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언덕 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이 노래는 1942년 일제 강점기 때 백난아 씨가 부른 노래다. 광복 이전에는 만주땅을 헤매고, 6.25 동란 중에는 고향을 떠난 수많은 사람들 향수를 달래주어, KBS 가요무대 사상 가장 많이 불린 노래로 선정된 바 있다.
내가 태어난 곳은 남쪽나라로 볼 수 있는 진주다. 거기 신안동 들판 뒤 언덕 큰 정자나무 있던 곳이 우리 할아버지 사시던 집 이다.
근처에 찔레꽃이 많았고, 보리 익을 때 감자도 익었다. 5월에 가면 고모님 외동딸 영희가 감자를 삶아 바구니로 내놓곤 했다. 그때 우리는 다섯 장 꽃잎 가운데 노란 꽃술 달런 찔레꽃 향기를 맡기도 했고, 부드러운 찔레순 껍질을 벗기고 단물을 빨기도 했다. 하늘엔 종달새가 지지배배 울었다.
그래 그런지 찔레꽃을
보면, 눈이 크고 피부가 찔레꽃처럼 하얗던 사촌 여동생이 생각난다.
영희는 후에 숙대에서 피아노 전공하고 졸업하여 의사와 결혼했다. 신랑은 성격이 시원시원해서 진주 큰 병원 원장을 오래 했고, 아들 하나를 의사로 만들었다. 그러나 세월은 모든 걸 싣고 흘러간다. 지금 진주에 가면 고모님은 이미 돌아가신지 오래고, 나보다 한 살 아래던 영희는 치매에 걸려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
어쩌다 백난아 씨의 <찔레꽃> 노래를 들으면 안타까운 여동생 얼굴이 눈앞에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