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My Story-태국 원정대, 간고등어 추억
어언 18년 세월이 흘렀다.
그러니까 2005년 그해 늦은 봄 어느 날 일이다.
이제 한 달쯤 있으면, 내 그동안 31년 9개월을 몸담았던 검찰을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으로 떠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 이별이 섭섭하다고 해서, 당시 검찰조직을 이끄시던 정상명 검찰총장께서 툭하면 점심 밥자리를 마련해주시곤 하셨다.
그 중 어느 날 점심때였다.
역시 검찰 일반직 간부들 여럿이 자리를 함께 했었는데, 이런저런 사사로운 대화를 나눈 끝에 정 총장께서 고등어 이야기를 꺼냈다.
“요새는 고등어가 양식이 된다고 하네요.”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날짐승인 참새처럼 성미가 급한 어종인 고등어가 양식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 급한 성미로 인해서 가두어 놓으면 곧바로 죽어버리기 때문에 양식이 안 된다는 이야기만 듣고 있던 터였다.
확인해봐야 했다.
“진짜라요?”
내 그 질문에, 정 총장께서 하시는 답은 아주 천연덕스럽기만 했다.
이랬다.
“검찰총장이 어디 거짓말 하겠습니까. 그냥 믿어 주이소.”
긴가민가하면서도 그냥 믿기로 했다.
정 총장께서는 말씀을 계속 이어갔다.
“몇 해 전에 내 친구가 고등어 양식에 성공했다고 하더라고요. 그것도 바다에서 양식을 하는 게 아니라, 민물에서 양식 성공을 했다는 겁니다. 바로 안동댐에 그 양식장이 있데요. 그래서 거기서 염장해서 나오는 것이 바로 ‘안동 간고등어’라고 한다는 겁니다.”
논리가 그럴 듯했다.
신분이 권위의 상징이랄 수 있는 검찰총장인데다가, 하나 웃지도 않고 평이한 말투로 그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나로서는 진짜로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옆자리 다른 사람들은 실실 웃고 있었다.
“왜들 웃으세요? 총장님께서 괜한 말씀 하시겠어요?”
의아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내 그렇게 말을 했다.
내 그 말에, 이제는 정 총장께서도 실실 웃고 있었다.
그때서야 눈치를 챘다.
안동 간고등어가 하도 유명하다 해서, 정 총장께서 농담 삼아 한 말을 나는 진담으로 알아듣고 있었던 것이다.
한 순간의 해프닝이긴 했지만, 내게 있어서는 얼굴 뜨거워지는 부끄러움의 시간이었다.
그 추억담을 내 또 끄집어냈다.
우리 고등학교 동기동창 친구들 네 부부가 태국까지 원정을 가서 골프라운딩을 하고 있는 팍총의 하이랜드cc에서의 일이었다.
안동을 고향으로 둔 윤용섭 친구에게 그랬다.
내 딴에는 최근에 고등어도 이제는 양식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혹시나 안동댐에서도 양식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그 추억담을 끄집어낸 것이다.
역시 그 친구도 실실 웃고 있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랬다.
“안동 간고등어 하면 청송 진보시장이야. 김주영이라는 그곳 청송출신 작가가 ‘객주’라는 대하소설을 썼는데, 그 소설에 안동 간고등어에 대한 유래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한 번 읽어봐. 객주 문학관도 있으니 한 번 가 봐도 좋고.”
내 또 괜한 짓을 해서, 그렇게 쪼개지고 말았다.
그러나 소득도 있었다.
객주 문학관을 한 번 들러봐야겠다는 다짐을 한 것이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