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자연 생태학습장의 조성과 활용 사례
‘월척의 꿈이 푸들거리는 능곡동산’에서 새로 옮겨온 학교의 설렘을 안고 1999년 3월에 또 한해를 기쁨으로 시작한다. 혼잡한 도로변의 조그마한 교문을 들어서면 학교 넓은 운동장의 담장 뒤로 경의선 열차가 지나고 바로 뒤에 탁 트인 넓은 평야가 바로 앞에 펼쳐지며 멀리 자유로를 신나게 달리는 자동차의 행렬도 한눈에 들어오다.
학교의 첫 인상은 70여년의 학교 역사만큼이나 잘 다듬어져 있어야할 교육환경은 나의 생각과 너무나 멀었다. 본관 앞쪽 교실 창 가까이에 무성히 서있는 백목련과 은행나무들이 나무들의 생태를 예견하지 못하고 그때그때 심었는지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정원수들, 관찰학습원이란 명목으로 여기 저기 파헤쳐진 교정 곳곳의 어수선함, 학교 담당처럼 사용되는 미장을 바르지 않은 가정집들과 학교 정원 또한 별관과 운동장사이 언덕의 잔디밭은 학생들의 발자국에 황토 빛 속살을 붉게 드러내고 있었다. 50학급이 넘는 2500여 어린이의 꿈을 키울 수 있는 교육환경으로는 너무나 삭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교육’이란 교단의 시간이 흐를수록 곤혹스러움이 더한다.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인 교육 방법은 없을까 하는 문제에 대한 의문이 더한다. 인간 교육을 책임지는 교사로서의 책무는 실로 막중함을 느끼고 있다. 나와 같이 생활하는 학생의 존귀함 때문이다. 지구 진화과정 속에서 인간의 출현은 지질 형성권으로부터 대를 이어온 45억년의 진화기록을 거쳐 오늘에 있으며 질병, 전쟁, 기아 등 재해를 피해 우주 그물망의 한 매듭으로 지금 - 여기에 있기 때문이 아닌가. 그에 대한 한 가지 대안으로 학교를 자연 생태 체험 학습공간으로 만들어 마음 다듬기에 목표를 정하고 생명교육을 통한 자기 주도적 관찰 탐구학습의 주제로 실천해 보기로 하였다.
“선생님! 꽃들은 참 이상해요” /“왜?” /“꽃들이 나비들에게 꿀을 주었는데 그 나비는 그 식물 잎에 알을 낳아 애벌레로 자라면서 자기를 갉아 먹는데… …” /“그렇기도 하지만 그 나비들이 꽃가루받이를 시켜주지 않으면 그 식물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
곤충사육장에서 한 어린이의 의문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의 이치를 깨우쳐 자연에 숨겨진 비밀을 스스로 찾는 학습의 중요성을 느꼈다.
자연체험학습장의 모형을 교과교육에 최대한 지원할 수 있고 지역사회가 함께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전제하에 그려보았다. 산과 들에서 느낄 수 있는 맑은 공기, 깨끗한 물, 풀벌레소리, 물속의 수서 곤충과 물고기, 새소리 등 온갖 자연과 친구 되어 넉넉하고 풍요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야겠다. 씨 뿌리고 심고 가꾸며 수확의 기쁨도 느낄 수 있는 농촌체험을 통해 농촌을 이해하고 자연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 해줄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야겠다. 지역 사회인들이 가족과 함께 들려 다양한 볼거리, 즐길 거리, 이야깃거리가 어우러진 곳, 생명력이 있는 숲길을 거닐며 자연의 향기에 취하면서 바로 그 자연 속에서 함께 호흡하면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야겠다.
이런 모습을 그리며 지난 4년 동안 생태 학습장이 전혀 갖추어지지 않은 학교에서 학교 생태 학습장을 조성하고 활용하여 ‘생명의 소곤거리는 도심 속 자연 학교’를 만들었다. 이 과정 속에 연구하고 실천한 사례를 중심으로 6회에 거처서 소개하고자 한다.
