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선택은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스스로의 흥미는 물론 자질과 능력을 기반으로 진로의 현재와 미래까지 탐색해 어울리는 것인지를 고민하고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청소년기 진로선택은 더욱 중요하다. 진로선택 자체가 삶의 의미를 되짚고 미래의 방향성을 설정한다는 점에서 유무에 따라 현재 삶에 대한 충실함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고생들에게 진로교육이 강조되는 것은 그 중요함과 의미를 교육체제가 반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세상에 많은 종류의 직업과 진로가 있지만 모두 경험해볼 수는 없는 일이고 보면 직접적 활동을 통한 진로탐색 범위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대신 책이나 매체를 통한 간접적 진로탐색은 훨씬 폭넓고 다양하게 이뤄지는 장점을 가진다. 고입 자기주도학습전형이나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이 진로탐색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사정관제인 만큼 진로탐색은 개인적 삶의 방향성 제시를 넘어 입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됐다. 지난 호부터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매체를 통한 진로탐색을 ‘스크린 진로탐색’의 이름으로 연재한다. 지난 호에 최근 개봉해 박스오피스를 뒤흔들고 있는 ‘변호인’을 소개하며 시리즈를 시작했다. 이번 호엔 15년 전 개봉된 영화이긴 하지만 지금까지도 공감대를 선사하는 의사의 실화를 담은 ‘패치 아담스’를 소개한다.
▲ 패치 아담스
인기리에 종영한 ‘응답하라 1994’의 주인공 쓰레기(정우)는 극중 의대생이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것은 물론, 연애도 병원이나 집에서 겨우 틈을 내 해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레기는 “보람 있는 일”이라며 즐겁게 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바쁘지만 보람된 일, 의사의 직업을 가진 이들이 입 모아 하는 소리다. 진료는 물론 학회활동과 논문발표, 새로운 치료방법의 연구 등 끊임없이 공부를 이어가야 하지만, 존귀한 생명을 다루는 일인 만큼 직업으로 인한 보람은 최고 수준이다. 고통에 힘들어하는 환자를 도울 수 있고 환자 가족들의 걱정을 덜 수 있는, ‘희망’을 전달하는 직업이라는 데서 직무 만족도는 매우 높다. 의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대우도 긍정적이고 높은 편이다. 최상위권 이과계열 학생 중 의사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꽤 되는 배경이다. 하지만 성적만 좋다고 의사되는 일이 열리진 않는다. 요즘은 인성을 위주로 한 평가가 의대입시에서 줄을 잇고 있다. 의대 교수들도 의사가 되려면 직업상 고된 점은 물론 갖춰야 할 자질을 갖췄는지 돌아보라 주문한다.
꽤 오래 된 15년 전 개봉된 영화이긴 하지만 의사라는 직업의 숭고함을 전하며 지금까지도 공감대를 선사하는 영화가 있다. 1999년 4월 개봉한 영화 ‘패치 아담스’는 무료의료시설인 ‘게준트하이트’를 설립한 헌터 도허티 아담스(Hunter Doherty Adams)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의사 이야기다. 감동적인 스토리도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 의사가 갖춰야 할 자질과 보람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며, 의사를 선택한 주인공이 의사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까지 담고 있는 등 ‘의사로서의 삶’을 간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의사되기를 희망하는 수험생들에게 추천한다.
