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침문(弔針文)이라는 고대 수필이 있습니다. 일찍이 문벌 좋은 집으로 출가했다가 슬하에 자녀도 없이 과부가 돼 바느질을 낙으로 삼던 유씨가 시삼촌에게서 얻은 마지막 바늘이 부러지자 그 섭섭한 심회를 누를 길이 없어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금년 시월 초십일 술시(戌時)에, 희미한 등잔 아래서 관대(冠帶) 깃을 달다가, 무심중간(無心中間)에 자끈동 부러지니 깜짝 놀라와라. 아야 아야 바늘이여, 두 동강이 났구나. 정신(精神)이 아득하고 혼백(魂魄)이 산란(散亂)하여, 마음을 빻아 내는 듯, 두골(頭骨)을 깨쳐 내는 듯, 이윽토록 기색혼절(氣塞昏絶)하였다가 겨우 정신을 차려, 만져 보고 이어 본들 속절없고 하릴없다.”
유씨 부인 바늘 같지는 않아도 우리 삶을 위해 희생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칫솔도 그중 하나입니다. 비록 우리가 샀고 우리의 힘으로 이를 닦기는 하지만 더러운 치아를 우리가 사는 날까지 지켜 주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이렇게 우리 삶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들로 가득합니다. 우리 삶을 위해 헌신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 산다면 우리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알게 될 것입니다.
조주희 목사(성암교회)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12734346&code=23111512&sid1=f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