농촌체험 학습장은 꿈나무 벼 사랑 농장(80상자)을 비롯한 상추(60상자), 쑥갓(60상자) 고구마(40상자)농장을 씨 뿌릴 흙을 만들고 씨뿌리기에서부터 수확 그리고 생산물의 이용에 전 과정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하였다.
테마별 생태 관찰 학습장은 본관 앞 정원 가장자리에 폭 1m정도로 길게 곡식 및 특용 작물원 (40여종), 별관 앞 화단은 화훼원(30여종)생명의 학교 숲 가장자리에 채소원(과채류를 비롯한 30여종), 열대식물원 (선인장 및 다육식물 40여종), 학교 담장 옹벽을 이용한 수생식물원(3여종), 나무 나이테 관찰원(12종),암석원(21종) 높이 3m에 10m길이의 수생 생태 벽화, 놀고 있는 공간 오폐수 정화처리 시설위 150여평에는 한국의 야생화원(150여종), 야생초원(40여종), 곤충사육장(12종), 이끼관찰원(3종), 장승공원, 덩굴식물원은 정화조 철망울타리에 덕을 만들어서, 6m높이의 원추형 탑에서 로프를 내려서, 교실4층에서 화단에 내린 로프를 이용하여 (20여종)우리나라꽃 무궁화동산 (1개소)본관 현관 옆 동편에 수생생물원을 만들어 청정지역 수초기를 통한 물속 생물 생태계 환경 학습장을 운동장 가장자리에는 점과 선을 이용하여 학교 푸른 숲을 조성하였다.
생명의 학교 숲 공간은 별관 앞과 운동장 사이의 공터를 이용하여 마운드, 바위, 산책로가 있으며 우리나라 토종나무와 고유 유실수 그리고 한국의 야생화와 야생초가 어울러져 자연 숲을 이루고 있으며 가장 자리에 산비탈을 이용한 비탈 밭을 개간한 모습으로 재현시켰고 중앙 현관 로비에는 실개천이 흐르고 물레방아가 돌아가 물고기가 사는 연못이 갖추어진 제주도의 전원 마을로 자연 생태 환경을 축소하여 재현시켰다. 학교 정원의 틈새는 잔디가 아닌 한국의 야생화를 심어 연중 우리 꽃이 피고 지는 정겨운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교단 33년째인 본인은 생태 학습장의 조성 및 활용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실천하여 새로운 교육 방법을 창출하였다. 그리하여 교실의 과학교육, 실과 교육, 실습, 환경, 인성 등의 교과 교육을 지원하고 학교 환경 공원화를 통한 지역 사회의 평생 학습장으로 제공하고 있다. 어느 학교를 부임하던 학교 환경에 알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전국의 산과 들 연구소, 여러 기관에서 수집한 씨앗과 모종 그리고 연구된 자료들을 습관처럼 가지고 다니면서 보안하여 조성하였다.
