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이슈트반 대성당에서 국회의사당 야경까지
스위스에서의 마지막 밤은 독일 시장에서 장봐온 소고기를 아들이 온갖 솜씨를 발휘하여 미디엄 수준으로 익히고 그 위에 구운 치즈를 얹혀 먹는 스위스 전통식으로 포도주와 함께 배가 볼록하게 포식했다.
동트기전 새벽에 부다페스트행 비행기를 탔다. 서둘러 아점을 해결하고 짐을 보관소 맡긴 후 이슈트반 대성당에서 중고시장을 거쳐 부다와 페스트를 연결하는 세체니 다리까지 도보로 둘러보았다.
중고시장는 오래된 동전, 군용 휘장, 낡은 필름카메라, 손때 묻은 엽서, LP판, 수공예품, 반지, 목걸이 들이 탁자 위에 빼곡히 놓여 있었다.
아내가 탐내는 10유로 짜리 보석반지를 8유로에 흥정하여 하나 구입했다. LP두장 55유로는 40유로에 딜을 해봤지만 단칼에 거절하여 뒤돌아보지 않고 벗어 났다. 50유로 역딜했으면 45유로에 구입했을 지도 모른다. 황학동이나 동묘주변에 비하면 규모나 종류면에서 새발의 피 수준이다.
부다와 페스트를 연결하는 세체니 다리를 건너 작은 공원 중앙에 있는 제로 포인트 킬로미터까지 갔다가 되돌아와 강변을 따라 걸으니 유대인 추모 유물 ‘강변의 구두들(Shoes on the Danube Bank)’ 이 나타났다. 녹슨 철제 구두들이 도나우 강을 향해 놓여 있는데, 2차대전 당시 총살된 유대인들의 마지막 자리를 기념하는 곳이다. 2차대전 당시에 헝가리에 거주하는 유대인의 70%인 약 55만명이 희생됐다고. 한다. 일본군의 만행에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우리로서는 동병상린이 아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오늘 날 중동의 화약고로서 팔레스타인이나 아랍 지역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과 보복을 일삼는 이스라엘은 배타성은 동의할 수 없다. 바다 건너 섬나라의 정신적 문화적 극우성향도 마찬가지다.
해질무렵 어부의 요새로 건너가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스타벅스에서 차 한잔 하는 사이 어둠이 찾아왔다.
밖으로 나오니 강건너 국회의사당이 황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수면 위로 반사된 빛이 물결에 흔들리며 마치 두 개의 궁전처럼 보였다. 멀리 세이체 다리의 야경까지 부다와 페스트, 과거와 현재, 빛과 어둠이 도나우강 위에서
교차하고 있었다.
14년전 금융연수원 연수과정으로 왔을 때 술에 쩔어 야경투어는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았는데 오늘 완성한 느낌이다.
첫댓글 야경의 국회의사당이 다시 봐도 인상적... 보헤미안의 숨결을 느껴보셨는지??
보헤미안의 숨결은 애써 찾지 않아도 곳곳에 느껴집니다. 제 안에도 자유로운 영혼이 가득 차 있다고 자뻑해 봅니다. ㅋ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