으락푸르락 함은/ 오래 참은 분노/ 어금니 하얗게 깨문 설움”을 낳고, “어머니 대신 붉어라/ 어머니 대신 말을 삼키려/ 악/ 문/ 저 붉은 이빨”을 탄생시킨다.
“월세 집 마당에 서 있던 석류나무”가 어머니의 설움과 분노로 “어금니 하얗게 깨문” “저 붉은 이빨”이라니, 참으로 무섭고 끔찍하다. 가난은 자유와 평화도 없고, 가난은 꿈과 낭만도 없다.
가난은 다만 설움과 분노밖에 모른다. 천하제일의 절벽길을 걸어가다가 떨어져 죽는다면 아찔한 현깃증과 추락의 통쾌함이라도 있겠지만, 그러나 “어금니 하얗게 깨문 설움”으로 죽는다면 저 붉디붉은 [석류]의 이빨만이 남게 될 것이다.
가난은 자기 자신의 노동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소외시키고, 생존만이 최고인 무한한 치욕과 굴욕만을 강요한다. 모든 가치가 전도되고 가난은 아름답고 탐스러운 석류마저도 붉디붉은 저 이빨로 변모시킨다.
이빨 없는 독설이 물어 뜯지 못하듯이, 모든 공격력을 상실한 가난은 그 어떤 혁명의 주인공도 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