줄거리
영화 ‘패치 아담스’의 시대적 배경은 1969년. 불우한 가정 환경 속에서 자란 한 남자가 있다. 헌터 아담스(로빈 윌리엄스)라는 이름의 이 사나이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삶에 대한 회의를 견디다 못해 반복적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인물이다. 이 같은 극단적 선택의 반복은 삶의 가장 밑바닥이라 생각하던 정신병원으로의 입원이라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러나 헌터 아담스는 정신병원에서 삶의 전환을 맞이하게 되는데, 정신병원에서 동료 환자를 돕게 되면서, ‘상처를 치유하다’라는 의미의 ‘패치’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 그는 동시에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된다. 몸이 아프면 누구나 웃음이 사라진다는 것. 병으로 인해 공포를 겪고 힘들어하는 환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아담스는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웃긴 의사’가 되겠다는 목표로, 정신병원을 나온 아담스는 피땀 어린 노력 끝에 2년 뒤 버지니아 의대에 합격하게 된다. 의대생 패치 아담스는 학칙을 어겨가면서까지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환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자 여러모로 노력한다. 산 위의 허름한 집을 개조, 의사면허도 없이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어려운 이들을 위한 ‘무료 진료소’를 세우기까지 하는데, 불행하게도 패치의 연인인 캐린이 정신이상 환자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패치는 학교측으로부터 퇴학 처분을 받고, 캐린을 잃었다는 상실과 인간에의 환멸로 인해 자포자기하게 된다. 그러나 곧 생명의 존귀에 대해 깨닫게 되고 의사로서의 길을 가고자 한다. 학교측의 퇴학 처분에 주립의과협회에 제소하는 것부터 시작한 패치는 위원회에서 승소, 학생으로 복귀 후 열심히 공부하여 졸업하게 된다… “그 후, 12년 간 패치는 의료 행위를 계속했고, 1만5000명 이상의 환자에게 무료 치료는 물론, 어떤 의료 사고도 일으킨 적 없다. 패치는 버지니아 서부에 105평방미터의 땅을 구입, 현재 게준트하이트 병원을 건설 중에 있다. 현재까지 1000여 명에 이르는 의사들이 그와 합류하기 위해 대기 중에 있다.”
의사의 사회적 지위와 연봉
의사는 대표적인 엘리트 직업으로 꼽힌다. 지식기반의 직업을 특히 선호하는 국내특성상 의사는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동시에 요하는 직무이기에 더욱 선망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동시에 의사는 생명을 다루는 일이므로 반드시 필요한 직업이기에 사회적 지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의사는 ‘내 자녀가 선택하였으면 하는 직업’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을 만큼, 선호도가 높은 배경이다.
일의 중요도만큼 연봉도 최고 수준. 2013년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의사의 연봉 순위는 상위권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독보적이었다. 성형외과 의사가 9278만원으로 높은 연봉 4위로 의사 중 가장 높은 소득을 기록하였으며, 외과 의사가 8268만원으로 7위, 치과 의사가 8224만원으로 8위에 올랐다. 20위권 안에도 의사의 강세는 뚜렷했다. 정신과 의사가 7394만원으로 11위, 산부인과 의사가 7283만원으로 13위, 안과 의사가 7150만원으로 15위에 랭크되었다. 이어 피부과 의사가 7116만원으로 16위, 비뇨기과 의사가 712만원으로 18위, 소아과 의사가 6889만원으로 19위에 올라 20위권 안에 무려 9개 순위를 차지, 의사가 확실한 고소득 전문직임을 입증했다.
하는 일과 보람 및 애환
의사는 의학 전문가로서 인체의 질병, 손상, 각종 신체적 혹은 정신적인 이상 징후를 진단하고 치료, 연구하는 일을 한다. 헌법에 따르면,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를 임무로 하고, 의료행위에 있어 독점적 지위를 부여 받는다. 상세하게는 의사가 하는 업무가 각 과마다 다르고, 이에 따라 보람 및 애환도 다르다. 그러나 의사라는 직무 자체로 보았을 때, 생명을 다루는 일이므로 보람도 그만큼 크다. 사람을 살려내는 것만큼 보람 있는 일이 어디 있을까. 직무 보람으로는 최상위 순위를 차지한다. 그러나 그만큼 애환도 있다. 한 순간의 실수가 환자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혹 실수로 의료사고가 발생될 때 겪는 죄책감과 좌절은 다른 직무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다. 늘 신중을 기해야 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점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지속적으로 공부해야 하며, 엄청난 공부량을 소화해야 하며, 의대생간의 경쟁 스트레스를 이겨내야 한다는 점도 애환에 속할 수 있다.
