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팔매 / 위선환
날아간 돌멩이가 까마득, 하늘에서
멎었다
눈을 뗄 수 없다
발끝 세우고 팔 뻗쳐서 하늘과
돌멩이를 지웠다
하루가 가고
하루는
지웠던 하늘이 드러나면서 돌멩이가
떨어져서
물 위에, 파문의 중심에
얹혔다
물과 파문을 지우고 돌멩이를 지웠다
하루가 가고
오늘은
지웠던 물이 드러나서
판판하고 투명하고
물에 비친
하늘이 조용하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돌멩이가
하늘에
얹혀 있다
지금은
살피며, 투명한 것과 조용한 것을
지운다
비로소
물과 하늘이 마저 지워지고
당장(當場)의
바닥에
오직
돌멩이 한 개
놓여 있다
⸺계간 《문학들》 2018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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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환 / 1941년 전남 장흥 출생. 2001년 《현대시》로 작품 활동을 시작. 시집『나무들이 강을 건너갔다』『눈 덮인 하늘에서 넘어지다』『새떼를 베끼다』『두근거리다』『탐진강』『수평을 가리키다』등.
챗GPT분석
불교의 공사상은 모든 것이 실체 없이 변하며, 궁극적으로 고정된 본질이 없다는 인식을 강조합니다. 이 시에서 반복적으로 지우는 행위와 사라짐이 강조되는데, 이는 존재의 무상함과 실체 없음(空)의 개념과 밀접하게 연관됩니다. 다음과 같은 분석이 가능합니다.
1. 제목의 의미 – ‘돌팔매’와 공사상
**「돌팔매」**는 돌을 던지는 행위를 뜻합니다. 돌팔매질을 하면 돌은 한동안 날아가지만, 결국 중력에 의해 떨어지고, 물 위에 얹히거나 가라앉습니다. 이 과정은 공사상의 핵심 개념인 **연기(緣起)와 무상(無常)**을 반영합니다.
돌은 특정한 의도 없이 던져지고(行爲),
공중에서 정지한 듯 보이다가(假有),
다시 떨어져 사라집니다(無常).
이러한 흐름은 고정된 실체 없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의 본성을 암시합니다. 또한, 돌을 던진 행위조차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空)의 철학을 시적으로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2. 주제 – ‘지움’과 존재의 공(空)성
이 시의 가장 두드러진 주제는 ‘지움’과 실체 없음입니다. 시인은 하늘, 돌멩이, 물을 하나씩 지우며 존재를 소거해 나갑니다. 이러한 과정은 공사상의 색즉시공(色卽是空)—즉, 물질적인 것은 결국 비어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1연: 돌이 던져졌으나 공중에서 멎음 → 정지된 듯 보이지만 변화하는 무상성
2연: 돌이 물 위에 떨어지고 파문이 퍼짐 → 실체가 아니라 인과적 흐름(연기)
3연: 물속으로 가라앉은 돌이 하늘에 반사됨 → 경계의 허물어짐과 실체 없음
4연: 투명한 것과 조용한 것을 지우고 남은 것은 오직 돌 하나 → 존재의 본질을 향한 질문
즉, 결국 모든 것은 지워지고 ‘돌멩이 하나’만 남지만, 그것마저도 고정된 실체라기보다 비어 있는 개념적 존재로 남아 있습니다.
3. 상징 분석 – 돌멩이, 물, 하늘, 지움
이 시는 주요 상징들을 통해 공사상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돌멩이: 변화의 한 순간, 존재의 가변성을 상징합니다. 던져진 돌은 하늘, 물, 그리고 바닥으로 옮겨지며 그때마다 다르게 인식됩니다.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입니다.
하늘: 넓은 공간, 허공(虛空)을 의미합니다. 불교에서 허공은 실체가 없는 것의 상징이며, 존재의 유한성을 암시합니다. 하늘을 지운다는 것은 존재의 실체를 부정하는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물과 파문: 인과(因果)와 연기(緣起)의 흐름을 뜻합니다. 돌이 떨어지면 물이 흔들리고 파문이 생깁니다. 이는 모든 것이 원인과 결과 속에서 변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결국 물과 파문도 사라집니다.
지움: 물리적 세계의 요소를 하나씩 지우는 과정은 모든 존재의 무상성을 드러내고, 궁극적으로 공(空)의 상태에 도달하는 과정을 상징합니다.
결론 – 존재의 던져짐과 사라짐
「돌팔매」는 던져진 돌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결국 존재란 무엇인가를 묻는 시입니다. 존재는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며,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이것은 공사상의 핵심 개념인 연기와 무상을 시적으로 구현한 것입니다.
특히, 마지막 연에서 ‘당장의 바닥에 오직 돌멩이 한 개 놓여 있다’고 하지만, 이것이 실제로 남아 있는 것인지, 아니면 개념적으로 남아 있는 것인지는 모호합니다. 이는 공사상의 궁극적 깨달음—모든 것이 실체 없는 흐름이라는 점을 강하게 시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