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의 대형 SUV GLS에는 북미 대륙을 바라보는 게르만의 시선이 그대로 담겨 있다. 크고 넉넉하고 아늑하며 여유가 있다.
글 | 유일한사진 | 최재혁
북미 대륙, 특히 미국은 상상 그 이상의 것들을 도로에서 볼 수 있다. 예전에는 가족들이 대형 마차에 식량과 가재도구를 잔뜩 싣고서 동쪽에서 서쪽으로 계속 모험을 떠났고, 그 성격은 현재도 남아 도로를 지배하고 있다. 예전에 국내 도로에서 미국 출신 픽업트럭을 보고 ‘너무 크다’고 생각했었는데, 미 대륙을 달려보니 그 정도 크기의 픽업트럭은 아주 평범한 것이었다. 국내 도로에서 중형 SUV를 보는 느낌이었으니 말이다.
그 광활한 대륙에서 모험을 수행하기 위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 수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도전을 했고 벤츠 역시 그래왔다. 그리고 이제는 어느 정도 답을 낸 것 같다. 넉넉함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GLE도 모자라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더 큰 덩치를 갖고 등장한 것이 바로 이번에 풀체인지를 단행한 GLS다. SUV의 S클래스가 되겠다는 야망을 담고, 독일 브랜드 최초의 7인승 SUV가 되었었던 그 개척 정신을 다시 갖고 왔다.
크고 아름다워
뭐든지 크다. 멀리서 봐도 한 눈에 띄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크기가 실감난다. 그릴도, 헤드램프도, 바퀴와 휠하우스도, 창문도 크다. 게다가 정말 길고 넓다. 그 와중에 사각형을 중심으로 디자인하면서도 모서리를 되도록 둥글게 처리해 모나는 곳이 없도록 했다. 전면 그릴에 대형 엠블럼이 있으니 이 차가 벤츠인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뭐 그게 아니더라도 디자인만으로 이미 벤츠임이 드러나고 있지만 말이다.
그 크기가 실내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두 개의 패널을 가로로 길게 이은 형태를 중심으로 하는 대시보드는 벤츠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다. 계기판과 내비게이션의 정보가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이야 예전에도 그랬지만, 이제는 화면 터치를 받아들이면서 조작이 조금 더 쉬워진 느낌이 든다. 사각형의 송풍구와 직선으로 올곧게 다듬은 디자인으로 인해 낮에는 약간 심심해 보일 수 있지만, 밤이 되면 앰비언트 라이트가 아름답게 빛난다.
7인승 모델인데 차체가 길고 폭이 넓다 보니 3열도 성인이 편안하게 앉을 수 있다. 2열 시트도 전동으로 한 번에 조작할 수 있고, 3열로 수월하게 진입하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트렁크에서 버튼들을 조작하면 3열과 2열이 순식간에 접히면서 차박이 가능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그야말로 ‘대륙의 실용성’이라 할 만하다. 플라스틱을 뭉친 것 같은 변속 레버와 힘 없이 처지는 지붕 가리개만 어떻게 한다면 더 좋을 것 같다.
달리는 감각은 흔히들 이야기하는 ‘미 대륙의 그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다. 흔히 독일 출신의 자동차라고 하면 느낄 수 있는 단단함 혹은 탄탄함, 그리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리는 것 같은 핸들링은 이 GLS에 없다. 4.0ℓ 8기통 엔진을 탑재하고 있으니 힘에서 부족함을 느낄 일이야 없지만, 스포츠카처럼 호쾌하게 가속하지는 않는다. 그나마 8기통 특유의 소리가 들려오고 있으니 그 점에서 주행의 만족이 오기는 한다.
그러니까 크고 무거운 차체를 이끌면서도 조금 남는 것 같은 힘을 느끼고, 탄탄함보다는 푹신한 승차감 쪽에 조금 더 비중을 두고 있는 서스펜션의 움직임을 느끼며 여유를 부리면 된다. 빨리 달릴 수 있다고 굳이 빠르게 달릴 필요가 없고, 코너를 예리하게 공략할 필요도 없다. 애초에 이 거대한 덩치와 제법 지름이 큰 스티어링 휠이 그런 느낌을 제어하겠지만 말이다. 브레이크는 일부러 테스트해 보지 않았지만, 일상 주행에서 필요한 제동력은 충분히 보장한다.
GLS는 독일 출신이지만 미국 대륙을 정복할 것 같은 아주 특이한 성질을 보여준다. 마치 먼 옛날, 독일의 선조들이 미국에 건너와 몇 세대를 정착하면서 독일의 특성을 버리고 완전히 미국인이 된 것 같은 그 감각이 그대로 전달된다. 그래도 그 안에는 미세하게나마 독일의 특성이 남아있고, 그것이 일반적인 미국 SUV와는 조금이나마 다른 감각을 만들어낸다. 그것이 바로 벤츠의 킹, GLS가 가진 캐릭터이고, 매력이며, 끌리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