현실에서 의사가 되는 길
드라마나 영화에서 의사는 단골 등장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가 되는 길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편이다.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6년 과정의 의과대학을 졸업하여 의학사 학위를 취득하거나, 4년 과정의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여 의학석사 학위를 취득해야 한다.
의과 대학은 대부분의 이과계열 대학에서 톱을 차지하고 있어 최상위권 안에 들어야 진학이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공부만 잘해서도 안 된다. 서울대 의대는 최근 수시는 물론 정시에서도 한 시간짜리 다중미니면접을 통해 인성과 상황판단능력을 집중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의대는 예과 2년, 본과 4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의대는 공부량이 많기로 손꼽히는 단과대학이다. 예과 2년 동안은 교양과목을 이수해야 하는데 타 단과대학생이 4년 간 이수할 학점을 2년 동안 이수해야 한다. 특히 본과 4년 동안은 시험과 논문, 실습 등이 동시에 진행되므로 상당히 많은 양의 공부를 소화해야 한다. 본과 1년에는 해부학과 생리학을 중심으로, 2년에는 병리학과 미생물학을 배우게 된다. 3년 차는 각 과에 대해 배우게 되며, 4년 차는 병원 실습을 하게 된다. 의대를 마치거나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해 학위를 취득한 후에는 의사국가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보통 본과 4년 차 병원 실습시기에 의사고시를 같이 준비하므로 바쁜 생활을 보내게 된다. 시험의 난이도 역시 높다.
의사국가시험에 패스하게 되면, 보건복지부장관이 발부하는 의사(일반의) 면허를 취득하게 되고, 이후 의사로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일반의 면허만 있다고 해서 의사 생활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인턴과 레지던트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턴은 1년, 레지던트는 4년 코스인 것이 보통. 가정의학과 레지던트는 3년이다.
인턴 때는 다양한 진료 과목을 배우게 되는데, 이 과정을 통해 이후 자신이 일할 과목을 정하게 된다. 인턴을 마친 후, 레지던트로 자신이 원하는 과로 지원, 4년 동안 레지던트 생활을 하게 된다. 레지던트를 마친 후 전문의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이후 개원하거나 병원에 취직하게 된다. 전문의 과정 후에는 펠로우(임상강사),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수, 교수 과정이 있고, 동시에 과장, 전임교수, 병원장이 되는 경우도 많다.
‘패치 아담스’에서 엿볼 수 있었던 의사의 자질, 갖추어야 할 기본적 덕목은?
영화 ‘패치 아담스’에서 패치는 환자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으로 등장하며, 무료로 진료를 하기도 한다. 물론 의사도 직업의 일종이므로, 경제적인 대가를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람의 존귀한 목숨을 다루는 일인 만큼 경제적 대가가 우선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기본적으로 의사가 갖추어야 할 자질이자 소양이다.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 그것이 의사로서 가져야 할 첫 번째 덕목인 것이다. 실력을 갈고 닦아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의사가 되기는 쉽지만, 잘못된 인성은 바로잡기가 힘들기 때문에 의대 진학 전 면접을 보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 있다.
환자를 대하는 일인만큼 자신이 맡은 환자에 대한 책임감, 자신의 일보다 환자의 안전을 우선할 수 있는 자기절제능력, 희생정신, 봉사정신도 요구된다. 늘 아픈 사람과 상대해야 하고 불편을 들어야 하는 입장이기에 강한 인내력도 반드시 갖춰야 할 능력이다.
공감능력과 꼼꼼함, 세심함, 순발력도 직무상 필요한 능력이다. 수술을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특히 세심함은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 자질이며, 위급 상황이 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순발력도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갖추었다고 해도 만약, 피를 보는 것을 겁내 한다면 의사가 되기 힘들다. 실제로 의대생들 가운데 해부 과정에서 회의를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신의 성격과 자질을 잘 판단하여 진로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