학교 자연 생태학습장을 조성하여 더욱 큰 학교와 교실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보완할 계획도 모색되어야 했다. 관련 여러 기관과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경기도 지방의제인「푸른 경기 21」학교 실천사업 공모에 3년 연속 (2000~2002) 당선, 농협중앙회에서 도시 어린이에게 농촌이해교육 프로그램인 꿈나무 벼 사랑 체험농장 공모에 4년 연속 (1999~2002) 당선, 경기도 교육청 지정 「학교 환경공원화 모델학교」공모(2002~2003)당선, 도시학교에서 사육․재배 자연학습장 선도학교 공모 4년 연속(1999~2002) 당선, 고양 교육청 지정 생물자료 보급 학교 지정(2002), 등으로 지원금과 재료지원 및 기술지도가 있었다. 이로 인하여 더욱 보완되고 발전적 모습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
도심 속에 생명이 소곤거리는 자연 생태 학교를 만들려면 학교 정원의 개념을 생명의 학교 숲으로 바꾸었다. 생물 종류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제초제, 살충제 등의 농약 사용을 억제하여 친 환경 적으로 관리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생명체의 존재 구조에서 모든 존재는 개체로서 자기 정체성을 지니며 동시에 유기적인 관계성 속에 있다. 한 송이 꽃이 피어나기 위해서는 씨, 흙, 물, 바람, 공기, 햇빛, 중력 등이 한데 어우러져야 한다. 모든 생명체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외면적 내면적 형태를 지니고 존재할 수 있으며 동시에 일정한 형태 또는 형식을 이루어 가는 역동적 과정 속에 있다. 살아 있는 한 그루의 나무는 일정한 형태를 지니고 서 있지만 살아 있는 나무가 되기 위하여 끊임없이 기존의 형태를 파괴하고 새로운 형(form)의 창조적 역동성 속에 있어야 한다. 생명체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피할 수 없는 숙명적 제약. 고난. 한계 상황에 둘러싸여 있지만 동시에 그것을 이겨내려고 하는 몸부림에 있다.「아놀드 토인비」는 이것을 ‘도전과 응전’이라고 했다 서로 다른 생물과의 먹고 먹히는 관계, 병 벌레와의 싸움, 보호색, 방어를 위한 몸의 형태 등이 끊임없이 진화되어가고 있다. 이렇듯 자연 속에 존재하는 것들을 알게 모르게 서로 이어져 있고 인간도 그 틀 속에 있기 때문이다. 생명체로서의 인간은 스스로 자각 하고 배우며 성장하는 힘에는 스스로의 방향성을 갖지 않을까 한다. 학교 교육에서 생명이 가지고 있는 모든 가능성의 꽃피움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학교에 다양한 생명에 관한 학습장을 조성하고 활용하는 것은 교육과정운영에 있어서 장소 이동에 따른 시간을 절약하고 항상 접근을 통한 변화의 모습을 보면서 계속 관찰이 용이할 뿐 아니라 자연과의 만남을 통하여 친근 관계를 설정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학교 자연 생태학습장의 교육적 활용은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또한 비정규 교육과정 내에서 프로그램을 현장에서 체험중심으로 계획하고 실시할 수 있다.
감수성 증진활동을 할 수 있다. 인간의 귀중한 능력인 감각을 통해서 자연을 느끼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듣고, 냄새 맡고, 접촉해 보는 오감을 통하여 주변의 자연환경을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다.
생활체험활동을 할 수 있다. 내 텃밭에서 노작체험활동으로 자연을 능숙하게 활용하는 기술을 배울 수 있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환경친화적인 생활체험과 생활양식을 고려하게 하는 체험활동이다.
학습활동을 할 수 있다. 자연 그 자체에 관해서 학습하거나 자연실태조사 등 우리들의 주위 생활환경과 환경문제를 학습하는 활동이다.
실천 활동을 할 수 있다. 지역과 가정 그리고 자신이 소속된 학교에서 자연환경의 개선을 위한 활동 뿐 만아니라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교육의 중요한 체험학습장으로 활용 될 수 있다.
「에드가 데일」(Edgar Dale)의 ‘경험의 원추’의 모형이 좋은 시사를 주고 있다. 학생들에게 학습의 성공률을 높이는 최상의 방법은 직접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의 확대라고 하였다. 이론 중심에서 탈피하여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흥미를 유발시켜 스스로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생명 교육의 장이 마련되고 그 속에서 교육이 이루어지면 생동감 있는 수업의 전개와 더불어 자기 주도적 학습이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교사와 학생 그리고 지역 사회인 모두가 함께 배움의 장을 갖게 되고 활기를 찾을 수 있으리라 본다. 나 아닌 남에 대한 고마움에서 지구 환경까지 생각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갖도록 할 수 있도록 농촌 체험 학습장, 테마별 각종 실습 관찰 학습원과 생명의 학교 숲 등에 500여종의 동식물이 함께 하는 학교로 탈바꿈 시켰다.
다음호부터는 본교에서 자연생태학습장의 조성과 활용에 관한 사례를 구체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월간 ‘과학교육’ 2003. 4월호 원고 [Science Education 드림웍스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