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속의 면접 / 김인숙
면접(面接)이란 얼굴을 사귄다는 뜻인데
비대면 속의 면접이란 말은
캄캄한 동굴 같은 말이고
생소한 초면보다도 못한 얼굴로 어색한 인사였지
나는 다만 그림자처럼 보였지
목소리를 힘껏 내고도 싶었지만
얼굴 없는 목소리란 가당키나 한가
먼 곳에서 준비했던 대답이 울리고
생쥐들이 구석모서리를 긁고
침묵이 뒤에서 살금살금 다가와
목덜미를 간지를 때 얼굴로 흘러내린
웃음을 핥기 위하여 생쥐들이 눈에 불을 켰지
가장 신이 난 사람은 윽박지르는 말투들
나는 시신처럼 아무 생각이 없었지
나의 말은 밝았지만 말투는 어둡고 외나무다리에서
떨리는 다리처럼 가늘어서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았지
아무리 대답에 등불을 달아도
이 캄캄한 동굴엔 이명의 메아리만 어두웠지
패배를 축하합니다,
기억할 만한 침묵 속의 면접,
더 기억할 것은 가슴속에 감춰두었던 목소리를
내 방에 내놓았는데 이상하게
시간이 지나도 힘이 빠지지 않았지
ㅡ 계간 《시산맥》 202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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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숙 시인
강원 강릉 출생, 성신여자대학교 동대학원 일문학 석사.
2012년 《현대시학》 등단. 2017년 《시와세계》 평론 등단
시집 『먼 훗날까지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한국현대시협 작품상, 열린시학상, 제5회 한국문학비평학회 학술상 수상
관동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겸임교수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