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힘] 1부 힘든 시절 ⑬ 불현듯 든 자살 충동
내 인생을 구한 두 통의 전화
픽사베이
불현듯 세상을 끝내버리자는 생각이 들었다. 생전 처음이었다. 이래도 힘들고, 저래도 괴롭고…. 인생 전체를 돌아봐도 되는 것도 없고 발전도 없으며 늘 힘들게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살 바에는 차라리 인생을 끝내자. 그것이 덜 구차한 방법이 아닐까.’
순간적으로 든 자살 충동은 곧 지배적인 생각으로 바뀌었다. 지금 속도는 100킬로미터. 왼쪽으로 중앙분리대를 넘어 뛰어들까, 아니면 오른쪽 난간을 들이받을까. 어떻게든 바로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어머니의 전화였다.
“얘야. 너 어디냐?”
“어, 어머니세요? 저 지리산에 놀러 갔다가 지금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예요.”
“그래? 별일 없니? 잘 있는 거야? 괜히 꿈자리가 뒤숭숭하고 걱정이 돼서 전화한 거야.”
그 순간 가슴속에 뜨거운 무엇이 치밀어 올랐다.
평소 어머니는 세심하게 자식을 챙기는 분이 아니었다. 냉철하고 개인주의적인 분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머니의 전화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그 전화로 나는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한 10여 분 지나 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에는 지인이었다. 그는 내 안부와 함께 어떤 일을 하느냐고 물었다.
“좀 쉬고 있습니다.”
그가 반색하며 말했다.
“아. 그래요? 실은 맞을 만한 자리가 있어서 알려드리려고요. 미디어 관련 공기업에서 경영진을 응모 중이던데 한번 신청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경력에도 맞고, 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순간 깊은 절벽 아래 떨어진 사람에게 하늘에서 동아줄을 내려주는 장면이 연상됐다. 거의 앞날을 포기한 내게 다시 일할 기회가 생기다니. 칠흑 같은 밤에 나타난 한 줄기 빛이라 할까. 난생처음 초자연적인 느낌이 들었다.
인생에서는 간혹 인간의 이성이나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날 때가 있다. 만약 그날 그 시각, 그 두 통의 전화가 없었으면 난 어떻게 됐을까? <계속>
남산 작가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