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겨진 책 보물찾기 >
-文霞 鄭永仁-
국민학교 시절, 원족(遠足)을 가면 가장 기대되는 프로그램의 하나가 보물찾기였다. 선생님은 작은 보물딱지를 근처 나뭇가지, 돌 밑, 구덩이 등에 은밀히 숨겨 놓았다. 우리들은 기대와 살렘으로 보물찾기 모험 게임에 눈을 화등잔(華燈盞)만하게 크게 뜨고 찾아 다녔다. 일종의 상품 교환권을 찾는 것이다. 지금은 혹가다 스타벅스 같은 커피교환권이 당첨 되었다고 편의점을 찾아 가란다.
나는 보물찾기에 늘 젬병이었다. 눈썰미가 없어서 그런지 주면머리가 없어서 그런지. 혹가다 한 장 간신히 찾으면 ‘꽝’인 경우가 허다하였다. 이즘의 로또 복권 한 장짜리 교환권도 안 되는 것처럼…. 보물딱지에 적힌 상품은 연필, 공책, 지우개 등이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그것들이 보잘 것 없이 흔하지만 그 당시는 대단한 보물이었다. 하기야 자금은 교회에서 하는 OX 게임에서 최고 경품이 노트북인 경우도 허다하다.
어떤 친구는 개코인지 보물딱지를 몇 장이나 찾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단 1장만 교환할 수 있었기 때문에 못 찾는 친구와 물물교환하기도 하였다. 보물딱지 한 장과 사과 한 개 등으로. 나는 늘 내가 가져간 간식과 물물 교환하는 당사자였다. 그 귀한 사이다 한 병과 맞바꾸기도 하였다. 그래도 보물찾기는 나의 유년시절의 창공에 고스란히 간직되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는 ‘숨겨진 책 보물찾기’가 학부모와 어린이들에게 열띤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책을 사서 지퍼가 달린 투명 비닐봉지에 넣는다. 이것은 공원이나 놀이터의 구석, 벤치, 나무 위나 길거리 모퉁이, 혹은 상점 진열대에 숨겨 놓는다. 아이들은 책을 찾아 읽는다. 다 읽으면 아이들은 뒤표지에 자가 이름을 적고, 다시 그 책을 다른 곳에 숨겨 놓아 다른 아이들이 찾아 읽게 하는 일종의 릴레이식이 된다.
게임기에만 매달려 잇는 아이들에겐 신선한 경험으로 책 읽기에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 책을 읽고, 책을 찾으러 다니는 운동, 모험심의 자극으로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꿩 먹고 알 먹고 식이다. 도랑치고 가재 잡고.
나는 학년 초가 되면 우리 반 아이들에게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을 한 권 준비하라고 한다. 그리고 책 뒷장에는 책을 가져온 학생의 이름과 우리 반 아이들의 명단이 적힌 카드를 붙여준다. 이름 뒤에는 읽은 아이의 싸인란을 마련하여 둔다. 1년 동안 돌려가며 읽은 후 싸인하게 한다. 그 책의 모든 명단이 싸인이 끝나면 그 책을 가져온 아이에게 돌려준다. 그러면 학생 재적이 50명이면 1년에 적어도 50권을 읽을 수 있게 된다.
디지털문명으로 세계적으로 독서량이 줄고 문해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더구나 한국은 독서량이 거의 꼴지 수준이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느 동남아 유명한 리조트의 지배인은 그 사람의 가방 속을 보면 금방 한국인임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한국인의 가방 속에는 거의 책이 없다는 것이다. 외국 가는 비행기를 타 보아도 두툼한 책을 읽고 있는 승객은 대부분 외국인이었다. 일본인은 으레 책 한 권 이상은 가방에 넣고 다닌다고 한다. 단 한 페이지라도 읽을 요량으로….
문명(文明)은 문자(文字)로 이루어지는 밝음이다. 모든 문명의 근원은 글자이다. 그 글자로 만든 문명을 읽고 깨닫고 이해하게 하는 것이 독서이다. 교육의 3대 기본은 독서산(讀書算)인 것처럼. 읽고. 말하고, 쓰고, 셈하고, 분석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최고의 보물은 생각지도 않은 뜻밖의 장소에 숨겨져 있다’ 라는 말이 있다. 사실, 인생이란 자기 삶의 보물을 찾아가는 여정(旅程)이 아닐는지. 아마 그 보물 사냥에서 독서만한 것이 없을 것 같다. 단 한 줄에도 보물이 있으니 말이다.