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시골에 한 여인이 있었는데 버드나무 가지처럼 잘 빠진 몸매와 인품이 고상하고 자색 또한 빼어나게 고왔으나 미인박명이라더니 안타깝게도 남편이 요절하여 일찍 청상과부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녀는 한결같이 남편이 살아 있을 때와 같이 지조있게 몸단장을 아름답게 하고 일편단심 민들레처 럼 떠나간 지아비를 그리워하며 긴긴 밤을 홀로 지새웠다.
그마저 외롭고 힘들면 때때로는 남편의 무덤을 찾아가 통곡을 하면서, 비애의 정을 가누질 못하고 한없는 눈물에 젖어 슬픔에 빠지곤 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하루는 혈기왕성한 나이에 홀아비가 된 장년의 남자가 마침 그 과부가 통곡하고 있는 무덤 앞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귓가로 들려오는 소복 과부의 우는 곡소리가 얼마다 애닮프던지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홀아비가 과부를 자세히 바라다보니 넋을 빼앗길만큼 뛰어난 자색에다 자태와 맵시마저 한송이 목련처럼 곱고 우아했습니다.
한눈에 반한 홀아비는 뛰어난 미모도 미모였지만 임자없는 과부라는 점에 음심이 들어 어떻게든 과부를 취해 자기짝을 만들어 볼 요량으로 이리저리 생각하며 잠시 궁리를 하던 홀아비는 결심을 했는지 성큼섬큼 걸어갔습니다.
홀아비는 소복한 여인의 애끓는 슬픔에 대한 곡절도 묻지않고 과부 옆에 엎드려 다짜고짜 목 놓아 애절하게 통곡부터 했습니다.
구슬프게 한참 곡을 하던중소복 입은 과부는 웬 건장한 사내가 옆에 엎드려 땅을 치며 통곡하는 것을 괴이히 여겨 울음을 멈추고 그 곡절을 묻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홀아비가 곡소리를 거두고 대답하기를, "내 처가 얼마 전에 죽어 가슴속에 비회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오
그런데 마침 이곳을 지나다가 소복 여인의 슬픈 얼굴을 보고 또한 애통한 곡소리를 듣게되니 나도 모르게 죽은 처가 생각나 곡을 하게 된 것이라오!!"
그러자 여인도 자신만 남겨두고 먼저 간 남편을 탓하며 남편을 잃게 된 사연을 말하고는 더더욱 슬픔에 젖어 절절하게 통곡을 하는데 금방 그치지가 않았습니다.
이때다 싶은 홀아비는 더욱 크게 통곡을 하며 읊어 대는데~, "내 아내가 살아 생전에 늘 자신의 손가락이 짧은 것을 자책하였고,
나는나의 건망증이 심한 것을 책망하였는데 아내 같은 사람을 어디서 다시 얻을거나 아이고 아이고~~!!" 하며 또 엉엉 울며 곡을 하였습니다.
구슬픈 통곡중에도 그 말을 듣자 소복과부가 남자의 사연이 궁금했던지 통곡을 거두고 물었습니다.
"손가락이 짧은 것을 자책하였다 함은 왜 그랬던 것이 온지요?"
홀아비는 소복과부 얼굴을 바라보더니~ "내 부끄러워 차마 말 못 하겠소!"
소복 과부가 슬픈 기색은 싹 걷우고 더더욱 궁금해져서 조바심 내며 다시 다그쳐 묻자 홀아비는 못 이기는척 뜸을 들이다 마지못해 대답하였습니다.
"내 물건이 매우 큰데 틈만났다 하면 아내는 그것을 움켜잡고 아래위로 흔들기를 좋아햇고, 잠자리에 들어서는 붙잡고 잠들기를 좋아하였소.
그러나 손가락이 짧아 한 손으로 다 움켜잡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쉽다면서 늘 그것을 한탄하였다.
오!!" 그 말을 들은 소복과부는 부끄러운 듯 상기된 얼굴을 옆으로 꼬면서 또 물었습니다.
"그럼 건망증은 무얼 말함이신지요?" 홀아비가 또 대답하여 말하기를, "나는 양기가 너무 강해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밤 방사를 벌였소이다.
한데 방사를 하고나면 방사를 한 기억을 잊어버리고 또 방사일을 시작하고는 하였소.
그러면 처가 매일 내게 말하기를, "이제 막 하셔놓고, 또 하시는 건 무엇입니까?"
하고 책망하므로 나는 "방금 했다는 것을 깜박했소"라고 늘 대답하곤 했지요!!"
홀아비는 그리 말하고는 또 구슬피 통곡을 하였습니다.
소복과부는 그 말을 듣고 홀아비의 구슬픈 통곡중에도 숨어 있던 야릇한 음심이 발동하자 슬픈 기색이었던 얼굴이 푸른 하늘에 먹구름 걷히듯 밝게 화사해지더니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면 서 말하기를~,
"피차가 같은 심정으로 청춘의 짝을 잃은 고로, 그대는 처를 통곡하고 나는 남편을 통곡하고 있으나, 이리 애처롭게 통곡한들 아득한 황천에 곡소리는 들릴 리 없으니 슬피 울어봤자 무슨 소용 있으오리까?
그만 진정하시고 돌아가십시다!!" 홀아비는 속으로 옳다 됐구나 싶으면서도 미동도 않은 채 이에 답하기를, "돌아가는 것이야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내 슬픈 사연이나 통감하는지 말해 주시구려!!"
그러자 여인은, 쉽게 일어서지 않는 홀아비 팔을 억지로 잡아 일으키며, "홀아비 심정 과부가 모르면 누가 알겠어요.
함께 갑시다!!" 이리하여 그들은 과부 집으로 돌아와 살림을 꾸릴만한 가벼운 보석류를 챙겨 미련없이 과부집을 함께 떠났습니다.
새로운 곳에서 집을 마련한 이들은 부부가 되었습니다.
홀아비는 졸지에 어여쁜 소복과부를 취할 수 있었는데 그들의 합이 어찌 잘 맞았는지 홀아비와 과부는 밤이 새고 날이 밝아오고 다시 밤이 찾아와도 하고, 또 하고, 하고, 또 하고, 하고, 또 하고.... 그동안 참고 참았던 활화산같이 들끓는 욕정을 풀고 또 풀었습니다.
얼마나 뜨겁고 열렬했는지 그들의 교성과 신음은 천둥번개가 치듯 요란하고 그들의 내뿜는 호흡과 입김은 노도같은 광풍이 불어오듯 그들이 흘린 땀과 체액은 메마른 들판에 비가 적실만큼 엎치락뒤치락 반복하게 되었는데,
변강쇠가 옹녀를 만난 듯 운우의 정을 나누었는데 천상배필과 찰떡궁합이 따로 없었습니다.
몇날 며칠을 그렇게 회포를 풀며 시간이 흐른 어느 날. 과부가 하는 말이, 서방 못자리 ! 한 옹이가 하나 있었는데, 그 죽은 서방 묏자리는 천하제일이었습니다!!"라고 말하자,
이에 홀아비가 답하기를, "죽은 처를 깊은 산 옹달샘 옆에다 고이 묻었더니 이리도 물 많은 여인을 얻게 되었소!!.
죽은 처의 묏자리는 최고의 명당이 따로 없지 않겠소!!"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렇게 만난 이것도 인연인지 필연인지 우연인지 아무튼, 그들은 속궁합이 맞아 마음껏 만끽하면서 아들딸 낳고 잘 살았다고 합니다.
첫댓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